“라틴어 본문과 그리스어 본문 비교 연구를 통해 신학 개념과 전문용어를 통일하는 한편 〈원리론〉 전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시한 해제 돋보여”

▲ 〈원리론〉 오리게네스 지음/ 이성효·이형우·최원오·하성수 해제·역주/ 아카넷 펴냄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에 그리스도교 신앙을 최초로 신학적으로 펼친 〈원리론〉은 오늘날 철학에 관심 있는 현대의 모든 이에게 풍부한 보고(寶庫)다.”

그리스도교 신앙에 관한 명제들을 처음으로 폭넓게 다뤄 성경 해석사에서 이정표로 평가되고 있는 오리게네스의 〈원리론〉이 한국연구재단총서(학술명저번역 567)로 발간됐다. 기독교의 중요한 자료를 한국어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고대 그리스도교에서 가장 뛰어난 신학자로 아우구스니누스와 오리게네스가 꼽히는데, 아우구스티누스의 대표작이 〈고백록〉이라면, 오리게네스의 대표작은 〈원리론〉이다. 4권으로 이뤄진 이 책을 네 명의 교부학 전문가들이 처음 번역해냈다. 라틴어 본문과 그리스어 본문 비교 연구를 통해 신학 개념과 전문용어를 통일하는 한편 〈원리론〉 전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책을 시작하기 전에 삽입한 해제가 돋보이는 역주서다.

〈원리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오리게네스의 생애와 그의 저서, 저서 편집본과 번역본에 대한 자료를 제시하고, 〈원리론〉의 영양사, 3~5세기 오리게네스 찬반 논쟁, 6세기 이후의 오리게네스 영향 등 책과 저자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고, 이어 〈원리론〉의 저술 시기, 오늘날의 의의와 당시의 독자, 〈원리론〉에 대한 이해, 오리게네스의 인간 이해, 교부들의 성경 해석(오리게네스를 중심으로), 참고문헌 등의 내용이 255페이지에 걸쳐 소개된다. 그리고 이어 919페이지까지〈원리론〉 번역이 펼쳐진다. 기독교 신앙을 최초로 신학적으로 풀이한 책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방대한 분량이다.

1733년 출간된 들라뤼(Ch. Delarue)의 〈원리론〉 판본과 1913년 출간된 쾨차우의 판본은 오리게네스 시대 이후의 정보를 토대로 〈원리론〉을 네 권으로 분류했고, 전승 과정에서 점차 장으로 분류하고 이어서 또 단락으로 나누어졌다.

〈원리론〉 서론에서는 신앙 규범을 제시하고, 제1권은 하나님과 삼위일체, 영적 피조물(천사)들과 그들의 타락에 관한 가르침으로 시작된다. 제2권에서는 창조주 하나남과 성부 하나님의 동일성, 세상과 인간의 창조, 원죄, 예수 그리스도에 의한 구원, 최후의 심판을 다루며, 제3권에서는 자유의지와 죄, 유혹, 하나님 안에서 모든 사물이 ‘본디 상태로 돌아감’을 다룬다. 제4권에서는 신앙의 원천인 성경의 영감과 해석을 논한다.

니케아 공회 이전 교부들 가운데 최고의 신학자인 오리게네스는 〈원리론〉을 집필함으로써 고대 교회에서 처음으로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 관한 포괄적이며 체계적인 최초의 신학적 구상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오리게네스의 수업 장면

오리게네스는 5세기까지 동방 교회의 가장 위대한 교부 사상가·신학자로 명성을 얻었으며, 삼위일체 신학과 그리스도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한 내용은 그가 죽은 뒤 몇 세기 동안 이어진 논쟁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원리론〉이 모든 신학적 논증 작업과 그 토대인 성경을 상세하게 다루면서 교회의 신앙 규범인 당시의 정경 사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 점,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의 내적 관계에 관한 그의 논증 등은 오늘날까지 주의를 끄는 대목이다.

〈원리론〉은 고대교회의 이단과 정통신앙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원리론〉으로 인해 오리게네스는 모든 정통 신앙의 아버지이자 모든 이단의 아버지라는 상반된 칭호를 얻었다. 역자들은 유스티니아누스가 〈원리론〉에 바탕을 두고 543년과 553년에 단죄한 오리게네스주의의 명제들이 과연 오리게네스와 연관되는지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밝힌다.

오리게네스는 니케아 공의회 이전 시대의 가장 위대한 신학자로 손꼽히는 인물로 185년경 알렉산드리아에서 유복한 그리스도교 가정의 일곱 남매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 철저히 금욕적인 신앙을 견지하고 성경과 교육에 몰두했으며, 막대한 분량의 책을 저술했다. 주요 저작으로 〈원리론〉을 비롯해 〈켈수스 반박〉, 〈육중역본(헥사플라)〉 등이 있다.

정찬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