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상 심사평 _ 정종명 소설가(한국문인협회 이사장)

문학적 스펙 인정받는 작가


“좋은 작품을 꾸준히 쓸 수 있는 연륜과 역량을 갖춘 작가들”

 

   
▲ 제14회 들소리문학상 심사를 맡은 정종명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우리 문단에는 문학상 종류가 참 많은 편이다. 그 중에는 세인이 놀랄 정도로 상금이 커서 유명한 문학상도 있고, 상금 없이 기념 메달 하나만 수여하는데도 유명 문학상 반열에 오른 문학상도 있다.

들소리문학상도 올해로 14회에 이른다. 짧은 연륜이 아니다. 그동안 13명에 이르는 수상자의 면면을 살펴봐도 그 적공(積功)이 결코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이 상이 우리 문단에서 크게 주목 받는 문학상이라 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없지 않다는 것이 주최 측의 안타까운 자평이다.

그래서 심사위원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공적을 참고로 삼고, 더 좋은 작품을 꾸준히 쓸 수 있는 연륜과 역량을 갖춘 작가에게, 그리고 대상 작품에 대한 문학적 평가까지 합친 공통분모를 도출하기까지 심사위원 간의 논란은 반복되었고, 결국 올해는 소설에 대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하면서 이광복의 <안개의 계절>과 한상윤의 <묻습니다>를 수상작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광복의 <안개의 계절>-김동철은 새벽에 전흥배가 죽었다는 급보를 받고, 송달현이 일러준 청량리의 한 병원으로 달려간다. 송달현은 전흥배의 죽음을 김동철의 소행으로 의심한다. 경찰은 김동철을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한다.

김동철은 과실치사 전과가 있었다. 재벌총수 신 회장이 오발사고로 낚시꾼을 죽였을 때, 김동철이 대신 죗값을 치른 전과였다.

현장검증을 마친 경찰은 전흥배의 사인을 단순한 사고사로 처리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 진실 여부를 알지 못한 채 세 치 혀를 함부로 나불거리는 세간의 의심은 김동철에게 씻지 못할 큰 상처를 안겨 준다.

한상윤의 <묻습니다>-주인공은 김성립(金誠立)이다. 조선 선조(宣祖) 시대 명문가 출신으로 대과 급제한 홍문관저작 벼슬아치였다.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진주성 싸움에 출전, 혁혁한 전과를 올렸지만 선정릉을 지키다가 왜적의 적탄을 맞고 32세의 나이에 장렬히 숨을 거둔다.

아내 난설헌(蘭雪軒)은 조선 시대 대표적 여류시인이다. 그녀의 남동생 허균(許筠)은 누나 난설헌의 천재적 재능을 키우지 못한 매부 김성립을 비웃는 글을 남긴다.

의병장 김성립은 성실한 장남이었으며 충직한 남편이었음에도 아내 난설헌의 시적 감성과 천재적 재능을 동반하지 못하여 외롭고 아픈 삶을 살았다. 작가는 세간의 못난이로 폄하된 의병장 김성립의 불행한 삶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꾸며 나간다.

이광복, 한상윤 두 사람은 공히 그동안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문학적 스펙을 인정받는 작가이다. 이광복 작가의 대단한 입심, 한상윤 작가의 빼어난 문장력이 심사위원들의 환심을 사로잡는 동력이 되었다는 점을 첨언하면서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 대상 외 심사평 _ 김년균 시인

문학은 종착점이 없다
 

   
▲ 제14회 들소리문학상 심사를 맡은
김년균 시인

문학은 인간의 삶을 탐구한다. 문학은 그리하여 인간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

인간의 삶이란 참으로 광범하고 복잡하다. 문학은 그 어느 것이든 소재나 주제로 삼을 수 있지만, 독자에게 공감과 감동을 주는 작품으로 승화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작가는 무엇을 찾아 어떻게 써야 할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작품을 심사할 때 우선적으로 느끼는 것은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다. 어떤 작품이 숨어 있을까? 얼마만큼 뛰어난 작품이 나타날까? 그러나, 대개는 실망하고 만다. 창작이란 그만큼 어렵고 힘든 작업이다.

제14회 들소리문학상 신인상 부문엔 응모작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응모작품이 많다고 좋은 작품도 많으리라는 법은 없다. 작은 작품 속에도 뛰어난 작품은 얼마든지 들어있을 수 있다. 욕심을 갖고 읽었다. 하지만 욕심이 너무 컸던 탓일까. 흡족한 작품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 발견되어 반가웠다. 어쩌면 그 가능성이 더 큰 장점일 수도 있다. 지금은 조금 설익고 작아 보이더라도, 그 작가의 마음과 정신이 크고 튼실할 때 장차는 더 크고 훌륭한 작품도 만들 수 있을 터다.

시부문의 ‘사막의 침묵’(성현식)을 가작 입선작으로 뽑는다. ‘사막의 침묵’은 인간의 삶의 고난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구도가 튼튼하고 시를 다루는 솜씨가 범상치 않아 보이지만, 표현에서 산문화된 부분이 눈에 띈다. 그러나 소설 부문과 수필 부문에선 입상작을 내지 못해 아쉽다.

‘사막의 침묵’은 엄격한 심사기준 때문에 당선엔 이르지 못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만하면 됐다고 자만할 때 함정은 찾아든다. 문학은 종착점이 없다. 평생의 업으로 삼고 끊임없이 갈고 닦을 때만이 내일이 열리고 서광도 비쳐온다. 입상을 축하하며 더욱 분발하여 대성하기를 기대한다.

* 제14회 들소리문학상은 정종명 소설가, 김년균 시인(한국문인협회 명예회장), 조효근 소설가가 심사위원으로 수고해 주셨습니다.


 

가작 수상소감-성현식 시 ‘사막의 침묵’

피조물을 보며, 만지며, 느끼며…

 

   
▲ 가작 수상자인 성현식 목사

벚꽃이 겸허히 단조로운 색깔로 하늘가를 흔들거리고 있다. 때를 맞춰 봄이 송글송글 산자락에 맺혀 흐른다. 팔려가는 요셉의 비애와 꿈을 생각하며 ‘사막의 침묵’이라는 시를 써 보냈는데 가작으로 당선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기분이 묘하다. 기쁘다고 손뼉을 치며 좋아하기에는 좀 늦은 시절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담담한 속내를 내비치는 것도 시를 쓰는 이로서 무감동의 정서인 것 같아 망설여진다.

아직도 아마추어 냄새가 짙은 글들을 쓰면서도 그저 행복해하는 어른 같지 않은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예 아이 같이 사는 것이 하나님과 함께하는 길인 듯도 하다. 피조물을 보며, 만지며, 느끼며 글을 구상해 보는 것이 싫지 않다. 하나님의 섭리를 찬양하는 맘으로 감격해 보는 것도 나의 인생에 있어 뿌듯한 만족의 향연이리라. 졸작을 읽으시고 뽑아주신 들소리문학 관계자들과 심사위원들께 고마운 맘을 전해드린다.
 

성현식 약력 : 전주대 영문과, 총신대대학원 졸업, 신와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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