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당나라 景敎 _ 34

   
▲ 갈릴리호수에서 세례받는 사람들

 

하나님의 계획이실까? 알로펜은 기독교에게 위임하신 지중해 권 영토를 일정한 시한이 지나자 기독교와 이슬람으로 양분시키신 하나님의 내밀한 속내를 훔쳐본 사람처럼 가슴이 쿵쾅거렸다.

사실일까? 내가 혼자서 궁상을 떠는 것은 아닐까? 만약 하나님이 기독교에게서 불만족을 느끼셨다면 그 어느 부분일까? 기독교의 무엇이 못마땅하셔서 기독교와 동일한 토양에서 이슬람을 마치 쌍태아처럼 길러내신단 말인가? 쌍태아란 말은 적절치 않다. 기독교가 부족하거든 다시 무릎을 꿇리고 가르침을 새롭게 내리시면 되지, 기독교 심은 땅에 이슬람을 거듭 심으셨으니 두 종교는 많은 싸움을 해야 하겠군.

알로펜은 실성한 사람처럼 웃음을 흘리면서 오리봉 사원을 향하였다. 석양의 노을이 붉다. 검붉은 빛깔이다. 불덩이가 부서지는 듯 강렬한 빛을 뿜어내고 있다.
알로펜은 가던 길을 멈추고 나무 그늘 아래서 석양의 태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장차 기독교와 이슬람의 관계는 어찌 될까? 이 두 개의 종파가 인류사의 유익이 될까, 아니면 재앙이 될까?

그는 몸을 일으켜 수도원으로 향했다. 유승이 그의 뒤를 따르고 있다.
“주교님, 왜 걸음걸이가 무거우시죠?”
유승이 따르던 걸음을 멈추자 알로펜도 발걸음을 멈췄다.
“어떤가. 신라 선교를 떠난다는 것이 두렵지 않은가?”
“아닙니다. 제가 아인가요. 저는 주교님만큼의 영적 힘이 준비되지 못한 것만 빼고는 이 세상 두려울 것이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로지 하늘과 땅의 유일한 주인이신 하나님 아버지가 저의 아버지시니 내게는 근심 걱정 따위는 없습니다.”
“그래 장하네. 역시 자네는 내 제자야.”

“그렇습니다. 저도 유승이 주교님의 제자인 줄 압니다. 이 놈 안토니보다 더 사랑하시는 제자가 틀림없지요.”
“…….”
안토니가 알로펜과 유승 사이에 끼어들어 시비성 발언을 했다. 유승과 알로펜이 안토니를 바라본다. 거 무슨 어린애 같은 소리냐고 하는 듯했다.
“안토니! 우리는 한 몸이야. 내가 없을 때 스승님께 내 몫까지 열심히 살펴드려야 해요.”
“네, 알겠습니다. 뼛속 깊이 새겨 두고 모시겠으니 걱정 마시고 신라에 가시거든 크게 빛을 드러내야 합니다. 저는 뒤에서 기도로 돕지요.”
“고맙습니다.”

“여보게들! 페르시아의 요수아 이야기를 들으니 어떠하던가?”
“글쎄요. 그저 유행어 아닐까요?”
“안토니, 더 깊이 생각하게!”
“어제 그 사람이 페르시아와 이슬람 종교의 만남을 이야기했지. 그의 통찰력은 예리했어. 그는 로마제국이 신흥기독교의 새로운 종교철학을 원했듯이 페르시아가 그들의 낡은 종교 조로아스터교가 아닌 이슬람을 원해서 그들을 정복자가 아닌 페르시아의 새로운 자원으로 알고 영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 않던가. 나는 페르시아의 속마음이 아니라 요수아의 통찰력이 무척이나 두려웠지. 놀라운 인물이야…….”
알로펜의 말을 이제야 헤아려 듣게 된 유승과 안토니는 할 말을 잃었다.

“아니야, 그렇다고 여러분이 요수아에게 뒤진다는 뜻으로 한 말이 아니야. 여러분의 열정과 꿈은 나의 자랑이고 자부심이야. 기죽지 말게들…….”
“아, 안심이다. 다행입니다. 주교님!”
안토니가 말했다. 유승은 아직도 말이 없고―. 유승은 자기에게 요수아만한 통찰력이 없음을 한탄했다. 그러나 더 배우리라. 신라에 가기 전에 알로펜 주교와 같은 통찰력과 안목을 길러 보리라.

“스승님. 제가 요수아를 우리 진용으로 한 번 이끌어 보겠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그래, 자네라면 한 번 부딪쳐 볼 수 있을 거야. 그 사람 제법 인물이더군.”
“저 유승, 요수아만한 재목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요. 됐어요. 그리고 금번 페르시아 난민들 중에 요수아 말고도 쓸 만한 인물이 있는지 더 세밀하게 살펴보게. 내일부터 그들과 합숙하면서 신상과 신앙에 대해서 살펴보게.”
“네, 주교님 내일 점심때까지 교육 받을 인원을 오리봉 수도원으로 집합시키겠습니다.”
“그래요. 안토니 자네가 수고해 줘요.”

“주교님, 저는 신라 생각에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요.”
“유승 님, 깊이 생각 마세요. 동행자가 페르시아의 황태자입니다. 그의 비중이 있으니 신라 같이 조그마한 나라가 별 수 있겠어요.”
“안토니 사제님! 저는 생활의 불편 유무가 아니라 신라에서의 선교를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거든요.”
“아, 그거라면 더더욱 염려 마세요. 신라는 물론 백제나 고구려도 벌써 삼백여 년 전에 불교가 전파되어 종교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대한 그들의 준비는 다 되어있을 것입니다.”
“그건 불교 이야기잖아요.”

“그러니 걱정 마시라는 겁니다. 우리도 불교식 선교를 하면 됩니다.”
“아니요. 저는 여기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각각 종교들 간의 격식과 예절이 있다고 생각해요. 바로 그게 문제라는 겁니다.”
“우리가 여기 당나라에서 취하는 의전과 예전을 선택하면 되지 않겠어요.”
알로펜의 의견이었다.

“우리의 경우는 주교님이 계시고, 황제의 각별한 후원이 있으니까 쉽게 정착된다지만 신라에서의 저희들 능력은 보나 마나일 것 같아요.”
“왜 그래요. 유승님 답지 않게. 그렇게 자신감이 없어서야 되겠어요.”
“아니야. 유승 사제는 잘 할 거야. 주교인 내가 보증해요…….”
“주교님 감사합니다.”


다음날, 오후 2시쯤 페르시아 난민 중 기독교 신자들을 파사사 수도원에 모이게 했다. 전체 인원 구십오 명 중 여자가 이십 명이다.
“안토니, 인원이 많이 줄었구려.”
“네 주교님. 우선 오늘 모인 인원은 일차로 하고 오십여 명은 이차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오늘 교육생들을 살펴서 다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을 듯했습니다.”
“그래, 잘 했습니다. 여성들은 수녀원으로 보내시지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남성들 칠십오 명을 향하여 안토니 사제의 다짐이 있었다.

“여러분, 주 하나님의 은혜로 여러분의 조국에서 큰 산 너머에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신앙교육을 받게 되었습니다. 잠시 후 알로펜 주교님과 마리아 교수님의 강의가 시작되겠습니다.”
알로펜이 훤칠한 키에 준엄하기도 하고 흐뭇한 너그러움을 간직한 모습으로 난민들 앞에 나타났다. 오시느라고 수고했다, 숙식은 불편하지 않으냐, 특별히 개인적으로 어려운 형편의 사람은 없느냐고 묻는다. 인심 좋은 촌장어른 같은 자상함을 보였다.

모인 자 중에서 특별히 알로펜 주교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는 청년이 있었다. 알로펜은 그에게 말을 권했다.
“저는 크데시폰 중앙교회 신자입니다. 압바스 총 주교님이 저에게 늘 말씀하시기를 내게 장성한 아들이 있다. 그러나 그는 네스토리우스 파 교회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 나를 싫어했다. 그는 지금 중국 땅에서 황제의 보호를 받으면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당나라에 가거든 한 번 찾아보라고 하셨습니다. 주교님께서 혹시 그분이 아니십니까?”
알로펜은 아니라고 간단히 부인하고 그의 말을 이었다.

“여러분, 여러분은 보호해 줄 나라가 없어 떠돌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듣기로는 여러분은 네스토리우스 파 또는 페르시아 파, 로마 파 신자들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만약 우리들과 함께 이곳 중국 땅에서 선교를 하고자 한다면 ‘누구 파’라는 파당을 없애야 합니다. 페르시아에서 왔으니 ‘페르시아 기독교’로 호칭 받아야 합니다. 다만 현재는 당 태종께서 ‘경교’라는 이름이 좋다면서 고집하시니까 경교로 호칭하지만 한 세대가 지나면 역사기록은 바로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네, 말씀하신 뜻을 잘 알 듯합니다.”

“여러분이 만약 여기에 남아서 개별적으로 살아가려 할 때는 당나라 정부가 생업을 도와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페르시아 선교부에서 봉사하면서 전도자의 삶을 살고자 하면 일단은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수업기간은 2년입니다. 남성과 여성반이 마련되면 남자반 책임은 안토니 사제가 담당하고, 여성반은 드보라 사제가 인도해 줄 것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장 결심하지 못할 경우는 어찌합니까?”
“마음에 결심이 굳혀질 때까지 하나님의 응답을 기다려야 하겠죠.”
“언제까지입니까?”
“응답이 주어질 때까지 낮과 달을 가리지 말고 기다려야 합니다.”
알로펜의 말을 들은 사람들 중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자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휴식시간이다. 압바스 총 주교의 안부를 전해준 청년이 알로펜에게 달려와서 ‘주교님, 저는 크데시폰에서 온 시몬입니다’ 하면서 다시금 답변을 듣고자 했다.
“크데시폰의 시몬이라. 그래요. 그대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주교님, 저는 난민의 신분으로 여기에 오지 않았어요. 주교님을 꼭 만나서 압바스 총 주교님의 유언을 전하려고 왔습니다.”
“뭐! 유언?”
“예, 미리서 남기시는 유언이라 하셨습니다. 아직도 건강하시지만 아들 알로펜의 소식을 듣고자 하십니다.”
“그런가? 차차 듣기로 하세…….”

“자, 다들 모이도록…….”
처음 모였을 때보다는 긴장감이 덜한 군중들이었다.
“여러분 긴장감을 가져야 합니다. 적진의 총알 앞에서처럼 목숨을 거는 결단이 있어야 해요. 신앙의 길은 목숨 거는 길이야.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흠모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아요. 주 예수께서 말씀하시기를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라고 하셨음을 명심하시오.”
 


•작가 조효근 : 1976년 『월간 문학』 신인상 소설 등단.
대학에서 세계교회사 및 종교사 38년째 강의. 본지 발행인.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