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당나라 景敎 _ 33

   
▲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초대의장 아라파트의 묘소(2013년 7월 필자 방문).


알렉산드리아가 이슬람을 받아들인 과정은 이러했다. 아라비아 이슬람 군대가 시리아의 다마스커스를 점령한 후 병력을 절반씩 나누어 각각 예루살렘과 수리아 안디옥을 공격해갔다. 그해가 AD 637년이다. 각 지역을 점령한 이슬람 군대는 다마스커스에 재집결 했다. 병력은 모두 4천여 명이다. 그들은 알렉산드리아로 향했다. 성문 앞에 이르니 생각했던 대로 알렉산드리아는 성문을 굳게 닫아 걸은 뒤였다. 아라비아 군대는 알렉산드리아 시민을 향하여 소리 질렀다.

“여러분 알렉산드리아 기독교여! 우리는 여러분과 같은 유일신 신앙을 합니다. 여러분은 지난날 동안 정통파 기독교를 자부하는 로마제국 교회로부터 많은 핍박을 받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핍박이 없습니다. 정통신앙을 뽐내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로마교회로부터 핍박을 많이 받았기에 여러분의 분노를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과 우리는 같은 동지요 같은 백성입니다. 문 여시오!”

이렇게 소리 지르자 알렉산드리아에서 반응이 왔었다. 하루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말이다. 아라비아 군대는 하루 뒤에 찾아오기로 약속을 한 후 군대를 멀리 물렸다가 다음날 알렉산드리아로 갔더니 이미 성문이 활짝 열렸고 아라비아 군대는 무혈입성을 하였다. 이것이 다마스커스 제자들이 전해온 내용들이다.

그렇다면 페르시아도 같은 방식으로 아라비아 군대 앞에 항복했을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페르시아는 로마제국과 300여 년 동안 국경을 마주하며 수시로 싸워온 제국이었다. 낮이면 로마 땅이었다가 밤이 되면 페르시아 영토가 되는 등 참으로 끈질긴 상대들인데 어떻게 해서 4천여 명의 군대를 끌고 가서 수도 크데시폰을 단숨에 점령하고 페르시아군을 산악지역으로 쫓아 보냈을까?

난민들 중 이슬람이 페르시아의 사상과 일치점을 찾아서 결합했을 것이라고 말한 장본인을 찾아보도록 안토니에게 지시한 알로펜은 여전히 서재에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마리아 교수가 잠시 들어와서 과일을 놓고는 말 한마디 붙여보지 못하고 뒷걸음질로 빠져나가 버린다.
안토니가 왔다. 그 혼자였다.
“못 찾았는가?”
알로펜이 물었다.
“아니요, 그 사람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그를 데려오지는 못했어요. 그는 주교님이 찾으신다 했더니 자기는 만나고 싶지 않다더군요.”
“왜 그럴까? 그의 신분은……?”
“자기 신분도 그저 피난민이고만 하더군요.”
“그래, 그럼 내가 그에게 가봐야겠군.”
“아니,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내일 아침 다시 찾아가면 모셔올 수 있을 겁니다.”
“그럴까? 그럼, 자네 지금 가서 유승에게 내가 부른다 해 주게.”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유승이 달려왔다. 그는 와서 장안 곳곳에 심어놓은 교회들이 뿌리를 내리는 것 같아 기분 좋아하면서 알로펜 앞에서도 표정관리를 하지 못하고 벙글싱글이다.
“이 사람, 뭐가 그리 좋은가?”
“아참, 제가 너무 경솔했군요.”
“아니야, 좋아하는 것을 보니 나 또한 기쁘구먼.”
“주교님! 제게 지시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다 해 주세요. 저는 언제나 스승님을 따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고맙구먼. 그런데 이번에는 좀 더 크게 수고해 주었으면 해요.”
“네, 스승님 말씀해 주세요.”

알로펜은 다시 한 번 생각을 정리해보고 있었다. 거듭 생각해도 유승이 가서 기초를 쌓아야 할 듯 하기도 하고…….
“스승님, 무슨 말씀을 망설이시는지? 아니죠. 제게는 비밀이 없으시죠?”
“그래, 그런데 금번 부탁은 조금 큰 계획이라서 쉬이 말이 안 나오는군.”
“아닙니다. 뭐든 말씀하세요. 저는 스승님께 언제나 ‘예’만 있잖아요.”
“그래, 내가 잘 알지. 그래서 내가 금번 페르시아 황태자 일행을 신라까지 모시고 가서 그곳에 복음의 씨앗을 심어달라고 자네에게 부탁하는구먼.”
“…….”

유승은 알로펜의 얼굴을 말없이 살피고 있었다.
“이 사람, 혹시 당황스러운가?”
“아닙니다. 제게 너무 큰 일감을 주시니 황송하여 잠시 할 말을 잃었을 뿐입니다. 저 주교님의 명령이면 그 어디든지 갑니다. 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유승, 정말 고맙소이다.”
“아멘입니다. 이 복음 가지고 우리는 저 하늘 끝까지도 갈 수 있습니다. 스승님! 언제 떠납니까? 그리고 제가 준비할 것은 무엇인가요?”
“머지않아 신라에서 사절단이 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때까지 피루즈 황태자의 가슴 속에 하나님을 향한 간절한 신앙을 심어야 합니다.”
“그렇겠지요.”

“내가 유승을 신라에 보낼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신라가 불교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가서 그들 불교도들과 사귐을 갖기에는 유승이 적임자라는 생각입니다. 더구나 결단력 있는 성품도 참고가 됐지요.”
“스승님, 저는 스승님의 뜻을 따라서 동방의 땅에 복음의 씨를 열심히 뿌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유승.”


다음날, 안토니는 페르시아 사람을 알로펜 서재로 인도했다. 피난민들 가운데 떠도는 말 중에 페르시아가 아라비아 이슬람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인 것인지도 모른다는 말을 안토니에게 했던 사람이었다.

“어서 오세요. 저 알로펜입니다.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네, 주교님! 저같이 보잘 것 없는 사람을 불러 주셔서 영광입니다. 저는 요수아입니다.”
“반갑습니다. 요수아 님. 페르시아에 이슬람 군이 진군해 올 때 요수아 님은 어디 계셨나요?”
“제 이름에서 느끼실 줄 압니다. 저는 유대인입니다. 페르시아의 크데시폰에서 삽니다. 그런데 이슬람 군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수도방위군이 전선을 형성했는데 그 다음날 전투다운 전투를 할 겨를도 없이 황제폐하를 비롯한 고위층들이 이란 고원지대로 피난 갔다는 소식을 이슬람 군 입성 하루 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뿐 아니라 크데시폰 사람이면 모두가 믿을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보았어요.”

“그렇군요. 그러나 저는 요수아 님의 판단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저는 이심전심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슬람의 유일신 사상과 페르시아 조로아스터교 유일신 사상의 상호 흡인력이 작용해서 그리 된 것이라고들 말입니다.”

“그래요. 그럼 요수아 님 판단은 어떻습니까?”
“제가 별도의 생각을 할 수 있나요. 다만 로마제국이 신흥기독교의 사상을 받아서 천년을 더 살고자 했듯이 페르시아도 유일신 아라비아 종교를 받아서 천년을 더 살고자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페르시아는 로마보다 더 정직하여 정치와 종교의 이원체제가 아니라 정치적 종교인 이슬람의 사상, 그리고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가 이슬람과 공동선을 지향함으로 로마제국보다 더 긴 수명을 페르시아는 갖게 될 것입니다.”

“지금 그 말에는 요수아 님의 생각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도 괜찮을까요?”
알로펜은 요수아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금방 알아보았다.
“글쎄요?”
요수아의 표정이 밝고 여유로워 보였다.
“아라비아 종교와 페르시아의 문명 가치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강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겠지요.”
“요수아 님, 그럼 피난이 필요 없지 않아요.”
“네, 잠시 태풍이 부는 기간이 지나면 페르시아 피난민들은 대부분 고국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참, 그러나 주교님의 기독교 신자들은 페르시아 귀국이 쉽지 않겠지요.”

알로펜은 아라비아 종교와 페르시아 정신사가 만나면 페르시아는 이집트 세력과 합치게 될 터이니 로마와 로마의 기독교에게는 힘겨운 타격이 되리라는 생각을 했다.
“요수아 님은 앞으로 어찌 지내시렵니까?”
“네, 저는 대책이 없습니다. 고국으로 가서 이슬람을 성전으로 모시기는 힘들 터이니 산천 유람이나 하며 친구들이나 만나보렵니다.
“하아, 그럼 여기서 저와 먼저 친구 하시죠.”
“아이쿠! 무슨 말씀. 주교님을 어떻게 친구 삼습니까?”
“겸양이 지나치십니다. 우리는 서로를 소개하지 않아도 친구가 된다는 느낌이 제게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저 배고픈 나그네 하나로 대접해 주시면 종종 뵈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마다요. 저는 불편 없이 요수아 선생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갈까 합니다.”
“무슨 말씀을요. 좀 더 계시다가 식사를 함께 하고 가시죠.”

그러나 요수아는 한사코 돌아가겠다고 했다. 안토니가 요수아를 바래다주기로 했다.
조로아스터교가 이슬람과 통합종교는 불가능하겠으나 페르시아가 이슬람의 새 기운을 원해서 문을 열었고, 이집트 역시 낡은 기독교 정통파들에게 미움 받던 중 이슬람이 마치 새 신랑 찾아들듯이 들어와 합치고 말았다. 절반을 또 놓치게 된 기독교의 앞날이 걱정되는구나. 알로펜은 요수아가 떠난 뒤에도 자기 생각을 거듭 정리해보고 있었다.

 

•작가 조효근 : 1976년 『월간 문학』 신인상 소설 등단.
대학에서 세계교회사 및 종교사 38년째 강의.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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