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전체에 흐르는 하나님의 구원사 풀이, 언약 속에 담긴 계시 제시

“〈약속과 구원〉은 성경을 ‘하나님의 관점’에서 본다는 철저한 기준으로 하나님의 구원사의 맥락에서 짚어가면서 인간과 맺은 언약 속에서 계시되는 하나님의 모습을 제시”


요즘 국무총리 후보자의 ‘하나님의 뜻’ 발언이 논란이 되어 한바탕 떠들썩했다. 기독교적인 맥락 안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뜻’을 사회적 잣대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주장과 함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하나님의 뜻’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성경 속 선지자도 ‘하나님의 뜻’을 오해한 대목이 있다?
 

   
▲ 〈약속과 구원 1,2,3,4〉 S. G. 더흐라프 지음/스데반 황 옮김/평단 펴냄

‘자기 왕위를 이어 왕이 될 맡아들을 데려와 성 위에서 번제를 드린지라 이스라엘에 크게 격노함이 임하매 그들이 떠나 각기 고국으로 돌아갔더라’(왕하 3:27).

언뜻 봐서는 이해가 쉽지 않은 대목이다. 내용은 이렇다. 이스라엘은 독립한 모압이 조공을 바치지 않자 이스라엘과 유다, 에돔으로 형성된 연합군으로 전쟁을 일으켜 모압에 대한 응징에 나섰다. 당시 선지자였던 엘리사는 연합군을 향해 ‘하나님의 뜻’을 앞세워 모압을 전멸시킬 것을 명령했다. ‘모든 성읍을 멸하고 열매 맺는 나무들을 베며 우물들을 막고 돌로 밭들에 흩으라…’. 그야말로 모압 모든 땅을 폐허로 만들라고 명한 것이다.

엘리사의 조언대로 이스라엘 연합군은 그 땅을 거의 파괴했고, 오직 모압의 수도인 길하레셋만 남은 상황, 궁지에 몰린 메사 왕이 자신의 왕위를 이을 성년이 된 그의 장자를 성벽 위에서 모압 신 그모스에게 번제로 바쳤다. 그 순간 하나님의 진노가 모압에게? 아니, 이스라엘 군대에게 나타나 이스라엘의 많은 병사가 죽게 되었고 군대는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모압 왕이 자기 아들을 희생시켜 모압 신에게 번제로 바친 일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진노를 내리셨다…. 하나님의 뜻은 과연 무엇일까?

〈약속과 구원〉의 저자 S. G. 더흐라프(1889~1955)는 “엘리사의 조언은 여호와 선지자의 조언이 아니었다”며 결코 모압 진멸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다고 잘라 말한다. 저자는 엘리사가 민족주의적인 열정에 사로잡혀 ‘하나님의 뜻’과 상관없이 모압을 향해 진노를 퍼부었고 그것은 ‘하나님의 진노’와 전혀 상관없는 것이었다고 풀이한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뜻은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하나님께서 진노하신 이유는 아무런 근거 없는 이스라엘의 만행과 파괴행위 때문이었다”고 짚었다. 저자는 “자기 아들을 헛되게 번제로 드린 이방 왕보다 이스라엘이 더 나은 것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주의 은혜의 목적은 온 땅을 구원하여 복을 내리는 것”이고 이스라엘이 진멸한 모압 땅 역시 여호와의 것임을 분명히 한다.

하나님의 구속사의 맥을 따라 성경을 풀어가는 〈약속과 구원〉 네 번째 책이 최근 번역·출간돼 구약편이 마무리됐다.

〈약속과 구원〉은 성경을 ‘하나님의 관점’에서 본다는 철저한 기준으로 하나님의 구원사의 맥락에서 짚어가면서 인간과 맺은 언약 속에서 계시되는 하나님의 모습을 제시한다. 책 1, 2권에서는 창조부터 가나안 정복까지(창세기~여호수아) 홍수심판, 아브라함, 욥, 이삭, 야곱에 대한 일관성 있는 이야기를 통해 역사 속에서 하나님이 어떻게 자기 자신을 언약으로 계시하셨는지에 대한 안목을 열어준다.

이스라엘 신정국가의 실패(사사기~에스더)를 살핀 3, 4권은 사사시대에서 시작해 에스더까지 구약의 역사를 구속사의 관점으로 그렸다. 이스라엘의 형성과 신정국가 건설 및 신정국가 실패, 그리고 바벨론 포로로 끌려가 고통당하며 그 후 다시 예루살렘으로 귀환하기까지의 사사와 왕들의 이야기에서 하나님이 언약을 어떻게 체결하시고 타락한 인간을 회복시키시는지 보여준다.

암스테르담의 복음 설교자였던 저자는 설교강단에서 성경 해석이 인간중심으로 흐르는 것에 대해 경고했다.

저자는 “사람의 죄의 기질에 맞추어서 성경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옳은가?”라고 반문하면서 “하나님의 자기계시가 역사 가운데 어떻게 펼쳐지는지, 그리고 그 계시에 대한 인간의 반응이 어떠한지를 특별히 말해야 한다”고 강조, “하나님이 구약과 신약에서 자신을 계시하는 그대로 그리스도를 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신약부분도 1, 2, 3권이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정찬양 기자
 

   
▲ 오늘날의 세겜 마을. 세겜은 하나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언약과 계약을 맺는 중요한 장소로 공동운명체적인 결단을 할 때 모였던 곳이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