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복음주의권의 충격적 입양 실태 파헤친 〈구원과 밀매〉 펴낸 뿌리의 집 김도현 목사

구원을 빌미로 자행되는 사기 입양, 잘못된 신학·신앙 양태 폭로
입양 미화·장려보다 친생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양육시스템 제시

 

   
▲ 김도현 목사

한국은 6·25 전쟁 당시 전쟁고아들이 해외로 입양되면서 고아 수출 1위 국가라는 오명을 얻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국내 입양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고, 사회적으로나 기독교 일부에서도 입양을 ‘선한 일’이라며 권장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입양을 성경의 ‘고아 돌봄’으로 해석하며 ‘천국 가는 점수 쌓기’의 일환으로 여기는 그리스도인들의 ‘필요’에 따라 입양이 산업화 되고, 밀매, 납치 등의 방법으로 ‘공급’(?)을 늘리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면?

한국계 해외 입양인의 게스트하우스이자 친생가족 양육 시스템 정착을 위한 담론과 방안을 모색해 온 뿌리의집(원장 김도현 목사)은 입양의 어두운 실체를 다룬 책 〈구원과 밀매〉를 번역, 발간했다.

탐사 전문 저널리스트 캐서린 조이스가 쓴 〈구원과 밀매〉는 국제간 아동 입양 세계의 사건들과 그 배후에 대해 4년간의 취재와 200건 이상의 인터뷰를 정리한 밀착 탐사록이다. 2010년부터 급증한 미국 복음주의 교회들의 입양운동 수요를 맞추기 위해 자행되어온 ‘날조된 고아’, ‘서류상 고아’ 등 입양 사기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파헤쳤다. 책은 통상 선하고 아름다운 일로 알려진 입양 세계의 현실이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사실상 인신매매에 가깝고 종종 아동 학대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면밀하게 입증해 냈다.

# ‘입양 신학’의 오류

책은‘입양 선교’라는 포장에 가려진 산업화 되어버린 입양의 어두운 면을 면밀히 밝히는 한편 그 근저에 자리하고 있는 미국의 복음주의권에서 전파하는 ‘입양 신학’과 그것을 깊이 성찰하지 않고 실행에 옮기는 신앙인들의 오류를 짚는다.

‘입양 신학’이란 “그리스도인은 ‘자기 집을 선교 현장으로 만들고’ 신앙을 아이 세대에 이어줌으로써 입양된 아이를 두 번 구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에 따라 어떤 교회의 신자들은 불과 몇 년 사이 100명이나 되는 아이를 입양했고, 저자가 입양의 문제에 눈뜨게 한 ‘샤론’이란 그리스도인은 7명의 자녀를 둔 상태에서도 부부의 노후자금을 모두 털어 세 명의 아이를 3개 국가에서 입양했다. 〈목적이 이끄는 삶〉으로 잘 알려진 새들백교회의 릭 워렌 목사도 ‘고아를 위한 그리스도인 세계연맹’을 통해 입양운동을 활발히 펴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교회 입양운동이 복음주의 신자에게 구원할 아이들을 찾아 나서라고 열심히 권하다보니 이에 따라 더 많은 ‘고아’가 양산되었다”는 것이다. 그 속에는 가족이 전혀 없는 것처럼 신분세탁으로 위장된 아이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그리스도인들이 ‘구원’을 빌미로 그것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입양운동의 이면에 생모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외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주시한다. 저자는 “국제 입양이나 국내 입양, 교회 입양의 잘못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생모를 어떻게 대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입양은 한결같이 마치 생모가 없는 것처럼 진행된다”는 입양기관 책임자의 말을 통해 ‘선한 일’로 둔갑한 입양의 부조리를 고발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자기희생을 감수하며 결행하는 입양에 대해 ‘밀매’라고 말하는 것이 가혹해 보이는가. 하지만 미국과 아이티, 우크라이나, 과테말라, 에티오피아, 라이베리아, 르완다, 한국 등을 오가며 가난을 이유로 가족이 함께 살 권리를 박탈당하는 현장의 이야기, 거액의 입양 수수료로 그 가족을 돕기보다는 ‘소명의식’에 휩싸여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을 거래의 대상물로 만들어버리는 등 그동안 ‘입양’이란 두 글자를 아름다운 단어로 둔갑시킨 이면의 현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 친생가족과의 격리가 구원?

   
 

책을 펴낸 뿌리의집 원장 김도현 목사는 아이들이 친가족과 친생모의 품에서 자랄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을 주장해온 가운데 “여성과 아동의 인권이 입양의 선의에 의해서 훼손되는 일이 없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며 책 펴낸 이유를 밝혔다.

한국의 해외입양은 6·25 전쟁 이후부터 시작돼 60여 년 동안 이 땅에 태어난 혼혈아동, 빈곤가정 아동, 미혼모 아동들이 해외로 입양됐고, 지난해에도 해외로 755명, 국내로 1,115명이 입양됐다. 이 중 90%가 미혼모가 낳은 영아들이다.

자신이 태어난 땅에서 살 권리를 박탈당한 이들이 이 땅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뿌리의 집이 추구하는 바, 뿌리의 집은 그래서 매년 5월 11일 정부가 제정한 ‘입양의 날’에 반대하며 ‘싱글맘의 날’을 만들어 지켜오고 있다. 입양을 무조건 권장하고 축하하기 이전에 친생가족 간 결별의 아픔도 더불어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몇몇 입양 신학의 창발자들이 성경 속에서 그 근거로 제시하는 부분은 바로 모세의 경우이다. 그러나 김 목사는 “구약과 히브리 전통에는 아동을 친생가족의 품으로부터 완전히 단절시켜서 새로운 가정의 구성원이 되게 하는 아동 양육 제도는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성경의 ‘고아와 과부를 돌보라’는 가르침도 그들을 하나의 가족단위로 돌보라는 것이지 친생가족, 친생모와 격리되어 문화와 언어, 인종이 다른 세계로 데려가는 일을 실천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책은 주로 미국 남부침례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복음주의 기독교의 ‘입양 신학’의 오류를 드러내고 있지만, 한국이 이들에게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은 아동(20만 명 이상)을 보낸 입양 송출 국가라는 점에서, 그리고 한국의 기독교가 미국 복음주의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 책은 그저 남의 일로 치부하고 지나가기엔 무게감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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