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신학의 한계 지적하며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 〈기독교는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는가〉
제임스 데이비슨 헌터 지음/배덕만 옮김/
새물결플러스 펴냄

“변화의 시선을 세상에 고정시킬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이 그들의 삶에 하나님이 역사하시고 성령이 여전히 활동하신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근본적인 변화는 시작된다”


“신실한 현존의 신학은 우리 주변 세계에 참여하는 신학이다. 그것은 헌신의 신학이자 약속의 신학이다. 이 신학의 개념은 지극히 단순하지만, 내적 함의는 교회의 문화 참여에 대한 지배적 패러다임에 도전한다. 근본적으로 신실한 현존의 신학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신실하게 현존하시며, 그분에 대한 우리의 소명이 우리도 그분에게 신실하게 참여(presence)하는 것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교회는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온전히 이뤄지도록 그리스도인들에게 세상 변혁을 소명으로 가르친다. 하지만 기독교 강국이었던 미국을 비롯해 그로부터 복음을 받아들인 한국교회 역시 ‘위기’라는 진단 속에서 과연 기독교의 세상 변혁은 어떻게 가능할까. 책은 이 부분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목적지에 도달하려면 먼저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는 것이 첫 걸음이다. 저자는 그동안 기독교가 하나님의 계획인 ‘세상 구원’을 자의적 해석으로 어떻게 왜곡시켜왔는지를 책 절반 분량을 할애하며 조목조목 짚어낸다.

저자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 정치신학의 한계와 가능성’이란 부제가 붙은 책에서 기독교에 있어 세계 변혁을 추구하는 가장 대중적인 모델들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그는 각 모델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전제와 특징을 분류하고, 기독교인의 삶과 사유에 나타나는 권력과 정치의 본성을 탐구, 왜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노력이 오히려 세속화를 가중시키는지에 대해 추적한다. 저자는 대부분의 기독교적 세계변혁 모델들은 기독교가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변화시키면 도덕적으로 타락한 세상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해 만들어졌지만 그 모델들은 본래 오염된 바탕에서 시작되었기에 세계변혁을 창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그 이유로 세계변혁을 창출하려는 그리스도인들의 전략에 정치적 권력이 숨겨져 있음을 지적, 책에서는 찰스 콜슨, 짐 월리스, 스탠리 하우어워스와 같은 오늘날 미국 기독교에서 영향력을 인정받는 지도자들을 포함해 기독교 우파와 좌파, 신-재세례파의 정치 신학에 정곡을 찌르며 문제점을 파헤친다.

저자는 이 세 가지 정치 신학들은 자기들이 해결하려고 고안했던 많은 문제를 역설적으로 더 악화시켰고 더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대위임령을 정치권력과 연계시키며 복음의 메시지를 훼손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기독교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신실한 현존(faithful presence)’이라는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주목할 것은 이것이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욕구가 아니라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려는 바람에 기초한다는 데 있다. 즉, 기독교의 ‘세상 변혁’ 노력이 자칫 인간적인 욕심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을 주지시키면서, 변화의 시선을 세상에 고정시킬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이 그들의 삶에 하나님이 역사하시고 성령이 여전히 활동하신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근본적인 변화는 시작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하나님의 말씀은 오늘도 항상 재연되고 있는 것을 밝히면서 “성육신이 해체의 도전, 즉 말과 세상 간 신뢰의 부식 및 그것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유일하게 적절한 대응”이라고 제시한다.

‘신실한 현존’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신앙 공동체에서뿐 아니라 공동체 밖의 사람들에게도 온전한 존재로 서로를 찾고, 동일시하며, 우리 삶을 각자의 희생적 사랑을 통한 번영을 위해 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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