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기독교(景敎) _ 37

   
▲ 헤브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재래시장 골목

“알겠습니다. 알 뿐 아니라 저는 주교님의 파격적인 사상에 푹 빠져서 이제 죽어가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잖아요. 그래서 초코에 가실 계획은 좀 더 뒤로 미루세요. 현재는 주교님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복음으로 교육시키시는 일이 급합니다.”
“좋아요. 마리아의 간청으로 알고 계획을 바꾸어 보지요.”
“고맙습니다. 주교님! 그런데 당나라가 고구려를 치면 반드시 이길까요? 고구려는 당나라보다 강하던데 당나라는 무엇을 믿고서 서두르는지…….”
“당나라는 전 왕조인 수나라보다 강합니다. 보세요. 당나라는 우리 기독교는 물론 마니교나 조로아스터교, 그리고 불교까지도 모두 받아들이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맹목 이상의 자신감이 있어요. 지금 북방족의 대표적 세력인 돌궐이 서돌궐과 동돌궐로 분열되고 있어요. 당나라는 신라와 연합하여 고구려의 배후를 치려고 합니다. 당태종의 계획은 치밀합니다. 또 있는 것 같아요. 지금 고구려와 연맹관계도 있는 북방족들, 거란·말갈·여진 등이 고구려와 합세하고 있는데다가 세월이 가면 저들 북방족들이 고구려와 더욱 강한 연대감을 갖게 되고 더구나 한반도의 신라나 백제까지 고구려가 지배하게 되면 당나라로서는 영영 고구려를 다룰 수 없게 될 것까지 우려하면서 서두르는 같아요.”
“그래요. 주교님은 언제 그런 비밀한 내용을 알아내셨나요?”
“그냥 내가 생각해 본 것이지.”

“그래도 그럴 듯하네요. 주교님도 때를 잘 만났으면 제왕이 되셨을 것인데…….”
“무슨 소리요, 나는 이미 제왕입니다. 주님의 나라를 최소한 중앙아시아와 중국 고구려와 신라는 물론 일본까지의 동북 아시아 세력과 인도와 페르시아 일대까지 예수의 복음을 전파할 제왕적 계획을 갖고 있어요.”
“그게 가능할까요?”
“그렇소. 이미 주 예수께서 우리보다 앞서서 준비하고 계십니다. 보세요. 며칠 후이면 피루즈 황태자 일행이 신라로 떠납니다. 그리고 고구려는 황제께 말씀드려서 황제의 안녕을 위해서 종군시킬 계획입니다.
“그리고는요.”
“이미 우리가 씨를 뿌려둔 사마르칸트를 중심한 중앙아시아와 쿰바홀이 기반을 강화시키는 초코의 전도자들을 북방 지대로 보낼 준비를 하고 있잖아요.”
“주교님, 좋습니다. 우리를 추방시킨 로마제국의 행동에는 하나님의 비밀이 담겨 있었다는 느낌이 드네요.”
“그래요.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네스토리우스를 정죄하고 추방한 깊은 뜻은 복음을 온 세상에 전하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이 숨겨져 있었다고 볼 수도 있네요.”
“그럼요, 이제 우리는 당나라 말을 더 익히고 교리와 사상에 있어서 자신감을 갖게 되면 중국인들을 많이 훈련시켜서 우선 고구려와 신라, 그리고 백제는 물론 일본까지 중국인들을 앞세워서 선교활동을 시킵니다. 우리들은 서역을 중심하여 인도와 페르시아 그리고 중앙아시아 드넓은 무대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마리아는 일어서서 차를 준비하고 있었다. 한 번쯤 꼭 껴안아 주고 싶은 알로펜, 열다섯 살 어린아이였을 때 만나서 오십년이 넘도록 연모하는 마음에서 한 발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바보라며 그것을 스스로의 선택이려니 하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마리아여, 왜 혼자서 웃는 것인가요? 왜요!.”
“알고 싶어요. 육십년 가까이를 바라만 보고 있으니 내가 바보라는 것입니다. 바보, 멍청이…….”
“허어, 그건 아니죠. 나는 성녀로 봅니다만…….”
“그래요. 성녀가 되어 드리죠. 거룩한 꿈속에서 사시는 주교님을 바라만 보는…….”
마리아는 순간, 감정이 주체할 수 없이 엉클어진다. 그는 알로펜 가까이로 가서 그의 두 어깨를 몇 번 주물러 주었다.

알로펜이 몸의 자세를 바꾸어 마리아를 마주 바라본다. 그의 가슴속에서 불덩이가 솟구쳐 오른다. 그는 그러나 눈을 감은 채 조용히 기다렸다. 그들 서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것 같았다. 그들은 꼼짝을 하지 않고 있다가 마리아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언제쯤 은퇴할 수 있을까요?”
“은퇴, 왠말이오. 은퇴라니……?”
“100살까지 이렇게 살지는 말아야지요.”
“100살까지…… 뭐가요? 뭐가 그리 심각해요.”
마리아가 두손으로 알로펜의 양 어깨를 짚고서 나직하게 말했다.
“우리가 일선에서 물러나면 그때부터 주교님은 내 사랑이에요. 내가 봐 드리는 겁니다.”
“허참,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내버려 뒀으면서 새삼스럽게 무슨 말씀을…….”
“주교님, 꼭 그렇게 말씀을 해야 직성이 풀리겠어요?”
마리아의 눈가에 눈물이 돌고 있었다.

“잘 알지요. 마리아가 나를 지켜주었기에 이 늙은이가 피곤한 줄도 모르고 살아 있는 것을 나는 잘 알지요. 알고 말고요.”

알로펜이 가까이 가서 어깨를 두드려 주려 했더니 마리아는 저만치 가서 말했다.
“주교님, 페르시아 지역의 네스토리우스파 신도들이 몇 백만명쯤인지 알고 계셔요?”
“갑자기 그 말은…….”
“그들은 왜 페르시아를 지나서 저희처럼 중국 진출을 하지 않았을까요?”
“내가 알기로는, 페르시아는 내 부친 압바스 총주교 등 보수파들이 페르시아로 만족하는 듯 해요.”
“아마, 지금까지는 공존하겠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슬람의 텃세에 휘둘리겠죠.”
“그럼 페르시아 교회들을 중국으로 불러오면 어떨까요?”
“아니야, 그건 안되요. 그러나 중앙아시아 일대로 이동하여 생존하게 해야죠.”
“주교님, 초코에 꼭 다녀오고 싶으세요?”
“못간다면서요?”
“혹시 초코행의 타당성이나 건강관리하시는 자세를 살핀 후에 제가 최종 판단하겠습니다.”
“네, 네. 마리아 누님.”
“제 멋대로 부르네. 교수님, 선생님, 수도사님, 이제는 누님까지….”

그때 안토니가 알로펜 주교를 뵙자고 하였다.
“왠일인가?”
“죄송합니다. 낮에 말씀 드렸던 피난민 중에서 사람을 고르는 것이 어떨까 해서요. 저들에게 선택하게 한다는 것이 조심스럽군요.”
“그런가? 그럼 내일 하루쯤 오리봉 건물에서 그들과 지내면서 그들의 성품을 살펴보구려.”
“그렇게 할까요. 저도 그 생각을 하면서 찾아 뵙자 했습니다.”
“사람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집니까. 시간도 필요합니다.”
“네, 그렇게 하면 가능합니다.”
“사람 만들기란 쉬운 게 아니오. 많은 연단과 시행착오 등을 거쳐서 되어지는 거지요.”
“네, 저를 생각하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제야 간신히 턱걸이 중이잖아요.”
“안토니 사제는 참 말씀이 고와요.”
마리아가 한마디 얹었다.

“별 말씀, 과찬입니다. 전 아직 멀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두 분 말이 다 맞습니다. 아브라함의 예를 든다면 그는 75살에 진리를 찾아서 길을 나섰으나 많은 시련을 겪지요. 그가 하나님의 제단에 100살에 얻은 이삭을 바칠 때가 몇 살인 줄 아세요?”
“…….”
“…….”
대략 110살 정도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삭을 ‘아이’로 호칭했으니 유대인 성년나이인 13살은 아직 아닌 것이 분명하고, 그러나 제단에 불을 피울 나뭇단을 지고 간 것을 보면 많이 어린 나이가 아닐 듯해요. 그래서 이삭이 모리아 제단에 제물로 바쳐질 때의 나이가 10살에서 12살, 그러면 그때 아브라함 나이는 110살에서 112살쯤이었을 거예요. 그때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내가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창 22:12) 하신 것을 보면, 아브라함처럼 천재적인 하나님의 인물도 110살 무렵까지 하나님께 훈련을 받았으니 우리들은 아직 멀었소이다. 더욱 공부하고 겸손하여 하나님이 사용하기 불편치 않은 인물이 되어야 합니다.
“저희들은 명심하겠습니다.”
“나도 명심하겠습니다.”

그들 셋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냥 웃었다. 아직도 우리는 배움의 과정에 있다 생각하니 모두 가벼운 마음으로 웃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들의 구도 과정이 늘 물이 흐르듯이 부담스럽지 않아야 해요. 냇물이 흘러 강으로 가고 강물이 모여서 바다로 가듯이 끊기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특별히 명심하겠습니다.”
안토니가 뒷머리를 긁으면서 머리를 조아렸다.
“저는 어떻고요. 저는 주교님을 바라보면서 살아가고 있잖아요. 주 예수님을 바라보아야 할 몸이 바윗돌 같은 남자 하나를 향하여 산답니다.”
“교수님, 그러십니까? 주교님을 바라봄이 주님 뵙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늘 주교님은 내 몸에서 예수 나타나기를 원한다 하시거든요. 부럽습니다. 저는 두 어른을 따라서 주 예수의 길 따르듯 하겠습니다.”
“좋아요. 우리들 다 좋아요. 날마다 주님 배우면서 가는 길이죠. 페르시아 난민 출신들이 쉽게 따르지 않는다 해도 조바심 갖지 마세요. 인물은 주님이 만드시고 또 주님이 기르십니다.” 
 

 

•작가 조효근 : 1976년 『월간 문학』 신인상 소설 등단.
대학에서 세계교회사 및 종교사 38년째 강의.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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