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기독교(景敎) _ 39

   
▲ 그루지아 정교회 본부-오늘은 그루지아 정교회 총대주교가 오시는 날.


“당시는 자기 세력을 따로 가진 지도자가 이단이 되면 따르는 자들이 모두 정리되었지요.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해서 네스토리우스는 자파로 분류되는 안디옥 등지의 신자들은 보호해 달라, 나 혼자서 내 죄를 감당케 해 달라, 내가 그동안 황제 폐하의 은혜를 입은 것을 가상히 여겨서 신자들은 죄에서 분리시켜 달라고 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에 대한 깊은 배려가 없었던 것입니다.”


자기관리 부족이라……. 네스토리우스파 목사 카라손은 잠시 망설이게 된다. 그는 페르시아 네스토리우스파 총주교인 압바스의 친아들인 알로펜 주교의 반응에 놀랐다. 네스토리우스파에 대한 견해야 그렇다 치고 자기의 친아버지에 대한 평가에 차디찬 냉기가 서려있다 싶으니 더 놀라게 되었다.

“주교님, 부친에 대한 인간적인 주교님의 표현이 매우 당혹스럽군요.”
“그렇습니까? 부친이지만 동로마교회 총대주교였던 네스토리우스 냄새가 부친에게서 느껴지기에 제가 표현을 조심스럽게 하지 못했네요. 그러나 제 나이도 70살을 앞에 두고 그동안 많은 과정이 있었답니다.”
“그러시군요.”
“그리고 지금 저와 함께 아시아 기독교를 구상하는 동지들은 네스토리우스 당시보다 더 협소한 페르시아 기독교의 수준을 뛰어넘자고 했습니다.”
“아시아 기독교라니, 무슨 말씀이세요?”
“아, 네. 현재 지구상의 구조로 볼 때 아시아와 유럽으로 크게 나뉠 수 있다고 보아서 저희는 유럽적 기독교의 한계를 극복하는 아시아형 기독교를 목표하고 있습니다.”
“아, 그럼. 주교님은 아시아형 기독교를 어떻게 말씀하고 계시는지요?”

네스토리우스가 안디옥교회 감독으로 있을 때, 황제 데오도시우스 2세가 그의 순수한 열정은 물론 탁월한 설교의 능력을 높이 인정하면서 제국 최고의 교회인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로 임명했다(AD 428년). 연륜과 실력이 좋은 인물들을 뛰어넘어 비교적 젊은 축으로 분류되는 그가 총대주교 자리에 앉는다는 것은 네스토리우스에게는 감히 황송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데오도시우스 황제에게 ‘내가 최선을 다해서 이단 세력들을 잡아서 황제 폐하께 바치겠습니다’라고 의욕에 찬 충성을 보이기까지 했다. 생각을 고르던 알로펜이 입을 열었다.

“저는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가 성품적으로 늘 자신감 지나치게 앞섰다고 봅니다. 그는 한 번 기독론 설교를 하면서 예수님이 신성과 인성을 함께 보유하신 분임을 설교했어요. 그는 신성과 인성이 예수 안에 계시지만 어떤 때는 신성이 더 강하게 드러나고 어떤 경우는 인성이 더 크게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기독론을 설명하다가 정적들로부터 ‘봐라 네스토리우스는 신성과 인성을 분리하는 잘못된 교리를 가졌다’고 지목돼 고발당했어요.”
“그게 뭐가 문제입니까?”
“신성과 인성이 어떤 때는 이렇게, 또 저렇게라 했으니 정통교리에 도발하는 식이 되었어요. 아마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는 신성과 인성의 두 존재가 한 분의 성격임을 못 믿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인간의 눈에 일종의 착시 현상으로 그렇게 보일 뿐인데 너무 무리하게 해석을 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를 볼 때 그분의 성격에 ‘나는 무엇이든지, 얼마든지 다 해낼 수 있다’는 자부심 또는 오만이 자리 잡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군요.”


“저는 늘 전문성을 중히 여깁니다. 우리 기독교가 로마제국으로부터 박해 중지령을 받아냈을 때 전문적인 지도자 양성소를 만들어서 가능성이 있는 두뇌들을 가르쳤어야 했습니다. 기독교의 교사나 목사 또는 감독으로 지위를 얻으면 바로 그때부터 10년 정도쯤 복음의 전문적인 실력을 길러야 합니다.


카라손 목사뿐 아니라 이야기를 듣는 모두가 알로펜의 기독론 접근법이 겸허하고 조심스럽다고 여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스토리우스는 에베소 종교회의가 소집된 431년 6월에 또 실수를 합니다. 당시 자파의 대의원들 일부가 일기불순으로 미처 도착하지 못했어요. 그때도 상대편인 자기를 고소한 알렉산드리아파 키릴루스 주교 측에 회의 연기 요청을 하고, 또 가능하면 제시간에 온 대의원들이 회의장으로 가서 대기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네스토리우스는 도착하지 못한 자파 숫자가 더 많으니 회의는 자동 연장되겠지 했습니다. 그러나 키릴루스는 네스토리우스파가 참석지 못했으나 비상회의를 진행하고 네스토리우스 총주교의 이단정리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자기를 지지하는 에베소 교회 멤논 감독의 신자들을 동원하여 밤새도록 에베소 시내로 다니면서 네스토리우스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가 이단으로 정죄되었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때,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는 황제에게 긴급청원을 했어야 옳습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는 자기 세력을 따로 가진 지도자가 이단이 되면 따르는 자들이 모두 정리되었지요.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해서 네스토리우스는 자파로 분류되는 안디옥 등지의 신자들은 보호해 달라, 나 혼자서 내 죄를 감당케 해 달라, 내가 그동안 황제 폐하의 은혜를 입은 것을 가상히 여겨서 신자들은 죄에서 분리시켜 달라고 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에 대한 깊은 배려가 없었던 것입니다.

당시 네스토리우스가 정죄 추방당할 때 그를 따르던 크고 작은 지도자나 신자들이 모두 추방되어 어떤 이들은 네스토리우스 정죄 추방의 여파로 로마제국 기독교 신자 절반으로 줄어든 것 같았다는 말들을 하기도 했었어요.”
“저도 주교님의 견해에 동의합니다. 주교님은 지도자의 지혜를 말씀하고 계시는군요. 저도 좀 더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그래요. 지도자는 예수를 대신하는 일이고, 기독교는 하늘나라를 대표하는 것입니다. 저는 로마 교회로부터 네스토리우스파로 분류된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네스토리우스파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

“아까 말씀드린 대로 아시아파로 불리는 것이 좋습니다. 동방이라는 표현도 있으나 동방은 페르시아, 아르메니아, 인도의 교회들을 말하니까 아시아파는 지구의 절반이요 그래서 유럽파와 함께 대등한 기독교의 틀을 만들어가면서 우리들은 하나인 것을 말하고자 합니다. 유럽이 없으면 하나가 될 수 없고 아시아가 없어도 하나가 될 수 없는 유라시아형 기독교 사상과 문화의 틀을 지금부터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주교님, 알겠습니다. 아시아형 기독교의 사상과 품위를 이루어내시는 데 저도 적극 참여하고 금번 저와 같이 피난 온 친구들 십여 명도 제가 가서 주교님 앞으로 끌고 와서 아시아형 기독교를 일구어가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그러나 너무 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기독교가 등장한 지 6백여 년 되어서 아라비아에서 이슬람이라는 강력한 대응 종교가 등장했습니다. 그들은 마치 사막의 태풍처럼 또는 요원의 불길처럼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교세를 확대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교세 확장은 기존의 기독교 기반을 유린하면서 기고만장하고 있으니 우리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 가르쳐 주세요. 주교님.”
“네 좋습니다. 저는 늘 전문성을 중히 여깁니다. 우리 기독교가 로마제국으로부터 박해 중지령을 받아냈을 때 전문적인 지도자 양성소를 만들어서 가능성이 있는 두뇌들을 가르쳤어야 했습니다. 기독교의 교사나 목사 또는 감독으로 지위를 얻으면 바로 그때부터 10년 정도쯤 복음의 전문적인 실력을 길러야 합니다. 또 조심해야 할 것은 신자들에게 국교 제시라는 방법이 그렇게 좋은 방식이 아닙니다. 로마 제국 AD 392년에 데오도시우스 황제가 로마의 국교선언을 해버려 로마제국에서 태어나서 사는 사람들은 모두 기독교인이 되는 방식이었으니, 아마 그때부터 기독교는 진리를 아는 것도, 신자의 품격 있는 신앙 양심을 지키는 것도 포기한 상태여서 로마제국은 기독교 국가이면서도 무종교 국가나 다름없이 되어버렸어요. 역설적으로 말해서 말입니다.”

“네 주교님! 기독교 국가는 무종교국이나 다름없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럼, 지금 중국에서 선교를 시작한 알로펜의 아시아 기독교는 향후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 가기를 원하고 계십니까?”
“저는 머지 않아서 돌궐족이 중국에게 완전히 패하고 나면 중앙아시아로 집결하리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서역지역의 초코국이나 사마르칸트 등 키르기스 족이 점유하고 있는 곳이 매우 중요한 기독교 훈련지역들이라고 봅니다. 현재 당나라 장안은 조심스러운 지대입니다. 그러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훈련을 강화해 가려고 합니다.
“저도 진심으로 동의하면서 동지들을 찾아보겠습니다.”
“고맙소이다.”

알로펜은 당태종의 고구려 침공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다. 고구려의 싸움에서는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라 전쟁 후가 더 걱정이 되었다. 평생 전쟁터에서 살아왔지만 황제가 직접 지휘하는 전쟁 치고 쉽사리 끝나는 법이 없었다. 왜냐하면 실력이 넉넉지 못함을 미리서 노출한 것과 같다. 만약 당태종이 힘이 다하면 당나라에도 변화가 올 것이고 알로펜 역시 뒤를 이를 황제와의 친분을 갖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있다.

“저는 한번 피난민 중에서 크리스천이 있을 경우 그들을 모아서 교육을 마치고 잠시 서역에 다녀올 생각을 하고 있어요. 여러분의 간절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카라손 목사는 페르시아 난민들에게 여기서 알로펜의 신학강좌를 배우고 언젠가는 조국으로 돌아가서 조국의 기독교를 재건하자고 호소하기로 했다. 
 

•작가 조효근 : 1976년 『월간 문학』 신인상 소설 등단.
대학에서 세계교회사 및 종교사 38년째 강의.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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