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준비 중 멘토의 충고 “성도들 헌금으로 먹고 살 생각 마라”
세상과 부딪치며 하나님 뜻·삶 속 예배·전도의 이유 더욱 선명해져


“세상 속에서 넌 크리스천들과 섞여 사는 것이나 일터에서 관습을 탈피하고 신앙양심을 지켜내는 일은 날마다 ‘믿음’을 사용해야 하는 도전의 연속이었어요. 세상을 몰랐다면 여전히 온실(교회) 안의 화초처럼 살고 있었겠지요.”

목회를 위해 달려가던 전도사가 돌연 사역지를 뒤로하고 사회에 발을 디뎠다. 모태신앙으로 그 어느 곳보다 익숙했고 안전함을 느꼈던 교회를 스스로 나온 사연이 무엇일까. 인천시 계양구 동양동, 수제비누와 캔들, 아로마 등 천연 제품을 만드는 공방 ‘36.5℃’를 운영하는 박한울 대표(35)와 그의 아내 육주연 아로마테라피스트(35), 그들은 교회 밖에서 ‘믿음’에 대해 더욱 강하게 도전받고 훈련하고 있었다.

# 세상 속 삶, 훈련 또 훈련

박한울 대표는 부모님의 기대 속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신학교에 입학해 일찍부터 전도사 사역을 시작, 논스톱 코스를 밟던 중이었다. 사역 10년째 되던 해, 목회를 위해 신학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그가 만난 멘토는 그의 삶을 180도 바꿔놓았다.

“직장사역을 해오던 분을 멘토로 만났는데 첫 말씀이 ‘성도들 헌금으로 먹고 살 생각 말라’는 거였어요. 자기 힘으로 사회에서 최선을 다한 후에 목회에 도전하라는 충고에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2008년 결혼하고는 다음해에 곧바로 사역을 그만두고 사회 속으로 들어갔다. 여러 기업에 문을 두드렸지만 나이 많고 경력도 출신도 아리송한 그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처음으로 ‘살벌한’ 사회를 경험한 것이다.

목회자 아들을 고대하시던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교회를 박차고 나왔는데… 자신만만하게 시작한 도전을 걸음도 못 떼고 그만둘 수 없어 찾아간 곳이 자동차중고매매 시장이었다. 그야말로 ‘불법’이 난무하는 곳에 선 전도사님, 날마다 “아이고! 하나님!” 하는 탄식 속에서 기도는 저절로 뜨거워졌다.

“출근 첫날 저에게 부여된 업무는 ‘허위매물’ 100건을 만들라는 거였어요. 그럴듯한 물건을 인터넷에 올리고 고객이 오면 이미 팔렸다며 다른 물건을 소개하는 방법이었지요. 하나님 뜻 찾겠다고 나선 걸음인데 도저히 불법을 저지를 수는 없었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팀장에게 솔직하게 불법으로 할 수 없다며 ‘정직’한 방법으로 영업해 보겠다고 제안했다. 주위에선 “미쳤다”며 초짜배기 형편에 쉬운 길을 애써 돌아가는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사실 경험이 없는 그에게도 불가능한 도전으로 보였다. 하지만 정직한 방법으로 성실하게 임하자 한 명으로부터 8명의 고객을 소개받기도 하고, 매장에서 영업직원 중 최고 매출을 달성하는 등 꽤 선전했다.

박 대표는 “교회 밖에서 비로소 ‘믿음’의 사용에 대해 도전받고, 실천하는 속에서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것을 경험했다”면서 “교회 안에 있었다면 하나님을 찾고 의지하기보다 사역자라고 대우 받는 속에서 안주했을 것”이라며 ‘믿음’에 대해 더욱 선명하게 깨달았노라고 고백했다. 또 예배와 전도 등 신앙의 기본에 대해서도 새롭게 점검하는 기회가 됐다.

“주일날 교회 안에서 드리는 예배만이 아니라 모든 삶이 하나님께 드려지는 예배고 그 속에서 주시는 은혜를 기대하는 삶이어야 하는데, 사역자지만 그동안 드렸던 수많은 예배 중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예배는 몇 번이나 될까… 자신 없더라고요.”

중고자동차 매매 영업을 뛰면서 전도도 더 열심히 했다. 교회에서야 성도들이 전도해 오면 관리하는 역할만으로 만족했는데 세상 속에서는 날마다 믿지 않는 이들과 부딪혀야 했고, 그 속에서 크리스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자신이 이 자리에 서게 된 과정을 이야기하며 전도했다. 그것은 더욱 정직하게 일에 임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 날마다 드리는 삶 속 예배

“한 사람을 전도하는데 전재산인 500만원을 썼어요. 사실 기쁘게 사용한 것은 아니고, 하나님 욕 먹이지 않으려고 아까운 마음으로 내놓았는데 하나님은 놀라운 결과로 갚아주시더라고요. 세상 속에서 하나님이 살아계신 것을 경험합니다.”

천연 제품을 만드는 공방은 아내와 함께 하는 두 번째 직장이다. 피부가 민감한 아내가 천연제품에 관심 갖고 배우다가 본격적으로 집에서 공방을 차렸다. 사업이 확대되면서 박 대표도 곁에서 도우며 일을 배웠는데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과 잘 맞았다. 화장품은 아내가 담당하고 비누 디자인과 캔들 창업반은 이 대표가 맡고 있다.

지금의 공방을 얻는 과정에서는 “인생의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겪어내야 했다.

“정식으로 공방을 얻기 위해 집을 줄여 지금 사는 곳으로 3년 전에 이사했어요. 턱없이 부족하지만 전세금 차액 500만원을 종자돈으로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일이 터졌어요. 저를 통해 차를 사신 분이 주행거리를 속였다며 배상하라는 거였어요.”

사실상 박 대표는 매물로 나온 물건을 소개한 것 뿐 계기판을 조작한 매장의 잘못이었지만 차 주인은 막무가내로 그에게 책임을 물었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매장 주인과 “끝장을 보자”는 심산으로 법적 절차를 살피는데 한 가지, 답답한 마음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손님에게 하나님을 소개했던 것이다.

“일을 해결해 주지 않으면 내가 믿는 하나님을 거짓말쟁이로 만들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괴로웠어요. 그때 공방 종자돈 500만원이 생각나더라고요. 이미 고민하는 것을 눈치 챈 아내는 복음 전하는 일은 돈과 바꿀 수 없는 거라며 흔쾌히 내주었어요.”

공방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받은 돈을 피해 입은 손님에게 건넸다. “꼭 하나님 만나시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하지만 사역을 그만둔 후 가스가 끊길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터라 또다시 힘든 상황으로 내몬 것 같아 아내에게 미안함이 컸고, 당시 팔았던 차가 지나가는 것만 봐도 가슴이 서늘할 정도로 상처가 되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놀랍게 갚아주셨다.

“이곳으로 이사 온 후 자주 가던 떡집에서 우리가 천연제품 만드는 것을 알고 하루 강좌 장소로 허락해 주셨어요. 사람이 많이 드나드니 좋다 하시면서 보증금 없이 가게 일부를 공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어요.”

그래서 떡 카페(예 떡)와 천연 제품 공방이 하나의 가게 안에 함께 하고 있다. 공방 이름을 “체온처럼 따뜻한 감성 천연 공방”이란 의미로 ‘36.5℃’로 지었다(인터넷 쇼핑몰 ‘미소담’, www.misodam.net). 떡을 사러 온 손님들이 천연제품을 덤으로 사가기도 하고, 공방에서 결혼식이나 돌 등 행사 답례품을 만들기 위해 배우러 온 이들이 떡으로 시장기를 달래는 등 일석이조의 복된 공간이 되고 있다.

부부는 공방을 운영하는 것과 함께 직장선교단체에서 순장으로 매주 두 차례씩 저녁이면 직장에서 크리스천의 정체성을 지켜가고자 고군분투하는 이들과 성경공부하며 섬기고 있다. 또 지난해에 이어 중국 선교지에서 단기선교 기간 동안 공방을 열어 기술을 가르쳤더니 1년 만에 현지인들이 사업체를 차려 운영하는 등 결실도 보았다.

사역에 대한 꿈을 완전히 접은 것은 걸까? 아니다. 오히려 행복한 사역을 위해 지금은 철저하게 훈련 받는 시간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교회에서 청소년과 청년 사역을 맡았던 박 대표는 “청소년들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사역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요즘도 신학교 선배나 동기들은 “이제 그만 돌아오라”는 걱정 어린 말을 하지만 박 대표는 “하나님의 때는 정확하다”며 부르시는 때까지는 현재 주어진 ‘삶 속 예배’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한다.

박한울 대표와 아내 육주연 아로마테라피스트, 그들의 이야기는 천연제품처럼 진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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