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기독교(景敎) _ 41

   
▲ 타클라마칸 중국의 사막지대인 카쉬바르 위구르의 장날, 시장을 돌아보는 필자


“중국에서 로마 또는 예루살렘 간의 중간지점이 사마르칸트가 되니까 그곳에서 유라시아 전체의
필요를 감당하는 선교기지로 조직부터 강화를 해야 합니다”

 

피루즈 황태자가 일본으로 망명을 떠나게 되었다. 망국 황태자의 망명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당나라가 도움을 줄 것이라 믿었으나 당 태종은 그를 멀리 신라로 보내기로 작정했다.

피루즈 황태자가 당나라 궁정으로 작별 인사차 방문했을 때 신라로 가는 것을 서운해 하지 말라. 신라는 우리 당나라와 혈맹관계를 맺은 우방이다. 황태자는 일단 신라에 가서 조국의 앞날을 생각하고, 수년 내에 우리 당나라가 고구려를 칠 때 고구려의 후방에서 압박해 주는 정도의 수고를 하면 된다. 물론 신라는 고구려와 함께 백제와 싸우는 형세가 되겠으니 당나라가 고구려를 칠 때쯤에는 나당 연합군이 백제를 괴멸시킨 뒤가 될 것이니 염려할 일이 아니야. 일단 이곳 장안에 머무는 것보다 생활안전은 물론 공기 좋고 따뜻한 나라에서 훗날 페르시아를 되찾을 날을 준비하시오.

“황은이 망극하오이다.”
피루즈는 당 태종이 자기를 멀리 변방으로 내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당나라의 경우는 페르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니 자칫 당나라에 와서 사업을 하거나 민간 활동을 하는 페르시아 인들과 황태자가 결의하여 망명정부를 세우거나 국경지역에서 분란을 일으키는 등 불상사를 내면 당나라로서도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멀리 보내 놓는 것이 상책이었다.

피루즈 황태자는 키세로, 마흐 마가드와 호위무사 10명만 데리고 갈 계획이었다. 다른 생각은 필요 없고 알로펜 주교로부터 듣고 배운 대로 일신의 안녕이 아니라 기독교 복음을 신라에 전파하는 선교사 활동을 할 계획이었다.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와 형제나 다름 없는 기독교 신자가 되었으니 복음을 세계에 전하는 선교사의 신분이면 이 또한 명예롭지 않을까. 페르시아의 마지막 황태자가 무슨 의미가 있나, 페르시아 구석구석까지 모조리 아라비아의 탐욕스러운 이슬람이 파고들었을 터, 언제 무슨 수로 나라를 되찾을 수 있겠는가. 황태자 호칭을 내려놓고만 싶었다.

알로펜과 단둘이 앉아서 가끔씩 뒷마리를 긁고 있던 유승은 신라 선교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다만 안토니처럼 주교님을 오래 모시지 못한 터에 또 헤어져야 한다는 것이 아쉽고 안타까웠다.

“유승, 우리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려 봐요. 그 밤과 낮 잠시 머무는 자네 부친이 섬기는 사찰에서 유승은 어떻게 나를 따르고자 했죠.”
“스승님, 하나님이 저를 불러 스승님을 섬기라 하셨습니다. 그거밖에는 더 모르겠어요.”
“그래요. 나도 그때 우리의 만남을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아주 인상 깊었어요. 주님께서 우리의 만남을 이루어 주셨지. 금번 신라에 가면 백제나 고구려까지도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보는 것이야. 내가 머물고 있는 당나라와 바로 이웃한 나라가 신라임을 명심하고 말이죠. 가서 백제나 고구려가 선교의 대상이 된다면 주님이 얼마나 기뻐하실까.”
“기뻐하시는 하나님을 위하여, 그리고 스승님을 위하여 저의 온몸을 던질 것입니다.”
“그래요. 여기 장안에는 인력 10여명만 남기고 선교현장으로 모두 보내려 합니다. 나도 쿰바홀과 함께 쵸코에 잠시 들르고 사마르칸트로 가서 그곳에서 머물면서 중앙아시아 선교의 틀을 굳게 지키도록 준비하려고 해요. 모두들 내 건강을 염려하는데, 그 고마움은 알겠으나 내 건강이 타인들에 비하여 나쁘지 않아요.”

“물론 그렇습니다마는 연세가 있으시니까 늘 조심스러운 관리가 필요할 줄 압니다.”
“그건 그렇지만 우리의 할 일이 급하니까, 서둘러야 합니다. 사마르칸트에서 쵸코까지의 선교를 위하여 우리들이 머물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고비 사막지대부터 북방 통로를 떠나서 사마르칸트까지 왕성한 활동 무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쵸코에 쿰바홀 부주교님이 기반을 이루어 둔 것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쿰바홀이 큰 일꾼이지. 그 나이에 그처럼 때묻지 않은 인물이란 하나님이 내신 거야. 하나님이 보내준 사람이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뿐인가, 유승도 하나님이 내게 보내주신 큰 인물이야. 유승이 가면 신라 불교에도 대화가 될 인물들이 몇 명 있을 거야.”
“혹시 누구신지 아시나요?”
“잘은 모르겠으나 신라가 받들기에는 벅찬 큰 승려라 하더군.”
“그런 사람들의 협조가 있으면 좋을까 싶습니다마는…….”

“아니야. 그런 분들은 높은 생각을 하는 이들이야. 쉽게 만나볼 수도 있으나, 너무 서두르지 마시게.”
“불교 쪽은 가끔 과장된 표현이 많아서……, 앗차! 유승이 장래가 촉망되는 학승 출신임을 내가 몰랐구먼. 그래요, 그 승려 이름이 떠오르는군. 원효라는 이름을 사용하는데, 그는 주변으로부터 천축이나 당나라에서 태어났으면 좋을 뻔한 큰 인물이라고 하더군. 유승이 신라에 가면 만나보고 내게 연락을 주시게.”
“스승님, 저는 스승님께 기독교를 배웠고, 메시아 예수를 배웠습니다. 그 어떤 가르침에도 저는 흔들림이 없습니다.”
“그렇죠. 욕심만 버리면 예수님의 가르침에 인도를 받을 수 있지. 참, 앞서 말했던 대로 원효 같은 큰 인물 말고도 신라불교를 만나면 유승의 복음에 대해서 깜짝 놀라서 오히려 그들 불승들이 사귐을 청할 수도 있을 것이야. 그리고 일행은 누구누군가요?”
“네, 크데시폰의 시몬, 삼손, 사울과 트리온까지 저와 모두 5명입니다.”

“그리고 여기 장안에서 삼한 땅과 가까운 곳에 신라를 중심해서 백제나 심지어 고구려까지 드나드는 ‘신라방’이 있어요. 그러니까 여기 장안에서 신라방까지, 그리고 신라방에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면 백제 땅이고, 지금 그 땅 장항성은 신라국에서 차지하고 있어요. 무슨 말인고 하니 곧바로 우리 선교부가 신라방 가까운 곳에 별도의 선교지를 만들 거란 거야. 그러면 신라에서 활동하는 유승과 연락하고 선교논의를 하는 것이 훨씬 쉬워집니다.”
“스승님, 저를 위로하지 마세요. 제가 스승님을 떠나게 되니까 스승님의 건강이 걱정됩니다. 그러나 이미 주 예수께 드린 목숨이니 주 예수 필요하신 곳에 쓰임 받으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감사할 뿐이옵니다.”
“암, 그래야죠. 우리 앞에는 길 되신 예수께서 인도하십니다.”

 

“기독교 초기에 형성되었던 ‘생활종교’의 요구를 중국 땅에서 실천해야 합니다. 
중국은 특정 종교의 나라가 아닙니다.”

 

안토니가 쿰바홀과 함께 서재로 들어섰다.
“그래 잘 왔소. 부주교님! 언제쯤이면 쵸코로 떠날 수 있겠습니까?”

알로펜이 쿰바홀을 미소 어린 눈으로 바라보면서 말한다.
“제 생각에는 피루즈 페르시아 황태자를 먼저 보내고 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유승 사제도 떠나는 것을 보고요.”
“그래요. 내가 동행하는 것 알고 계시죠.”

쿰바홀은 깜짝 놀라는 시늉을 했으나, 알로펜은 무심한 듯한 눈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피루즈 황태자와 유승 선교사 떠나면 우리도 떠날 준비를 서두릅시다.”
“주교님, 너무 서두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아직 금번 페르시아에서 입주한 신자들도 다 분류하지 못했고, 기존의 우리 선교사들이 장안 성을 떠나 소도시에 배치하는 일 등 아직은 움직이시기가 어렵지 않을까요?”
“안토니! 왜 그리 한가한 소리만 골라서 하오. 내가 없으면 그 자리 당신이 맡아야지. 언제까지 나만 쳐다볼 작정이오.”

알로펜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으나 위엄이 넘친다. 나 없으면 그 자리는 당신이 지켜야 해, 라는 말은 안토니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었다.
“주교님, 주교님이 장안을 떠나 계시는 동안에 할 일들을 차질 없이 다시 한 번 점검하겠습니다.”
“그래요. 우리는 하루 또 하루를 절박한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십자가를 진 자의 삶이 될 것이오.”

“쿰바홀 부주교. 금번 나는 사마르 칸트와 쵸코를 다녀오는데 그 도시들은 동서 무역로의 중심지대입니다. 쵸코에 비해서 사마르 칸트의 비중은 말로 다 못할 중요지역입니다. 한 시대를 지배했던 알렉산더 대왕이 밟았던 땅이라고 들었습니다. 사마르 칸트가 한때는 페르시아의 주요도시였소. 그렇다면 알렉산더의 말발굽은 한번쯤 남겨두었을 것이오. 그 후 한나라 황제가 란주, 하서주랑, 돈황, 투르판(쵸코), 그리고 중앙 아시아를 열어 사마르칸트까지 영향력을 끼쳤을 거야. 지금 현재도 당나라와 페르시아나 동로마제국의 중간 무역상들이 머무는 곳이잖소. 우리도 중국에서 로마 또는 예루살렘 간의 중간지점이 사마르칸트가 되니까 그곳에서 유라시아 전체의 필요를 감당하는 선교기지로 조직부터 강화를 해야 합니다.”
“옳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저의 쵸코에서 인력과 자금력을 확보하여 사마르칸트 농업, 상업 그리고 무역과 선교를 명령할 수 있는 활동력을 시도하고자 합니다.”

“그거, 소그드 상술을 동원한다는 것이죠. 쿨바홀 님, 고맙습니다. 우리 네스토리우스 후예들은 생업과 선교를 동시에 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일정한 수준이 오를 때까지 우리들도 소그드인들에게 뒤지지 않을 자금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자칫 신앙심의 순수가 흐트러질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됩니다만.”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죠. 그러나 기독교 초기에 형성되었던 ‘생활종교’의 요구를 중국 땅에서 실천해야 합니다. 중국은 특정 종교의 나라가 아닙니다. 중국종교는 공자의 보편적 가르침이 종교의 실체인데 그 가르침을 따르는 이들이 공자를 교주로 섬기지 않습니다. 중국은 공자의 가르침을 따르는 가정단위의 종교이기도 하죠. 가부장이 사제요 목사 노릇을 하지요. 중국인들은 그들이 원하는 대승 불교가 있고, 도교가 있으나 도교는 노자의 가르침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하나의 종교일 뿐이죠.”
“글쎄요, 저희는 아직……, 좀 더 공부해야 하겠습니다.” 

 

• 작가 조효근 : 1976년 『월간 문학』 신인상 소설 등단.
대학에서 세계교회사 및 종교사 38년째 강의.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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