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평화를위한기독인연대, 종교개혁주일 맞아 올해 처음으로 실시

평신도들의 설교 준비, 그것 또한 세워나가는 과정
주체적으로 평신도들이 신앙생활 할 수 있게 도와야


| 강남향린교회에서 설교하는 박찬주 성도(새맘교회).
| 가재울녹색교회에서 설교하는 박은규 성도(강남향린교회).
| 새맘교회에서 설교하는 윤선주 성도(향린교회).

목사에게도 버거운 게 ‘설교’라고들 한다. 그런데 평신도들이 그것에 도전했다. 평신도들 중심으로 운동을 하고 있는 정의평화를위한기독인연대(공동대표 박연미 윤영수 형미숙, 이하 기독인연대) 회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종교개혁주일인 10월 26일 5개 교회에서는 기독인연대 차원에서 처음으로 평신도들이 설교했다. 11월 2일에도 2개 교회에서 진행된다. 참여교회는 가재울녹색교회(양재성 목사), 강남향린교회(이병일 목사), 새맘교회(박득훈 목사), 새민족교회(황남덕 목사), 섬돌향린교회(임보라 목사), 청암교회(최의팔 목사), 향린교회(조헌정 목사) 등 7개 교회로, 기장, 예장통합, 감리회 교단에 소속돼 있다.

한문덕 목사(전 향린교회 부목사)가 구약성서 아모스 7:10~17과 신약성서 요한복음 15:9~17의 본문을 주석하고, 설교자의 태도 등을 지도했다. 설교자는 설교할 교회를 방문하면서 대상 공동체를 익히는 과정의 시간을 가졌다. 물론 설교문은 각자가 직접 공부하며 작성했다.

기독인연대 한송이 국장은 “5개 교회에서 지난 26일 주일 실시할 때 집행위원들이 흩어져서 참여했었는데, 반응이 좋았다”면서 “구체적인 것은 11월 2일 2개 교회에서 설교가 끝난 이후 평가회를 통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부족한 것은 보완하여 내년에는 더 많은 교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신도 중심으로 설립된 교회에서 평신도들이 설교하는 예는 있었어도 기존의 교회에서 평신도가 설교하는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기독인연대는 왜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일까.
윤영수 공동대표(섬돌향린교회, 53)는 “설교는 목사 중심의 영역이라고 선을 긋는 한국교회에서 그렇지 않다는 문제 제기를 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것보다 교회에서 평신도가 주체적으로 교회 활동과 신앙생활을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 “덧붙여서 제 개인적인 희망을 말한다면, 한국교회에 반향을 일으켜 건강한 교회로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윤 대표와의 일문 일답을 정리해 본다.

 

| 마틴 루터가 제창한 만인제사장 정신에 따라서 나아가는 것 같다. 이번 설교를 준비하면서 반대는 없었나.

후원교회 목회자 중에서도 ‘목사에게 인사권, 재정권도 없는데, 설교권마저 내놓으라고 하면 담임자로서 권한이 뭐냐’라는 반응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독인연대 차원에서 처음 가진만큼 이번 행사 이후에는 평가회를 통해 ‘정말 설교는 목회자의 전유물인가’ 하는 심도있는 내용을 다룰 계획이다.

기독인연대 후원교회인 향린교회는 1953년 설립 당시부터 평신도교회를 지향하면서 출발했는데, 2005년 조헌정 목사가 부임하면서 평신도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설교를 하기도 하고, 지금은 축도도 공동축도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성례전도 생각하고 있을 정도다.
10월 첫 주 성만찬주일을 맞아 향린교회의 4개의 지교회는 함께 예배드리면서, 4명의 평신도들이 함께 설교하기도 했었다.

 

| 이번 평신도들의 강단교류를 통해 한국교회에 어떤 것이 바뀔 수 있다고 보는가.

이번 강단교류가 한국교회에 파장을 일으킬 수는 있겠지만, 기대는 많이 하고 있지 않다.  한국교회가 거대한 틀에 박혀져 있고, 너무 절망적인 상황 아닌가.
그러나 평신도가 몇 백 명 앞에서 설교를 하기 위해 준비해 나가는 과정이 그 사람을 세워나가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 본문의 핵심을 전달하는 데에도 재미와 유익을 줘야 하기 때문에 굉장한 부담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더군다나 본인이 출석하는 교회도 아니니 부담이 더 클 수 있을 것이다.

 

| 창립된 지 11년이 된 것으로 안다. 평신도 중심의 단체로서 출발하게 된 것은 민주주의와 신앙을 오히려 역행하는 교회의 행태를 예수 운동을 대안으로 삼아 극복하려고 조직된 평신도들의 자발적인 단체로 시작됐다고 알고 있다. 한국적 토양에서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떠했나.

한국적 풍토에서 1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숫자에서 확대가 잘 안된다는 것이 저희로서도 고민이다.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들 모두가 직업을 갖고 있고, 해당교회에서도 역할을 많이 하고 있다 보니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 활동에 집중하지 못하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 평신도아카데미 강좌를 개설해 꾸준히 진행해 온 것으로 안다. 그동안의 주제들을 보면 신학적인 부분에서부터, 정치, 경제, 사회 문제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다뤄왔다. 반응은 어떠했나.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해오긴 했다. 신앙과 사회문제와의 연결고리 속에서 기독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고심하며 진행해 왔다. 그러나 우리들만의 잔치로 끝난다는 한계를 우리 스스로도 알게 됐다. 도올 김용옥 등 인지도가 높은 강사를 초청하면 참석률이 높은 건 사실이다.

 

| 많은 모임들이 그렇지만 기독인연대의 모임이 너무 끼리끼리의 모임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들이 있다. 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과의 연대도 필요하지 않나.

저희 단체가 모든 것을 감당하는 게 아니고 한국교회의 한계 속에서 대안을 찾아가는 한 부분을 감당하고 있다고, 다소 느슨한 생각이 있는 게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사실 대화가 되지 않으면 쉽지 않다. 같은 종교끼리 더 힘든 부분이 있다. 우리의 한계가 있지만 해야 할 몫을 제대로 해나가기에도 버거운 부분이 있다.

 

| 똑똑한 신자가 있으면 피곤하다는 얘기들을 하는데….

목회자들이 신자들 위에 군림하려는 생각일 때는 모르지만 평신도와 같이 가는 교회로 나아가려 할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교인들이 똑똑해지면 그것을 피곤해 하지 말고, 목회자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평신도들에게 설교를 못하게 해야 한다고 하면 목회자도 목회 전문 분야가 아닌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얘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오늘날 한국교회의 여러 부분을 보면서 많은 우려들을 하고 있다. 종교개혁 주간을 맞아서 가장 시급한 문제, 그리고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야기를 하려면 너무나 많지 않나. 모두들 다 아는 대형교회, 세습, 임기 없는 것 등의 문제 말이다. 한국기독교만의 독특함이 있는 것 같다. 긍정적인 부분보다 부정적인 게 많은 것 같다. 작년에 독일교회의 날에 참관한 적이 있다. 내년에는 우리도 해보려 한다. 평신도 중심으로 주최하는 이 행사는 함부르크 시에서 하는데, 10만 명이 올 정도로 다양하게 하고 있더라. 그런 경험들을 하다보면 한국교회를 건전하게 하는 또 하나의 몸짓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의 만인제사장론에 따르면 목회자와 성도의 구분은 직분의 차이일 뿐인데, 여전히 수직적 서열로 여겨지고 있다.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진 사람들이 내놔야 한다. 수직적인 측면이 아니라, 스스로 평신도들이 주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목회자들이 이끌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자들이 여러 교회를 다녀보는 것도 나쁘게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좋을 수도, 좋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교회는 하나님의 공동체로서 신앙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어느 것으로도 그런 부분을 향해 나아가는 신자들을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양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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