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학 교수와 종신형 죄수의 10년에 걸친 셰익스피어 수업

모든 사람들이 삶을 제대로 누리고 살 기회를 흘려보내고 있다.
그들은 그저 무수한 자신들의 감옥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고 있다.

 

   
▲ 감옥에서 만난 자유, 셰익스피어
로라 베이프 지음/박진재 옮김/덴스토리 펴냄

“셰익스피어가 제 삶을 구했습니다.”
종신형 죄수인 래리 뉴턴이 셰익스피어 프로그램에 참가한 후 ‘셰익스피어가 당신에게 무엇을 해주었습니까?’라는 질문에 답한 글이다.

이 책은 독방에 갇힌 무기수와 영문학 교수의 10년 간 이어진 셰익스피어 수업을 엮은 것이다. 독방에 갇힌 한 죄수 래리 뉴턴이 셰익스피어를 만나 그의 삶이 얼마나 변했는지, 그리고 그를 가르치면서 저자의 삶 또한 얼마나 변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10년간의 여정이 언론과 책을 통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감옥’으로부터 자유한 인간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증명해 보여준 셈이다.

책의 주인공인 래리 뉴턴은 10살에 처음 절도죄로 체포된 후 유년기의 대부분을 소년원 시설에서 보냈으며, 여덟 번이나 탈옥을 시도했다.
17살에 살인죄로 기소되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 받고 10여 년 간 독방에 갇혀 지낸 죄수이다. 학력이라곤 초등학교 5학년 중퇴가 전부인 그는 로라 베이츠를 만나기 전까지 셰익스피어가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상태였고, 깊은 절망에 빠져 죽음의 환영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 그가 셰익스피어를 만나면서 변화되기 시작했다. 인간의 선과 악을 들춰내고, 사랑과 질투, 우정과 배신, 양심과 욕망, 진실과 거짓 등 인간 본성을 꿰뚫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통해 자신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인식하고 ‘진정한 자유’를 깨닫는다. 그는 10여년 만에 독방에서 풀려나 일반 감옥으로 옮겨진 후 같은 처지의 재소자들을 위한 셰익스피어 프로그램 워크북을 썼고 그것은 AP, NPR, MSNBC, 디스커버리 채널 등 미국 국내외 유수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인디애나주립대학교 영문학 교수인 저자 로라 베이프는 25살이던 1983년 시카고 쿡 카운티 단기교도소에서 초범들에게 기초 문학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시작해 2010년까지 약 30년 간 여러 교도소에서 셰익스피어를 강의했다.

2003년부터는 사상 최초로 가장 위험한 죄수들이 장기간 격리 수용되는 슈퍼맥스(supermax)에서 독방에 갇힌 죄수들에게 강의하면서 거기서 래리 뉴턴을 만났다.
가난한 전쟁 난민 출신 이민자인 부모 밑에서 자란 저자는 래리와 같은 범죄자들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터,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폭력적인 범죄자의 삶을 구할 수 있으며, 이는 ‘미래의 잠재적 피해자들의 삶’도 구할 수 있다는 확신 아래 위험하고 삼엄한 슈퍼맥스의 출입문을 10년간 50만 번이나 드나들며 1,000시간 이상 죄수들과 셰익스피어 수업을 계속했다.

   
▲ 독방에 갇힌 죄수 래리가 수갑 구멍을 통해
셰익스피어 수업 과제물을 주고받는 모습.

복도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늘어선 감방 안에 갇힌 죄수들의 목소리만 듣고 수업을 진행하는 단체수업 광경이나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각자 자신들의 언어로 바꾸어 연기하는 등 감옥 안에서 벌어지는 독특한 수업 방식,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진지하게 쏟아내는 깨달음의 반응들은 참 흥미롭다.

문학작품이 과연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감옥이라는 특수 상항에 대한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삶을 제대로 누리고 살 기회를 흘려보내고 있다. 그들은 그저 무수한 자신들의 감옥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고 있다”는 래리 뉴턴의 말은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감옥 밖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역시 보이지 않는 자신만의 감옥에 갇혀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인물들은 복잡한 현실 속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이고 그 속에서 자신과 같이 자유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래리 뉴턴은 말한다. “저는 17살에 교도소에 들어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살고 있습니다. 저는 절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우리는 여러분들이 로미오의 잘못에서 배우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잘못에서도.”

저자는 셰익스피어 희곡 38편에 대한 래리의 글을 모아 <죄수들을 위한 셰익스피어 전집 안내서>를 편집하고 있다.

정찬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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