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형은 목사
성락성결교회 담임

한국 교회의 개혁에 대해서 서너 모임에서 발제할 기회가 있었다. 오늘날 이 땅의 교회를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했다. 결론은 단순하다. 개혁해야 산다는 것이다. 시대가 어지럽다. 터까지 흔들리는 듯하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두 가지를 느끼고 있다고 보인다. 하나는 근원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생존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이다. 삶의 현실적인 토대와 정신적인 가치관이 붕괴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가 이렇게 느끼도록 촉발시킨 사건이 ‘4·16 세월호 참사’다. 많이들 지적하는 것처럼 이 비극은 오래전부터 깊어지던 구조적인 모순이 임계점을 넘으면서 터진 것이다. 모순의 바닥에 도사리고 있는 실체는 성공 지향적 물신주의, 퇴폐적 쾌락주의, 소집단 이기주의 등이다. 신자유주의적 세계경제 구조와 남북 분단과 맞물린 동아시아의 갈등이 그 배후다. 국내적으로는 정신의 가치를 왜곡하면서 내달려온 경제 선진국에 대한 무비판적인 집착이 배경일 것이다.

위에서 말한 부정적 상황들이 교회에도 예외가 아니라는 현실이 슬프다. 예외가 없지는 않지만 한국 교회도 우리 사회의 궤도를 따라 정신없이 달려왔다. 교권과 금권에 집착하는 교계의 타락한 정치 구조가 이런 현실의 민낯을 스스로 폭로하고 있다. 이 상황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현실적으로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하나는 각 교단의 총회장 직을 중심으로 공적인 결정권을 가졌던 사람들 또 지금 가진 사람들의 탐욕이며, 다른 하나는 이른바 대형교회들의 비기독교화다. 근본적으로 또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하나는 교회와 교계 지도자들의 우민화 현상이며 다른 하나는 이 모든 것을 비평하여 방향을 잡아주는 신학의 부재다.

한국 교회의 미래에 대하여 긍정적인 예측이 힘들다. 더 처절하게 망가지고 쭈그러들고서야 겨우 깨닫고 돌이킬 것이라는 예레미야서의 예언이 지금의 한국 교회에 적합한 메시지가 아닌가 싶어 두렵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세 가지를 말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기독교의 본질에 대한 처절한 연구와 묵상, 결단과 실행이다. 그리스도이신 예수의 십자가에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 드러났다. 늘 변하는 각 시대에 복음을 전하려면 기독교의 본질에 대한 이해는 중심 과제다. 시대가 빠르고 심하게 변할 때 그리고 신앙 공동체의 타락과 변질이 심할 때 더욱 그렇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삶의 틀이 바뀌는 시기에 ‘기독교의 본질’에 대한 논의와 글이 나온 게 그래서다. 반기독교적 가치관이 교회의 중심부까지 차지한 마당에서 기독교 정체성의 시원(始原)인 성서를 안고 몸부림해야 한다.

두 번째는 한국 교회가 걸어가는 오늘날의 세계에 대한 편견 없는 통찰이다.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기도문의 명제에서, 방식은 다를 수 있어도 명제 자체에 대해서는 다른 말이 있을 수 없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영역이며, 하나님의 뜻은 명시적인 형태로 성경에 기록돼 있다. 이 성서에 근거하여 오늘날의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를 놓고 깊은 연구와 통찰이 있어야 한다.

이 일은 창조 신학 또는 자연계시를 새롭게 바라보는 작업이다. 한국 교회의 장점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걸린 특별계시로써 자기정체성이 강한 것인데, 자연계시를 품지 못할 정도로 지나쳐서 오늘날에는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피조세계를 가꾸고 돌보라는 창조의 가르침에 터를 두고 세계 연관성을 만들어 가야 한다. 세 가지가 중요하다. 인도적 인륜도덕, 법치의 민주주의, 상생의 시장경제다.

세 번째는 신학의 재건이다. 지금 말하는 ‘신학’은 신학교육 기관에 연관된 제도적인 기능이 아니다. 본질적으로 ‘신-학’이 무엇이며 ‘신학-하는 삶’이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다. 현재 한국 교계의 신학이 본질적인 의미의 신학적 소명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저 유명한 명제 ‘항상 개혁되는 교회(Ecclesia semper reformanda)’에 교회가 죽느냐 사느냐가 걸려 있다. 말씀으로 새로워지지 않는 미래, 거기에 교회는 없다. 개혁되지 않으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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