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기독교(景敎)_ 46

“무함마드는 나와 며칠을 더 머무르며 예수의 대속죄에 대하여 더 공부하며
우리 기독교를 다신교나 잡신교로 알로 있던 부분은 분명히 바로 잡았으나 그가 예수님이
그 자신의 죄를 대신하여 죽고 또 그를 영화롭게 하기 위해서 다시 사신 분임을
결국은 믿지 못해 그가 이슬람교의 교주가 되었어요. 나는 무함마드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무슬림(이슬람교 신자들)들을 바로 가르치는 일을 겸하기 위하여 아직도 죽지 못하고
여기 여러분과 함께 있습니다.”

   
▲ 허탄 왕국의 네스토리안 기도동굴을 찾아가는 길에서.

“그래요? 그럼 당신들이 그 마귀보다 더럽다는 사탄의 자식 네스토리우스의 졸개들인가?”
젊고 가슴이 딱 벌어진 본토 서역인들도 서너 사람이 섞여 있는 저들은 쿰바홀 정도는 당장 집어삼킬 듯이 껄껄 웃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말없이 지켜보고 있는 알로펜이 신경 쓰이는 듯 힐끔거리기도 했다.
“야, 이놈들. 그래 예수의 복음을 전한다는 놈들이 겨우 그 정도의 예의밖에 못 배웠나?”
쿰바홀이 몸놀림을 위해서 공간을 확보하고는 알로펜에게 고개를 숙여 “용서하세요. 주교님.” 하더니 그들에게 당장 덤벼들 기세였다.

“쿰 부주교, 이러면 안돼요.”
알로펜이 오른손을 들어 말리려는데 그들 중 몸집 좋은 친구가 쿰바홀에게 몸을 날렸다. 그러나 그는 쿰바홀이 주먹을 쓰지 않고 몸을 좌우로 두어 번 흔들면서 공간을 더욱 넓히자 힘도 쓰지 못하고 쓰러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들은 쿰바홀을 예사 인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한꺼번에 서너 명씩 덤벼들었다. 그들은 매우 공격적이고 어떤 이는 몽둥이도 들고 있었다. 일단 알로펜이 상황을 살피는데 쿰바홀이 밀리자 번개처럼 몸을 날렸다. 도포자락과 함께 하얀 수염이 덩달아 춤추는 날랜 몸짓이었다. 얼핏 보니 그 몸이 공중에 떠있는 것 같았다. 쿰바홀이 넋이 나간 사람처럼 “아이고 주교님, 주교님”만 연발하면서 그의 모습에 탄성을 질렀다. 싸움이랄 것도 없었다. 그들 젊은이들은 모두 쓰러져 뒹굴고 사람들은 알로펜의 신기에 가까운 무술을 박수치면서 구경하고 있었다.

쿰바홀이 알로펜 옆으로 다가와서 무릎을 꿇는다.
“주교님, 노여움을 푸세요. 제가 실수했나이다. 이놈들을 당할 수 없으면서 싸움을 건 꼴이 되었습니다.”
알로펜이 말없이 쿰바홀을 일으켰다. 그의 옷 어깻죽지에 묻은 핏물을 닦아주려고 했으나 지워지지 않았다. 쿰바홀 곁에 로마교회 선교사들 중 3명이 나란히 무릎을 꿇었다. 나머지 선교사들은 몸이 많이 다쳤는지 웅크리고 있고, 몇 사람은 동료들이 함께 무릎을 꿇자 했으나 들은 척도 않고 시선을 먼 산으로 돌리고 있었다.
“여보게들, 자네들이 로마교회 선교사로 서역에 파송 나온 인물들인가? 그래, 선교사 수업을 얼마쯤 했을까?”
“…?”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알로펜이 빙긋이 웃는다.

“자네들이나 또 난들 뭘 얼마나 알겠는가? 자네들이 네스토리우스를 마귀다, 사탄이다 하면서 떠들었지만 나도 네스토리우스를 잘 모르네. 다만, 내가 페르시아 출신으로 70여년 인생을 살아오면서 페르시아에서 네스토리우스가 로마교구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것이나, 또 페르시아에 네스토리우스 세력이 만만치 않다보니 서로 치고받고 하는 경우도 보았어요. 나는 말일세, 그 꼴 보기 싫어 젊은 나이에 길을 떠났네. 진리의 깊이를 아는 실력도 없으면서 기독교인들끼리 서로 개 거품 물고 싸우는 꼴 보기 싫어서 기독교 싸움꾼들 없는 중앙아시아를 떠돌다가 중국 땅, 하나님이 틀림없이 원하셨을 법한 복음을 전하고 싶어서 이곳에 와 있다네.
여러분들은 장안에 한번 가보았나? 중국의 황제 당태종을 한번 만나보았나? 우리는 당태종 황제의 호칭으로 중국(당나라)에 수많은 전도자를 양성했어요. 어디 중국뿐인 줄 알아? 이곳 서역에도 여기 쿰바홀 부주교님의 나라 초코(투르판)에 수천 명의 제자들이 있어요. 그뿐이 아니야 쿠처, 허탄, 부하라, 사마르칸트에 또 수천 명의 제자들이 있고, 판지갠트는 물론 아라랏산의 자손들, 코카서스 산맥 기슭을 따라서 카스피 해와 흑해 일대에 자네들 말로 하면 네스토리우스의 제자들이 하늘의 별, 바닷가의 모래만큼 많다네. 그러니 나 알로펜 주교도 조상 아브라함 못지않게 복을 받은 사람이라네.”


알로펜의 일장 설교를 듣는 사이에 수십 명의 군복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주변을 살피더니 쿰바홀 앞에 한 줄로 섰다. 30여명의 장정들이다. 쿰바홀의 돈황 지역 부하들이었다.
“어, 너희들 어찌 여길 왔나?”
쿰바홀이 어깨를 펴고 큰 기침을 한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보더니 기분 좋게 묻는다.
“대장님께서 큰 봉변당하신다는 소문을 듣고 왔습니다.”
로마교회 선교사들은 쥐구멍을 찾고 있었다. 그들은 저마다 뒷머리를 긁거나 알로펜에게 얻어맞은 자들은 더욱 몸을 사리면서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었다.
“어디 부러진데는 없나? 젊은 선교사들….”

쿰바홀이 돈황 지역 부하들에게 잠시 전에 일어났던 내용을 말해주고는 로마교회 선교사들 십여 명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건강상태를 살펴보았다. 그는 알로펜에게 말했다.
“주교님, 어찌 된 겁니까? 이 젊은이들 모두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줄 알았는데 멀쩡합니다.”
알로펜은 수백 명이 모여 있는 이 자리를 통해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여기 내 앞에 있는 젊은 후배들, 명색이 내가 선교사요 주교로서 자네들에게 한 수 지도했는데 모두들 양해하시오. 험한 세상 살아가자면 호신술이 필요했던 걸세. 아마 자네들도 조금은 힘이 있었을 줄 아네. 그러나 이 늙은이가 나서니까 맞아준 것이겠지. 내가 자네들 모두 내 아들이나 손주들 같은데 많이는 안 때렸네. 그리고 미안해….”

“아닙니다. 주교님! 저희가 큰 죄를 지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고맙구먼. 우리 이렇게 만났으니 내가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하지.”
“네!”
모두들 박수를 친다.
“내가 열다섯 살 때 수리아 다마스커스에 외할아버지 집에 갔어요. 외할아버지 집은 메카에서 다마스커스, 바그다드, 사마르칸트로 가는 대상들의 숙소 겸 화물을 보관하는 큰 사업체였어요. 그런데 마침 내가 가서 놀고 있던 어느 날 메카에서 대상들이 왔는데, 여러분 놀라지 마시오. 그들 가운데 낙타몰이꾼 조수로 무함마드 소년이 있었어요. 그 사람 지금은 이슬람 종교의 교줍니다.”

“와! 와! 와…!”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그들 중 로마교회의 선교사들은 더욱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흥분했다.
“참 멋있군요. 좋아요.”
선교사들 중 어느 누군가가 경청할 뜻을 밝혔다. 그들은 모두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알로펜 가까이 앉은걸음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쿰바홀이 그런 그들 가까이로 가서 몇 사람 손에 잡히는 대로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 사랑하는 마음, 또 미안한 그의 속내를 드러냄이었다. 그는 중얼거렸다. 이 놈들 주교님의 무함마드 이야기 제대로 들으면 무엇이 이단인지 너희는 알게 될 거야.
“여러분, 내가 외할아버지로부터 좋은 동무 하나가 메카에서 왔으니 속히 할아버지 방으로 오라는 전갈을 받고 갔더니, 내 동갑내기로는 믿어지지 않는 장정 하나가 할아버지 앞에 단정히 앉아있었어요. 그가 메카의 사내 무함마드였어요.”

알로펜은 간략하게, 그러나 기독교가 무엇인지를 말해 주기로 다짐했다.
“여러분, 나와 무함마드는 할아버지께서 자리를 비켜 주시자 저녁 늦게까지 깊은 대화를 나눴어요. 때로는 서로 화를 내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껄껄 웃기도하다가 하마터면 멱살을 잡을 뻔 했어요. 그것은 무함마드가 느닷없이 ‘기독교는 아무리 변명을 늘어놔도 다신교야’라고 한 말 때문이었지요. 성부·성자·성령 셋이면 다신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예수님은 하나님이시면서 사람이신데 주님은 우리 인간의 죄를 대신 지고 죽으사 우리 인간을 마치 신 같은 존재로 하늘로 불러올리신다 했더니 ‘무슨 소리냐. 사람이 자기 생명을 자기가 지키는 것이지 무슨 그따위 미신 같은 소리냐’ 하면서 예수를 신이라고 하거나 신이면서 사람의 품성을 가졌다는 신인양성주의자들은 미신이거나 신비주의로서 이제는 사람까지 신이 된다 했으니 미신에다가 다신이요 잡신주의가 기독교라며 자기는 믿을 수 없다고 그러잖아요.”

“아닙니다. 주교님 말씀이 정확해요. 주교님은 우리 로마교회와 똑같은 정통파이십니다.”
로마파 기독교 젊은 선교사들이 알로펜 주교를 정통파라고 크게 동의하면서 박수를 치는 등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쿰바홀은 조금 전까지 사탄의 자식들이라면서 자기와 주교님을 싸잡아서 공격하던 그들을 다시 한 번 바라보면서 껄껄껄 웃어 주었다. 알로펜은 계속 말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 나와 여러분을 지극히 사랑하사 그분이 사람의 몸으로 세상에 오셨어요. 그분이 바로 예수님이신데 그가 사람으로 살다가 우리 죄를 대신하여 죽어주셨어요. 주 예수님은 그래서 사랑의 지극한 마음으로 나 같은 멍청이를 이토록 사랑하사 칠십 평생 나그네로 세계를 떠돌지만 건강할 뿐 아니라 여러분을 위하여 선교활동을 할 수 있게 하셨답니다.”

“옳습니다. 만세! 만세! 주교님 만세!”
만세 소리가 주변을 진동시켰다. 잠시 침묵이 흐르나 했더니 쿰바홀이 분위를 띄운다.
“여러분, 우리 주교님은 당 황제님의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쿰바홀이 이렇게 말하자 그의 말에 동의라도 하는 듯이 군마 소리가 우르릉 나더니 히잉 히잉 말들이 마구 울어댄다. 이는 말소리가 아니라 황제 경호원들의 신호였다. 이 소리의 의미를 아는 사람들은 마치 황제 앞에서처럼 땅바닥에 머리를 박고 엉덩이를 하늘로 쳐들었다. 군중들 중 쿰바홀 부하들이 바로 엉덩이를 하늘로 들어올린다.

모인 군중들이 슬슬 뒷걸음질을 하기도 했으나 다수의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져서 알로펜과 쿰바홀을 겁먹은 모습으로 바라본다.
그도 그럴 것이 윤기가 철철 넘쳐흐르는 말들, 검자줏빛 갈기를 뽐내는 말을 탄 구 척 장신의 당군들이 알로펜 주교의 주변을 둘러싸고 경계했다.
“어찌 된 거요. 혹시? 혹시 어느 높으신 분이나 황자들이 이 근처에 오신건가요?”
쿰바홀이 얼굴이 익은 당나라 비밀 황군들 곁으로 가서 묻는다.
“아니오. 황제께서 주교님을 멀리서 호위하도록 지시하셨어요. 알리지 않으려 했는데….”
“그래야지. 뭐 하러 번거롭게….”
알로펜이 듣기에 따라서는 꾸중도 같이 말했다.

“네. 주교님이 벌을 내리시면 당장 받겠습니다. 또 저희는 황제의 명도 어겼으니 벌을 갑절로 내려주세요.”
황제의 비밀 경호원들이 모두 무릎을 꿇으려 한다.
“안되오. 이건 법이오. 황제 경호원은 어떤 경우도 무릎 꿇는 법이 없소. 여러분의 마음을 알았으니 내 걱정은 말고 장안으로 돌아가시오.”
“네!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황제의 경호원 다섯 명은 그들로부터 멀리 사라졌다.
“황상 폐하! 신은 폐하의 은총에 감격하나이다.”

알로펜은 황제가 계시는 장안을 향하여 세 번 절을 하였다. 알로펜은 수백여 명이 얼어붙은 듯이 있는 군중을 향하여 다시 입을 열었다.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오. 그러나 무함마드 이야기를 마저 하겠소. 무함마드는 나와 며칠을 더 머무르며 예수의 대속죄에 대하여 더 공부하며 우리 기독교를 다신교나 잡신교로 알고 있던 부분은 분명히 바로 잡았으나 그가 예수님이 그 자신의 죄를 대신하여 죽고 또 그를 영화롭게 하기 위해서 다시 사신 분임을 결국은 믿지 못한 채 그가 이슬람교의 교주가 되었어요. 나는 무함마드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무슬림(이슬람교 신자들)들을 바로 가르치는 일을 겸하기 위하여 아직도 죽지 못하고 여기 여러분과 함께 있습니다.”

• 작가 조효근 : 1976년 『월간 문학』 신인상 소설 등단.
대학에서 세계교회사 및 종교사 38년째 강의.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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