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개혁교회 전통 배우며 나아가니 든든히 세워지다

개혁교회 신앙고백서와 고전으로 신자들의 신앙 기초 다져
성가대 없이 모든 회중이 함께 시편 찬송 부르고, 헌금은 무기명으로
내년에는 가정에서 신앙교육 이뤄지도록 ‘제네바 교리문답’ 계획

   
▲ 현산교회 최덕수 목사.

올해로 창립된 지 14년 된 교회, 찬양대 없이 시편찬송으로 드리는 교회, 개혁주의 신앙고백서와 기독교 고전을 탐독하는 교회, 전통적인 공예배를 드리는 교회, 세례 문답과 성찬을 중요시 하는 교회, 무기명으로 헌금하는 교회, 개혁교회를 올바르게 세우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하는 교회.

경기도 일산동구 중산동에 자리한 현산교회(최덕수 목사, 53세)의 얘기다. 14년이란 길지 않은 역사를 이어오고 있지만 최 목사가 10여 가정과 함께 개척한 현산교회는 교회 본분을 따라 건강하게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바른 복음, 바른 교회

최덕수 목사의 목회는 어렵고 복잡하지 않았다. 하나님의 말씀을 신자들에게 제대로 가르쳐 그들 스스로 성도로서의 모습을 다듬으며 나갈 수 있도록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세히 들어보니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최 목사는 전도사, 부목사로서 10여 년 사역하다가 개척했는데 교회를 바르게 세워야겠다는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 목사의 철학을 담은 설교나 성장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성경 본문 자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개혁주의 전통이나 신학이 꽃피웠던 16~17세기의 개혁교회 주창자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래서 개혁교회들이 남긴 유산인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개척 초기부터 4년에 걸쳐 강해했고, 그 후에는 구역공과로 만들어서 가르치고, 새로 등록한 교우들에게 강해 파일을 만들어 공부하게 했다.

“이 내용들은 신자들이 마땅히 알아가야 할 믿음의 내용을 집약해 놓은 것이며, 이것을 펼치면 성경 전체가 됩니다. 성경 전체를 가르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 고백서를 통해 신앙의 토대를 다지게 하는 것입니다.”

이 강해서와 고백서들은 수백 년이 지났음에도 시대의 격차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손색이 없다. 이 내용을 공부하면서 신자들 마음속에는 교회가 무엇인지, 믿음이 무엇인지에 대한 소중한 것이 자리잡게 된다. 공부하면서 신앙과 삶의 괴리가 느껴지면 적어도 고민은 하게 될 것이고 거기서 믿음의 싹은 움트고 자라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은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함이지만 우리를 참 사람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구속의 목적인 하나님의 형상이 신자들 안에서 뚜렷이 자리잡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바른 신앙을 갖도록 하는 데는 기독교 고전을 읽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여 칼빈의 <기독교강요>, 조나단 에드워즈의 <신앙 감정론>, 그리고 헤르만 바빙크의 <개혁교의학 개요> 등을 성도들과 함께 강독했다.

“개혁주의 신앙고백서들을 가르치고 기독교고전을 읽도록 한 것은 평소 바른 신앙은 바른 신학으로부터 나온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신중한 세례와 성찬

현산교회도 세례 문답 시 분명한 신앙고백이 있는지의 여부를 여러 질문들을 통해 확인한다. 그러나 세례를 주기 위한 통과의례로 여기지 않는다. 미흡하면 차후에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두세 번 문답을 통과하지 못한 이들이 재교육을 거쳐 6개월 혹은 1년 후에 세례를 받는 일들도 적지 않다.

“세례가 기초가 되어 교회 회원이 되고, 직분자가 되지 않습니까. 구원에 이르는 바른 믿음을 가진 자에게 세례가 베풀어져야 합니다. 제도적으로 걸러낼 수 있는 최적의 기회가 바로 세례문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찬 또한 점차 의식화되고 축소되어가는 오늘의 추세와는 달리 구원의 은혜를 말씀 가운데 실질적으로 맛보는 성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개혁주의 전통을 따라 1년에 여섯 번 실시하고 있다.
또 특이한 것은 권사와 서리집사 직분이 없다. 현산교회는 말씀을 가르치는 목사, 교회를 치리하는 장로, 긍휼함으로 가난한 이들을 돌아보는 집사 등 세 직분만 있다.

직분을 마치 계급처럼 취급하는 오늘날 교회 제도의 폐단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개척한 지 7년이 지나서 한번 시도해 봤으나 여의치 않아 기다리며 제도개혁의 중요성을 가르쳤다. 타 교회에서 직분을 받고 등록하더라도 호칭을 그대로 하면서 절차를 따라 직분을 주었지만 2012년부터는 협동장로나 협동집사로 호칭한다.

이런 제반적인 부분은 교회 자체 규약에 따라 공동의회 때 안으로 상정해서 함께 논의한 후 진행한다. 신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기다린다.


   
▲ 현산교회에서 신앙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 가르치고 있는 개혁신앙 고백서와 시편찬송가

찬양대 없고 시편 찬송, 무기명 헌금

현산교회는 찬송가와 함께 개혁교회가 전통적으로 부르고 있는 시편찬송을 부른다. 사람이 작사한 그 어떤 노랫말도 시편만큼 하나님의 뜻과 그분의 속성을 잘 드러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찬송 문화가 인간의 감정이나 주관적으로 치우쳐 하나님의 거룩이나 공의가 간과되는 측면이 많다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예전의 통일성이 있었는데, 부흥을 이루는 데 급급해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약해졌습니다.”
현산교회가 시편 찬송을 부른 지는 10여 년이 됐다. 경건한 정서를 함양하는 좋은 찬송임을 모든 성도들이 경험하고 있다. 예배 때 음악의 은사를 가진 몇몇 사람들이 따로 찬양을 하거나 대가를 지불하고 솔리스트와 연주자들을 부르는 것을 하지 않는다. 루터가 만인제사장주의를 주창했고, 개혁자들은 종교개혁 시기에 이미 찬양이 특정인의 몫이 될 수 없고 회중 전체의 것이어야 함을 성경을 통해 분명히 깨달았기 때문에 현산교회는 찬양대를 따로 두지 않고 있다.

또 현산교회에는 헌금 봉투는 존재하지만 헌금자 이름이나 명단이 없다. 그러니 누가 얼마를 냈는지 아무도 모른다. 합계 금액만 알 뿐이다. 다만 소득공제 때문에 필요한 이들에게는 고유번호를 부여해 사용하게 한다.

그것이 신앙 내용에 걸맞게 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헌금이 턱없이 적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개척 당시부터 현산교회는 조금씩 조금씩 숫자도 헌금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교회들이 어렵다는 요즘에도 말이다.

“더디어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방법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람의 눈치나 자신의 체면을 보느라 억지로 하는 것은 위선입니다. 그렇게 해서 만약 헌금이 많이 나온들 무엇하겠습니까.”
한편 1년에 한 번씩은 신자들 심방을 하고 있다는 최 목사는, 하루에 몇 가정씩 찾아가서 진행하는 예배 형식 보다는 하루에 한 가정씩 저녁 8시 쯤 적어도 2~3시간 정도 함께 하며 부부, 가정 문제 등 신앙적인 부분에 대해 마음을 다해 하려 한다.


고민은 있다

   
▲ 현산교회

성경적인 바른 교회를 이루고자 한 최덕수 목사의 의도는 어느 정도 적중했을까. 최 목사는 “70~80% 정도”라면서 “이제부터 더 견고하게 세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현산교회는 가정에서 자녀와 부모가 함께 ‘제네바 교리문답’을 가르치고 배우며 신앙을 더 긴밀하게 할 계획이다. 지금의 주일학교가 약해진 이유를 찾던 중 ‘가정에서 신앙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당연히 자녀들이 잘 자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고등학교나 대학교 이상이 되면 교회와 멀어지게 되면서 그들의 결혼과 출산 후 그들의 자녀도 교회에 올 리 만무하게 됨을 알았기 때문이다.

각 부서별로 제네바 교리문답 배운 것을 토대로 가정에서도 자연스럽게 배우고 가르치는 가운데 신앙적 소통이 자연스럽게 되면 신앙의 뿌리가 견고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늘의 교회들이 여러 면에서 비판을 많이 받고 있는데, 이런 모습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신자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정확히 인지하면 신자의 사명은 자연히 감당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교회가 교회다우면 그것이 교회입니다. 복지나 봉사 등 특화하지 못해도 교회가 본질적으로 해야 할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성장이 좀 둔해도, 시간이 다소 느려도 그런 부분에 연연하지 말고 신자가 신자답게, 교회가 교회답게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이렇게 말하면서 “말씀을 전하는 자가 먼저 신자로서의 기본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목회자도 목사이기 전에 신자입니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없어서 망한다는 성경 말씀을 기억하여 하나님에 대한 가르침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합니다.”

신자 개개인이 신앙의 본질을 잘 알 수 있도록 가르쳐서 신앙공동체의 참 모습을 이루도록 하기 위해 현산교회는 14년간 오롯이 달려왔고, 앞으로도 더욱 더 그 지경을 향해 하나님의 지체가 되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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