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기독교(景敎)_ 51

   
▲ 천축국(인도)과 중국, 소승과 대승의 갈림길에서 대승불교의 길을 열어준 구마라습(천재적 고승) 동상.
타클라마칸 쿠처 키질 석굴 동산에 있다.

유승은 서라벌의 유명인물인 원효의 친구들을 만났다. 원효에게 친구라니 가당치 않으나 원효의 동호인이라 해야 할지, 같은 흉내를 내는 싸구려 불교도들이라고 해야 할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하겠다.

원효는 지금 어디 있을까? 유승은 반월성 주변을 서성인다. 저잣거리로 방향을 잡았다. 원효라는 당대 최고의 승려가 서라벌에 있다는 말을 장안을 떠나올 때부터 들었다. 중국 선승의 으뜸이라는 달마나 서역과 천축국을 17년 넘도록 다녀와서 당나라 최고의 인물로 뽐내는 삼장법사보다 더 법력이 뛰어난, 혹시 부처님의 환생이나 미륵불의 강생일지도 모른다는 원효가 나와 같은 도시 안에 있다는 사실에 유승은 날마다 흥분해 있다가 혼자서 며칠 전부터 서라벌 거리를 헤매고 다녔다. 궁궐 주변으로부터 시작해서 주로 절간이 있으면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고 살펴보았다. 서울 가서 김 서방 집을 찾는다더니, 촌놈 행세가 분명했다.

유승이 들은 바로는 원효는 본디 왕족들이 인정하는 고승 반열의 승려였는데 몇 년 전에 요석 공주의 아들을 낳은 후, 한 사람의 파계승이 되어 전에는 볼 수 없는 무애행(無碍行)의 이름으로 파격적인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럼, 그가 만행(蠻行) 단계란 말인가? 불승들이 깨달음을 얻은 후 엉뚱하기도 한 행동을 해서 주변을 놀라게 하는 그런 행위 말이다. 아니지, 아니겠지. 원효는 당대의 고승이다. 그가 공주의 유혹을 받았는지 아닌지도 모르거니와 지금 그의 행동을 일종의 초보단계를 벗어난 승려들의 행위로 볼 수 없었다.

유승은 생각을 거듭하면서 걷다가 지나는 사람들과 부딪칠 뻔 하면서 걸었다. 어느 한 곳을 지나다가 우당탕탕, 하는 소리를 들었다. 혹시 원효일까? 그가 담장 너머로 살펴보는데 누군가가 그의 등을 툭 친다.
“아이고…!”

유승이 재빠르게 몸을 한쪽으로 비끼며 그를 친 사람을 마주보았다. 등짝을 후려쳤던 사람이 유승의 얼굴을 살피더니 그의 복색도 눈여겨본다. 유승이 나섰다.
“저는 중국에서 왔소이다. 며칠 전 페르시아 황태자를 모시고 온 사신 일행 중 한 사람인데 내 이름은 유승이라 하오.”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 필담을 섞어서 대충 전달했다. 그랬더니 상대방 젊은이가 오히려 머리를 꾸벅이며 사과를 한다. 남의 집을 기웃거리는 이상한 사람으로 알았노라는 것이다. 유승이 대뜸 원효를 들먹였다.

“원효 대사를 찾고 있소. 그분이 훌륭한 고승이라 해서 배움을 얻고 싶어섭니다. 혹시 지금 그분이 어디 계시는지 아시오?”
청년의 눈이 동그래진다.
“원효! 그 사람 고승도 아니고 대사도 아닙니다. 사람들을 속이는 괴승이라 해야 합니다.”
“아니오. 아닐 것이오. 그분을 내게 좀 소개해 주시오.”

청년은 다시 말했다.
“어제 저녁부터 저쪽 큰 시장 뒷골목에 가면 그가 있는 모양이오. 중국서 오신 분이면 대접을 해 줄는지, 요즘 그는 거의 미치광이처럼 행동하더군요.”
“아, 고맙습니다.”

유승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큰 시장 뒷동네로 달려갔다. 동네 마당에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춤을 추고 술을 마시기도 하고, 광대놀음을 벌이고 있었다. 승려들도 여러 명 있는데 그 중에 원효가 누군가를 가늠해 보았다.
마당 가득히 모여 춤과 노래라….

옳지, 저기 있구나. 헌 바가지를 여러 개씩이나 주렁주렁 메달고, 그것들을 두드리며 노래한다.
“일체 무애인 일도 출생사 모든 것에 걸림이 없으니 한 길로 생사를 벗어났도다!”
춤을 추면서 바가지를 두드린다. 바가지들이 덩달아 춤을 춘다.
군중과 어울리는 원효였다. 유승은 흥분했다. 키가 훤칠하며 얼굴은 귀티가 나는 중년 사내, 머리도 덥수룩했고 수염도 다듬어지지 않은 채 턱과 볼 부위를 뒤덮고 있다. 구레나룻이다.

한동안 서있는데 광대들의 춤만 그대로이고 원효로 보이는 이는 마루에 걸터앉는다. 유승이 빠른 걸음으로 그에게 달려갔다.
“원효 대덕이시죠? 저는 당나라 장안에서 온 유승이라 합니다. 페르시아 황태자를 모시고 온 사신단의 한 사람이외다.” 필담을 섞어서 말을 만들었다.

유승의 말을 듣던 원효가 자리를 고쳐 앉는다. 그리고 다시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그의 눈에서 번쩍 빛이 발하는 것을 유승은 보았다.
“대사님, 원효 대사님. 사실 저는 당신을 한번 만나고자 사신단을 따라왔습니다.”
유승은 맨바닥에 덥석 앉으면서 원효의 발아래 머리를 조아렸다. 원효가 유승의 온몸을 잡아 일으킨다.
“반갑소. 그리던 친구를 만났소이다. 그대는 구도자시죠?”

원효가 호쾌한 표정을 지으며 유승의 행색을 다시 살핀다. 더 말이 없이 유승을 일으켜 함께 걷는다. 사람들이 소란을 피운다. 대사님! 원효 대사님! 복성 거사여! 소성 거사여! 장돌뱅이여! 파계승아! 이놈아! 소리까지 뒤섞여서 혼잡을 이루고 있었다. 승려 한 사람이 유승과 원효의 뒤로 몇 발자국 멀리서 조심스럽게 따라온다.
원효는 객사 비슷한 곳으로 유승을 안내했다. 절이 아니었다. 

 

 • 작가 조효근 : 1976년 『월간 문학』 신인상 소설 등단.
대학에서 세계교회사 및 종교사 38년째 강의.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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