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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천년여행] 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127<당나라 기독교(景敎)_ 52
조효근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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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6호] 승인 2015.01.14  1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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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 거사는 대륙의 드넓은 곳에서 유명인들을 만날 수 있었으니 나에 비해 복을 많이 받았구려. 거, 예수 성인 소개 좀 해주시오.”

   
▲ 쿠처왕국의 당나라 안서도호부( 절도사 고선지 장군, 고구려유민)10만 병사가 훈련하는 병영 표지판이다

<원효와 유승의 만남>


“이곳은 우리가 법과 진리를 말할 수 있는 곳이오.” 원효가 방긋이 웃으며 말한다.
“대사님께서 진속일여(進俗一如)라 하신 말씀을 지금 배우고 싶습니다.”
“그래요, 일체유심조라 했던가? 아, 그 말씀은 당나라 유학길을 포기하신 그때 해골바가지 물에서 얻은 법문이구려.”
다시 원효는“색즉시공(色卽是空)이요…”하더니 잠시 말을 멈춘다. 이를 유승이 공즉시색(空卽是色)으로 받았다.

“헛허허!”
원효가 유승을 긴장하는 눈으로 본다. 유승 또한 진땀이 날 정도로 흥분하면서 말을 이었다.
“대사님, 중국의 서쪽 서방으로 가는 길에 쿠처 왕국이 있습니다.”
“네, 거기에 구마라습 대사의 도제들이 있지요.”
“그렇습니다. 저는 구마라습 선사가 부처의 가르침을 색즉시공, 공즉시색으로 번역하셨음이라고 배웠습니다.”

“구마라습을 아시는군요.”
“네, 저는 그분의 가르침을 일찍부터 배운 제자였습니다.”
“그럼 지금은?”
“파계승입니다.”
“허, 파계라…, 어인 일로….”

“20여 년 전 로마에서 아시아 대륙으로 오고 있는 예수를 만났습니다. 저는 그때 파미르 고원 비탈에서 동서로 오고 가는 나그네들이 쉬어갈 수도 있는 절에 있었지요.”
“그래, 예수 성인을 어떻게 만났소이까?”
“살아있는 예수, 혹시 미륵불이 내게 나타나셨나하고, 정신을 바싹 차렸지요. 지금 대사님 앞에서와 비슷한 심정이었죠.”
여기에서 원효는 크게 한 번 웃는다.

“지금 장안에는 삼장법사가 떠오르는 별입니다. 그가 천축국 각지를 17년 동안 순례하면서 많은 경서 자료를 가져왔고 황제 당 태종의 명예에 큰 보탬을 주고 있습니다.”
“삼장법사도 아시오!”
“달마 선사의 도장이 당나라 땅에 있어요. 그분의 제자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유승 거사께서는 복도 많구려. 그래 언제 서라벌을 떠나십니까?”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
“왜요?”
“간다, 온다에 자신이 없어졌어요. 더구나 원효 대사를 만났는데 쉽사리 떠날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 미치광이 또 하나 나타났군….”
원효는 장난기가 있는 사람인가보다. 지금쯤은 유승과 친해질 수 있다고 보았을 수도 있다. 이때 유승이 정색을 하며 소리쳤다.
“미치광이는 원효로 넉넉해요!”

유승의 성난 고함소리를 듣고도 원효는 벙긋이 웃더니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일어나시오.”
유승은 억지성깔이 통하지 않자 잠시 머뭇거리면서 묻는다.
“어딜 가려고 그러시오?”
“네, 유승 거사가 머무는 객사에 가보고 싶소이다.”

“대사님, 하늘같은 어른을 붙잡고 농도 하고 무례를 저질렀으니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유승은 엎드려 절을 하고 원효와 함께 길을 나섰다.
“유승 도사님, 여기서 탁발을 해서 끼니를 때우고 갑시다. 때가 된 듯하구려.”
유승은 원효를 따라 객사에서 돌아섰다. 거기에 식당이 있었다. 원효는 유승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그래, 이제 예수 성인이라는 분의 이야기 좀 해주시오. 난 젊은 날 당나라 불교 공부하자고 요동 땅까지 갔던 일이 있었죠. 그때 하마터면 첩자로 몰려 죽을 뻔 했어요. 다행히 목숨을 건졌으나, 또 10여년 후 다시 이번에는 백제의 포구로 가서 배편을 이용하려 했는데 부처님이 안가도 된다고 말려서 그만두었소. 유승 거사는 대륙의 드넓은 곳에서 유명인들을 만날 수 있었으니 나에 비해 복을 많이 받았구려. 거, 예수 성인 소개 좀 해주시오.”

“그럽시다. 알로펜이라는 페르시아 출신 기독교 주교인데 그분을 만나 가르침을 들으니 황하나 장강이 아무리 크고 깊다 해도 다 바다로 가듯이, 세상의 이치나 철학, 종교까지도 하나로 통한다 했습니다. 또 그분 알로펜 주고는 가로되, 기독교에는 임마뉴엘 사상이 있다 하여 내 마음을 두드리더군요. 내용인즉,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입니다. 임마누엘의 뜻은 하나님이 사람과 함께 하시다, 또는 사람 되시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사람 된다 했을 때는 사람도 하나님처럼 사는 것이냐 했더니 그렇다는 것입니다.”

유승의 말을 들은 원효는 고개만 끄덕일뿐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저는 문수 보살처럼 둘은 곧 하나라고 표현하고 있고, 대사님은 유마 거사 되어 굳게 입을 다무시는 것 같습니다.”
“아, 유승 도사. 그대는 중국 도교의 도사와 같구려. 그리고 나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있으신가요.”
“네, 당나라에서는 신라의 원효는 천축(인도) 사람일 거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오. 내가 천축국 사람일거라니…”

“네, 좁은 신라 땅에 본존불(석가모니 부처)의 경지의 인물이 났으니 불교의 본토인 천축 출신이 아닐까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대사께서는 제가 겨우 도교의 도사 수준으로 보이나요?”
“아, 아아! 그게 아니라….”
“원효의 금강경, 유마경, 대승 가신론의 경지를 따를 자는 천축, 중국, 신라, 또 일본에 없다는 사실을 온 세상이 아는데 대사여, 왜 우물우물 하십니까.”

“그런가요. 저는 다만 불교란 어느 일종(一種), 일파(一派)에 구애됨이 없이 만법(萬法)이 일불승(一佛乘)에 귀의하며, 마치 대해(大海)에는 일체 중류(衆流)가 다 들어간다고 보는 금강경의 요구에 화답하고 있소. 또 대승, 소승, 성(性), 상(相), 둔(遁), 점(漸) 등 상호 대립적인 교의를 다 융합하여 일불승으로 귀의시키자는 뜻이면 될 것이오.”

“차별하지 말자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당나라가 도교를 마치 국교처럼 두둔하는데 나는 도교가 매우 음흉스럽다는 생각입니다.”
“어떤 점이 그런가요?”

“그들은 노자가 도교의 교조인 양 말하지만 노자는 아마 그들을 향해 나는 너희들 모른다 할 것이오.”
“그런가요. 그럼 내가 유승 거사를 도교의 도사 같다 한 말을 취소하겠소.”
“고맙습니다. 도교는 구마라습이 등장한 이후 원시 종교에서 점차 벗어나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당나라를 업고 불교나 기독교 등을 먹어치우고 싶은 중국적인 성격의 종교이니 경계함이 옳다고 봅니다.”
“그들 또한 이 하늘 아래 한 조각 형용일 뿐, 결국은 모두 저 바다에서 만나는 물이 되어 하늘과 땅을 오가면서 만세토록 생명의 기쁨을 누리게 합시다.”

“그럽시다. 내가 아직은 어린가봅니다.”
“아니오. 타국에 와있으니 그럴지도 모르오. 여기서 나와 함께 친구로 살면 되지 않겠소.”
저들 둘은 밥상을 앞에 놓고 긴 이야기 속에 빠져만 간다. 원효가 목이 마르다며 주모에게 물 좀 달라 했더니 주모는 항아리 채 막걸리를 들여보낸다.

“허, 목마르다. 나 먼저 목 좀 축이겠소.”
원효는 익숙한 솜씨로 주발을 술 항아리에 집어넣어 그것을 목구멍에 털어 넣는다.
유승을 바라보며 빙긋이 웃는 원효는 약간은 멋쩍어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는 유승에게 술 사발을 내밀었다.

“이거 곡차요. 한 사발 마시면 속이 시원해질 거요. 받으시오.”
유승은 얼결에 탁배기 사발을 받아들었다. 원효가 담아서 건넨 막걸리였다. 그도 한때는 마셔본 일이 있었으나 알로펜의 제자가 된 후로는 기회가 없었다. 유승은 호기 있게 단숨에 목구멍에 통째로 막걸리 사발을 털어 넣을 듯이 마셨다. 원효가 유승의 어깨를 툭 쳤다.

“불교나 기독교 가지고 세상을 홀리려 들지 말아야 하오. 이 세상은 하늘 하나, 땅이 하나요. 하늘은 신, 땅은 생명들, 이 둘이 서로를 용납하면 하나인 것이오. 하늘과 땅이 만나서 조화를 이루면 극락이요 천국이 되지요.”
유승은 원효의 표현에 공감했다.

“그렇소. 나도 동감이오. 우리가 각기 다른 종교적 견해를 가졌다 해도 본래 가치가 하나인줄만 안다면 크게 진보할 것입니다. 대사님께서 내게 용기를 주었구려.”
“아니오. 유승 도사가 나 같은 파계승을 찾아 준 그것이 곧 유승의 아량이고 기독교의 너그러움이지요.”
그들은 탁배기 한 사발씩 더 마시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원효 대사님!”
“아니오. 대사도 아니고 원효도 아니오. 나를 소성거사로 불러 주시오.”
“나도 아니오. 내게는 오직 서라벌에 계시는 원효 대사일뿐이니 더는 내게 요구하지 마시오.”

“어허, 유승….”
유승을 부르던 원효가 두 손을 벌려서 그를 껴안는다. 유승은 원효의 가슴에 안겼다. 그도 원효를 껴안고 마음속으로 흐느꼈다. 유승은 원효를 껴안은 채,
“대사님, 파계가 뭐요? 그것이 파계인지 또 다른 의미의 득도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게만큼은 파계승 어쩌고 하지 마세요. 우리는 진리의 완성을 향해 하늘길 가는 거룩한 도반이오. 안그렇소. 원효 대사님!”
원효가 한손으로 유승의 등을 두드리며 동감을 표했다. 그들은 걸었다. 원효가 앞에 서서 길을 잡는다. 반원성 궁궐들이 있는 곳에서 뒷길인 산길로 접어들었다.

“대사님! 내가 머무는 곳은 월성 쪽이오. 지금 어디로 가는 겁니까?”
“압니다. 내게 급한 일이 있소. 잠간만 내 집에 들렀다 갑시다.”
“허허, 뭐가 급한 것이오?”
“그래요, 유승 도사님에게 홀려 있다가 시간 가는 줄 몰랐구려. 내 어린 젖먹이들이 배가 많이 고프겠소. 어서 발걸음을 재촉해야 하오.”
원효는 유승의 옷소매를 잡으며 빙긋이 웃는다. 며칠 전 대안 대사가 자기를 속이던 대로 유승에게 그대로 말했다.

“뭐요? 젖먹이들이라니… 그럼….”
“그렇소. 내 새끼들이오, 어서 갑시다.”
유승은 원효가 파계했다더니 그럼 자식까지 낳아서 기르고 있다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원효가 자식을 낳은 것은 맞다. 이미 돌 지난 아들이 있었다. 설총이다. 그가 요석 공주와의 사이에 낳은 아들이다. 유승이 아직 그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원효는 뒷산 숲길에 접어들었다. 해거름께가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원효가 달리는 듯한 걸음으로 큼지막한 굴속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서 사람 소리가 들렸다.

“원효 대사님, 내 자식들 점심을 먹이신다더니 다 굶겨 놓았구려. 이놈 좀 보시오. 배가 고파서 눈도 뜨지 못하고 있소. 대안, 대안, 어허 대안이라….”
원효가 바랑에서 호리병 하나를 조심조심 꺼냈다.
“여기 있소. 새끼들 먹거리로 준비했는데 당나라에서 친구가 나를 찾아온 터라 시간이 좀 지체되었습니다. 대사님, 대안 대사님 용서해 주세요.”
“그럼, 내가 용서했지, 용서하지 못할 대안이 어디 있소. 대안, 대안, 대안이라…. 뭐, 당나라 친구라고…?”
“네, 페르시아에서 당나라로 와서 예수 전도하던 유승 주교가 이분인데 오늘 내 친구가 되었소.”
원효가 유승을 대안 대사에게 소개했다.

“허어, 대안이로구먼, 대안이야, 대안이로세. 유승 주교님이면 예수님의 동생이시구먼.”
“그렇습니다. 예수의 제자인 유승입니다. 대안 대사님! 배움을 부탁드립니다.”
“어허, 대안이로세. 예수님이 석가모니의 말썽꾼 자식더러 배움을 달라고…? 허어. 대안, 대안, 대안이로세.”

유승은 원효가 새끼들 때문에 급하다는 말이 그들이 보호하는 어미 잃은 너구리 새끼들을 말한 것임을 알았다. 더구나 원효 대사가 존경하는 대안 대사까지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유승이 원효를 그들의 객사로 안내하려 하자 원효가 다음에 오겠다며 사양한다. 그러나 원효와 함께 이 밤을 지내겠다는 유승을 원효는 뿌리치지 못했다.

작가 조효근 : 1976년 『월간 문학』 신인상 소설 등단.
대학에서 세계교회사 및 종교사 38년째 강의.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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