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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기독교(景敎)_ 54
조효근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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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8호] 승인 2015.01.28  1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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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신장 위구르지역 투르판. 한 위구르인 무슬림 가정에서(경교사진)

알로펜은 초코의 날 하루가 금쪽같다. 제자 훈련을 위한 그의 강행군은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마다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는 날마다 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제자들을 위한 강의와 면담으로 쉴 짬이 없다. 장안으로 빨리 돌아오라는 당태종의 성화가 빗발치는데도 그는 자기 계획대로 일정을 진행하고 있었다.

“황제가 노여워하지 않을까요?”
쿰바홀은 알로펜이 혹시 장안으로 돌아간 뒤에 황제의 노여움을 사게 되면 어쩌나 하는 것이 걱정되어 입을 열었으나 알로펜은 빙긋이 웃기만 했다.

“주교님, 웃음이 나오십니까? 당태종이 누군지 잘 아시면서 왜 고집을 피우십니까?”
“여보시오. 쿰 부주교님! 나는 당태종보다 하늘의 황제이신 주 예수님의 명령을 따라야 합니다.”
“참, 누가 그 마음을 모릅니까? 하지만 당나라 선교는 당 황제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그의 비위를 거스르면 안 됩니다.”

“그래서 내가 사마르칸트와 여기 초코국의 선교사 훈련에 승부수를 두고 있어요. 나 이번에 장안에 가면 다시는 중앙아시아 전략에 참여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알로펜의 이 말에 쿰바홀이 화들짝 놀라고 있었다. 그는 알로펜 주교의 표정을 한 번 살피고서 말했다.
“아니, 그 말씀이 무얼 뜻하는지요?”

“부주교님, 왜 그리 놀라시오. 내가 지금 몇 살이요, 부주교는 또 몇 살이고요. 사람의 목숨이라는 게 위에 계신 분이 정하신 일이지만 내 나이가 80살이 다 되었소이다. 그런데 이번에 장안으로 가면 언제 또 여기에 와서 제자들을 가르치겠습니까? 나 아니어도 잘 되기는 하겠으나 그러나 나는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아마 당나라가 고구려와 전쟁을 치르고 나면 세상이 또 달라질 겁니다.”

“주교님, 저 같은 머리로는 주교님의 말씀을 잘 모르겠습니다. 단 하나, 주교님의 연세가 조금 많기는 하지만 앞으로 20년 정도는 거뜬히 활동하실 것입니다.”
“어? 그럼 날더러 100살이 되도록 머슴노릇이나 하라는 것이오?”

“머슴인지 왕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처럼 미련한 사람을 이만큼 가르쳐 주신 것을 보면 주교님은 좀 더 일하셔야 합니다. 죄송합니다마는 모세처럼 120살까지는 중국과 중앙아시아의 교회를 위해서 지금처럼 수고해 주셔야 합니다.”

“이 사람 부주교! 당신 내게 억지 좀 부리지 마시오. 그러나 솔직히 쿰바홀 부주교의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구먼.”
저들은 함께 웃으며 선교 전략실로 향했다. 전략실에는 사마르칸트 팀과 판지갠트 팀, 그리고 초코국을 비롯한 타클라마칸 오아시스 국 대표들까지 함께 모여서 알로펜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분 각 지역 선교전략을 종합 점검해보기로 합시다. 먼저 사마르칸트 대표인 요한 사제가 지역 현황을 말씀해 주세요.”
요한이 일어났다. 그는 총명한 눈빛을 반짝이면서 먼저 알로펜 주교에게 목례하고 좌우를 살핀다.

“존경하는 주교님을 모시고 중앙아시아 전략을 보고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 사마르칸트 교구는 중앙아시아의 중심지역으로 방대한 무대입니다. 지금도 북방지역에서 유럽 쪽을 향하는 민족 이동이 계속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선교 인력이 약 500여 명 됩니다. 가족까지 활동하고 있으니 1천여 명 더 되는 이들이 한 손에는 파는 물건을 들고, 또 한 손으로는 하나님 말씀을 들고 복음을 전합니다. 숫자가 많을 때는 지금 숫자의 갑절도 더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슬람이 등장한 뒤로는 페르시아를 사실상 접수한 저들 이슬람 사람들이 우리 사마르칸트 지역 중심으로 북방에서 오는 돌궐족 등을 회유하여 자기들 신자로 만들고 우리 기독교에 경쟁심을 발동하도록 유혹하고 있습니다.

저는 알로펜 주교님의 중앙아시아 선교 전략에 동의하고 따르면서, 하나 더 이 시간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 말씀은 각 지역 보고 후에 하는 것이 옳은 것 같습니다만….“
사마르칸트의 요한은 알로펜을 바라보면서 동의를 구하고 있었다.

“아니오. 요한 사제의 그 말씀을 듣고 다음 진행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참석자들도 알로펜 주교의 의견에 찬동했다. 요한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는 우리 선교사들과 각 지역의 선교 책임자들이 양적인 성장에만 매달리지 말고 ‘인물 되기’, 또는 ‘인물 만들기’에 주력했으면 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 이슬람 종교의 교주 무함마드 같은 인물이 한 사람 나타나니까 온 세계가 긴장하고 수천 년 역사를 지닌 페르시아 같은 제국이 그들 아라비아인들의 소유가 되어버리는 것을 봅니다. 또 옆에 계시는데 면전에서 직접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우리의 지도자이신 알로펜 주교 같은 어른이 한 분 계시니 진시황제나 한 무제 같은 황제보다 더 뛰어나다는 당태종 같은 사람의 마음을 쥐어흔드는 힘이 있어서 중국 선교의 큰 포부를 펴고 있지요, 더구나 중국에 멈추지 않고 중국 이후의 시대를 겨냥하시고 중앙아시아의 초코를 중심한 서역 땅을 아시아 선교의 후방기지로 삼으시려는 선견지명을 발휘하고 계십니다.

이러한 인물들이 하루 이틀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죠. 그래서 저는 수백, 수천 명의 선교사 활동도 중요하지만 큰 인물 기르기, 큰 인물 만들기, 큰 인물 모시기를 위한 지혜를 찾고자 합니다.”
와, 와, 와…. 모인 사람 모두가 함성을 지르고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면서 ”바로 당신이야, 그 다음은 당신이야, 바로 당신이야…“를 반복하여 노래 부르면서 기뻐하고 있었다.

요한은 환호가 쏟아지자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다. 마치 자기가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울상을 짓는다.
“요한 사제! 인물을 찾고 인물이 되자는 의견에 나도 공감합니다. 그럼 인물 되는 길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주시면 좋겠습니다.”

“네, 저는 우리 기독교인들의 의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다수가 ‘미래형 신자들’이거든요. 하나님의 복음은 완료되었어요. 그러므로 우리의 신앙은 현재형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부활이나 영생이 현재형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부활의 첫 열매 되시는 예수를 따라서 부활의 오늘을 사는 것입니다.

다시 죽을 수 없는 영생에 들어왔습니다. 부활이나 영생이 미래일 수 없는 것은 우리는 예수께서 죽으실 때 그분과 함께 죽음을 경험했습니다. 한 번 죽는 것으로 사람의 형벌은 끝났습니다. 다시는 죽음이 나와 여러분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살고 죽는 문제가 처리되면 죽음이라는 사단의 굴레에서 우리는 자유합니다. 생명의 영원한 자유를 가진 자들은 천사보다 더, 하나님의 자녀의 권세를 가집니다. 예수님과 동반권능을 가지게 됩니다. 바로 여기서부터 인물 만들기가 시작됩니다.”

“저런….”
사람들은 소리를 죽이고 웃음기도 가신 채 멍한 듯한 시선으로 사마르칸트의 요한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요한이 끝으로 한마디 더한다.
“저는 이 가르침을 우리의 지도자이신 알로펜 주교님께 배웠습니다.”
알로펜이 앞으로 나선다.

“요한 사제여, 당신은 복이 있습니다. 어찌 그대만 내게 배웠다고 하겠습니까. 그리고 맞습니다. 요한 사제는 영생의 세계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영생의 그 무대는 당신에게 영원히 열려 있습니다. 당신과 함께하면 그 누구도 거기 영광의 나라를 현재 시간, 육신의 몸을 입은 이 시간에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단, 영생을 맛본 사람, 다시 죽을 수 없는 부활에 참여한 현재 우리는 결코 육신을 의지하거나 신뢰하여 사단의 속임수에 빠지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네! 아멘! 오, 아멘!”
“그럼 다음은 판지갠트 팀이 나와서 말씀해 주시오.”
“저는 판지갠트의 샤푸르입니다. 판지갠트는 파미르고원 비탈에 자리 잡은 지역으로 곳곳에 개인 수도 공간이 많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알로펜 주교님이 처음 판지갠트에 오신 후 얼마쯤 지났을까요. 저의 기억으로는 30여년 가까운가 합니다. 금번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저까지 10명이지만 그곳에는 수백 명, 개별 신자들은 수천여 명이 됩니다.

저는 그때 그 밤에 알로펜 주교님이 주신 말씀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내용 그대로를 여기서 옮길 수 있을 만큼 심각하게 배웠지요. 앞서 말씀하신 사마르칸트 요한 사제의 그 말씀과 다를 바 없으신 내용의 또 다른 표현으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희 판지갠트의 지도자이신 우비칸 주교님은 저희들을 잘 가르쳐서 오늘은 알로펜 감독(주교)님 제자로 남겨두고 하나님 품으로 가셨습니다.
저는 우리 알로펜 선교단의 아시아 선교의 성공을 위해서 후방기지를 지키고 싶습니다. 저희 지역은 말씀드린 대로 산악지역이 많아서 사단의 세력들과 싸울 때 전략과 전술상 유리한 지형지세를 가졌습니다. 우리 모두를 연단시키기 위해 얼마간 시련 주실 것을 예감합니다. 계시록에 나타난 소아시아 일곱 교회가 겪었던 시련기가 앞으로도 있게 된다면 저희 판지갠트 교구가 그 시대를 준비하겠습니다.

“샤푸르 사제의 자신감 넘치는 고백이 부럽습니다. 그럼 다음은 쿰바홀 부주교가 초코국을 중심한 서역(타클라마칸) 지역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알로펜이 쿰바홀을 불러냈다.

“앞에서 두 분 사제가 한 말씀을 두려운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나는 그동안 더 많은 사람을 불러서 가르치려고만 했는데 오늘 말씀을 듣고 보니 자칫 많은 지식이 장애물이 될 수 있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침묵도 지식에서 나오는 법, 그렇다면 우리는 두려움보다는 경건한 순명의 자세로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가능하면 더 좋은 환경을 마련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합니다. 저희는 3천 명 정도의 전도자들을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그들 중 2천 명은 소그드 상법을 배우면서 돈을 벌어 선교비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순환법칙을 따라 돈벌이와 전문선교역량을 확대해 나갑니다. 그리고 정치사회가 변할 경우 권력이 우리의 선교활동을 압박하면 마치 완전수비형 전략처럼 3천 명 전원이 생업에 전념하면서 어려운 때를 이겨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당나라 황제가 우리를 친절하게 도와준다하여도 지금의 황제가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있을 수도 없는 일인데, 언제 어떤 환경이 우리에게 닥쳐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 같은 장기적인 예상을 하면서 우리 알로펜 주교님이 후방 선교기지를 전략적으로 준비하시는 겁니다. 더구나 이슬람 종교가 우리들의 앞길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겁니다. 저들은 주변에 강대국의 영향이 없는 중앙아시아에 페르시아를 배경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정치와 종교를 하나로 취급하는 독특한 특징을 가졌으니 그들에게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우리는 세상 권력과도 당당한 외교력을 발휘하는 실력을 길러야 합니다. 저희는 그래서 가능한 한 1년에 한 번은 알로펜 주교님을 초코로 오시게 하고, 또 1년 후에는 우리들의 지도급 인물들 1백여 명을 주교님이 계시는 장안으로 보내서 끝없는 교육을 실행하며 준비된 선교역량을 기르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3개 지역의 선교계획에 알로펜은 흐뭇했다.

“여러분, 판지갠트와 초코는 사마르칸트를 중심하여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오늘 여러분의 소신에 찬 말씀을 들으니 이 늙은이는 마음이 놓입니다. 나는 내일 일찍 장안으로 돌아갑니다. 황제의 고구려 침공 전략에 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 부르시는지. 그렇다고 부르시는데 아니 갈 수가 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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