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약 원어 성경을 직역해서 펴낸 허 성 갑 목사(말씀의집 대표)

  히브리어로 가정예배 드리고파 신학 마치고 이스라엘行-4년간 온 가족이 1독
  구약 6년, 신약 4년 번역, 이후 신구약 일관성 작업 거쳐 <직역성경> 출간하다
  원문 따르지 못한 번역의 허실(虛失) 성경 곳곳에…직역성경으로 바로잡는 쾌거
 
   
▲ 신구약 원어 성경을 직역해서 펴낸 허성갑 목사
원어로 쓰인 성경 전체를 한글로 번역해 낸 사람이 있다. 성경에 사용된 원어인 히브리어  8,722개, 아람어 731개, 헬라어 5,435개의 단어가 성경에서 사용된 용례를 거의 모두 검토하고 교정 작업을 거쳐 출간해 냈다. 말씀의집(www.hebrew.pe.kr) 대표 허성갑 목사(60)가 바로 그 사람이다. 
 
✚ 40세에 결행한 소박한 꿈

“평생 성경을 봐야 하는데, 이왕이면 원문으로 봐야지. 자녀들에게 상속할 것은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허성갑 목사의 꿈은 이렇게 소박했다. 사회생활 하다 늦깎이에 신학(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공부를 마치자마자 아들 둘(당시 초등 3, 6학년), 아내와 함께 원문으로 성경을 읽고자 하는 열망 하나를 안고 온 가족이 이스라엘로 갔다. 
 
생각지도 않게 예루살렘에서 구한 집 바로 옆에 히브리대학이 있었다. 그 대학 로스인터내셔널(영어로 하는 석사과정)이 처음 개설됐을 때 운 좋게도 허 목사는 입학, 1회 졸업생이 됐다. 히브리어로 공부를 해야 학위를 받는 학교의 원칙에 따라 허 목사는 그 코스(6학기)도 동시에 진행해 4년 만에 졸업했다. 아이들은 유대인 학교에 들어갔다.

그리고 드디어 4명의 가족은 떠듬거리면서 히브리어로 성경을 읽고 해석하며 가정예배를 드렸다. 1995년 8월에 도착해 11월 1일부터 한 사람이 한 절씩 읽고 해석하기 시작했는데 4년 정도가 되니 성경 1독을 마치게 되었다.

아이들은 유대인학교에 들어간 지 7개월 정도가 되니까 말이 다 트였다. 큰 아이는 고등학교 졸업할 때 유대인학교에서 1등을 차지할 정도가 됐고, 작은 아이는 예루살렘 대표로 성경퀴즈대회에 나가 1등을 할 정도로 아이들의 적응력은 탁월했다.

오후 5시 30분이 되면 가족 모두가 모여 가정예배를 늘 드렸다. ‘밖에서 뛰어놀기에도 부족할 나이, 아이들이 사회성이 없어지면 어떻게 하나’라고 우려했지만 그건 기우였다. 지금 두 아이 모두 한국에서 사회생활에 아주 잘 적응하고 있다.

그럴 즈음, 한국교회 번역문제가 시급하다는 지인의 얘기를 듣고 결심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도 가정예배 때 히브리어를 배워서 성경을 원어로 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한국인이 가르쳐봐야 어느 수준에 도달하기는 힘들다, 아니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방법은 하나. 원어에 가장 가까운 성경으로 번역해주는 것이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히브리어를 나름대로 연구해서 가르치는 이들이 곳곳에 있지만 안 배우는 것만 못할 정도로 왜곡된 모습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서 공부하며, 4년간 가족과 함께 신구약 성경을 읽고 해석하는 것을 마치고 난 후 허 목사는 번역을 시작했다. 원어로 가정예배를 드리며 가족과 함께 논의도 하고 검토한 것이 큰 힘이 되었다. 그렇게 6년간 현지에서 허 목사는 번역을 마쳤다. 몸은 시체처럼 기진맥진해 있었다. 

이스라엘에서 목표한 것을 다 이루었지만 오라는 데는 없고, 무일푼 알거지(?) 상태에서 ‘장모’가 들어오라고 했다. 나중에 들으니 이 정도로 빈털터리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했다. 10년 전 이스라엘에 갈 때만 해도 번듯한 아파트 한 채도 있었지만 돌아온 한국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한국에 10년 만에 들어와 막막할 때 충북 음성 부윤사랑의교회에서 청빙, 4년간 목회했다.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히브리어 직역 구약성경>을 출간했다. 목회하면서 신약을 번역, 2010년에 <헬라어 직역 신약성경>을 출간했다. 홍보도 거의 하지 못했는데, 각각 1만부 정도가 나가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갈 정도로 사랑받았다.

그런데 설교를 준비하면서 원어성경과 비교해 보니 한글 성경에 문제가 많았다. 그리고 자신이 번역한 구약과 신약의 직역성경 역시 일관성과 통일성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음을 인지, 그 작업을 하려면 목회와 병행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사임했다.

그리고 2010년 8월에 지금의 충북 음성에 ‘말씀의 집’의 터를 잡고 시작한 그 번역 작업 역시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침내 2013년 12월에 출간된 성경이 <히브리어 헬라어 신구약 직역성경>이다. 
 
✚ 현재 한글 성경의 문제점

13년간 원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허 목사의 눈에는 수두룩한 문제점과 차이가 매일 보였다. 구약성경에서 6,800번 등장하는 하나님의 이름인 여호와가 신약성경에서 갑자기 사라지고, 그 대신 주님이란 단어로 대치됐다. 그 단어가 성자 예수님을 뜻하는 것인지, 성부 하나님을 뜻하는 것인지 모호하게 된 것이다. 신약의 그리스도란 단어는 신약에서 처음 나오는 단어인 양 인식되었다.

독일의 주석가 델리취가 번역한 <히브리어 신약성경>을 보면 여호와란 단어가 200회 정도 나타나며, 구약의 헬라어 번역본인 칠십인 역은 크리스토란 단어가 40번 정도 나온다. 그런데 우리 한글로 번역된 신약성경에는 여호와란 단어가, 구약성경에는 크리스토란 단어가 없는 것이다.

허 목사는 “원어 성경이라고 하면 구약은 히브리어 성경을, 신약은 헬라어 성경을 말하는데, 놀라운 일이지만 영어성경을 비롯하여 지금 번역 성경들은 이 원칙을 신실하게 따르지 않았다”면서 “마틴 루터의 번역 성경과 킹제임스역(KJV)이 성경 번역의 오류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그 이후 모든 번역 성경은 90% 이상 이 두 성경의 복사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한글 번역본들은 원어가 아닌 영어성경과 중국어성경의 번역 관례를 따르고 있어서 원문을 정확하게 번역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여호와를 주님(LORD)으로 번역한 것이나 신약에서 피스티스를 모두 믿음(faith)으로 번역하는 것은 여전히 모든 번역 성경에서 바뀌지 않고 계속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오류에 대해 <그리스도가 사라진 구약성경, 여호와가 사라진 신약성경>(2014년)에서 몇 가지 핵심으로 짚고 있다. 신약성경이 헬라어로 기록되었지만 신약의 배경은 이스라엘이고 주인공과 등장인물, 저자도 대부분 이스라엘 사람이기 때문에 때로는 유대적인 문화와 관습을 통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는 것이다. 마태복음 5:17절의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를 폐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에서 정확한 번역은 ‘율법이나 선지자’가 아니라 ‘모세오경과 예언서’라는 게 옳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일관성 작업 없이 번역하다 보니 히브리어의 ‘헤세드’란 단어는 개역개정에서는 인애, 인자, 은혜, 동정, 아름다움 등 17개로 번역돼 있는데, 킹제임스나 표준새번역, 쉬운성경, 우리말성경 등 역시도 적게는 4개에서 많게는 24개 단어로 표현되고 있음을 언급하며, ‘인애’라는 하나의 단어로 번역하는 게 적절한데, 이렇듯 다양하게 번역된 것이 타당한지 허 목사는 묻고 있다.

‘계시’라는 단어 역시 하나님의 계시가 성경 전체에 걸쳐 처음부터 끝까지 계시됐다면 성경 전체에 나타나야 함에도 구약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KJV를 보면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다. 35회 구약성경에 표기된 계시를 뜻하는 히브리어 ‘하존’을 한글 개역성경은 단 1번 계시로 번역했을 뿐, 나머지는 이상, 환상, 묵시 등으로 표기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여호와’란 단어가 구약성경에 6,828회 사용되는데, 영어나 우리말 신약성경에는 단 한번도 나타나지 않고, 모두 ‘큐리오스(주님)’란 단어로 번역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히브리어 성경의 ‘여호와’나 ‘아도나이’, ‘아돈’이 각각 차이가 있음에도 모두 ‘큐리오스’로 잘못 번역되고 있음도 지적한다.

그리스도와 마쉬아흐는 사실상 같은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구약에서는 ‘기름부음 받은 자(annointed)’로, 신약에서는 ‘그리스도(christ)’로 마치 다른 단어인 것처럼 번역됐는데, 이 모두는 ‘마쉬아흐(그리스도)’로 번역해야 ‘예슈아 마쉬아흐’가 무슨 의미인지 성경 전체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허 목사는 “이런 오역들이 모여서 결국은 원문의 의도와 상당히 먼 번역본을 만들어 내었으며, 그 결과로 기독교와 교회와 성도들의 사상과 삶이 왜곡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서양기독교의 쇠퇴가 성경 번역의 오류에서 기인한 진리의 왜곡에서 시작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그는 떨칠 수 없는 것이다. 
   
▲ 허성갑 목사의 큰 힘이 되어 준 아내
 
✚ 하나님 경외키 위해 성경 봐야

이스라엘 문화를 경험하며 성경 번역에 몰두한 허 목사는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까.

“헬레니즘은 소크라테스의 말 ‘너 자신을 알라’처럼 인본주의 관점의 ‘사람(너)’에게 관심을 갖고 성경을 본다면 유대인의 헤브라이즘은 하나님을 경외하고, 알고, 예배하기 위해 성경을 본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헤브라이즘은 하나님에게, 헬레니즘은 인본주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얘기다. 유명한 유대인 학자의 말에 따르면 토라는 ‘그 자체를 위한 것(for own it sake)’이라고 한다. 그것이 토라를 공부하는 자세라는 것. 토라를 배워서 학자가 되거나 장사하여 이익을 취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성경 그 자체를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경은 진리 자체이므로 욕망의 수단으로 공부하면 진리를 배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순수성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다른 목적을 위해, 우리 육신을 위한 수단으로 하나님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허 목사는 반문한다. 

40세에 신학을 마치자마자 이스라엘에서 10년, 다시 한국에 와서 10년을 보내며 원어로 성경번역을 마친 허성갑 목사는 10년 주기로 하나님이 일하심을 고대하던 즈음, 지난해 12월 24일 오른쪽 배에 볼록 튀어나와있는 무엇을 발견했다. 15cm의 육종이라는 희귀암이었다.

통증이 전혀 없었기에 전혀 예상치 못했다. 곧바로 수술 날짜를 잡고 준비, 1월 23일 수술했고 다행히 잘 마무리됐다. 워낙 큰 사이즈라 일부 장기를 잘라내기는 했지만 대체로 다른 장기는 괜찮았다.

“인간의 강퍅함과 연약함을 실감했습니다. 그동안 일하면서 못된 것, 하나님 앞에서 좋지 않았던 것을 주머니에 모아 하나님이 싹 청소해주신 것 같습니다. 인간의 공력은 아무 소용이 없음을, ‘육종’ 한방으로 인간의 실체를 보여주셨습니다”(하하하).

병원에서 암 제거 수술을 하면서 3주간 입원해 있었다는 허 목사는 퇴원한 지 5일 만이었지만 2시간 동안 힘든 내색 하나 없었다. “인간이 묘합니다. 하고 싶은 것대로 다 하면 감사하지 않습니다. 환갑선물을 이렇게 주시니 감사하지요.”

그러면서도 그는 다음 작업인 히브리어와 헬라어 원어의 알파벳 순으로 용례를 정리,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전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교회 연합기관에서 해야 할 일을 이렇듯 한 개인이 필사의 노력으로 원어에 가까운 번역을 해내기 위해 20년을 온전히 헌신한 그의 바람은 단순했다.

“성도에게 포기할 수 없는 가장 기본적인 일은 바로 개인과 가정이 매일 성경을 읽는 일입니다. 모든 악은 결국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서 나오므로 우리는 자기 자신을 말씀으로 잘 다스려야 할 것입니다. 성경을 매일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성도와 가정과 교회에 이 책이 항상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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