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 6년차인 성남 그십자가교회(홍영진 목사)가 꿋꿋하게 서가는 이유 있다

   
 

큰 길가 작은 빌딩 1층에 들어서니 시끌시끌하다. 위로 올라가는 계단마다에 1층 단란주점, 2층 성인오락실, 3층 다단계, 5층 댄스스포츠실이 있음을 알리는 문구들이 눈에 띈다. 그런데 4층에 그십자가교회(홍영진 목사)가 있다고 했는데, 4층은 표기가 없다. 그 층에 올라서서 출입문 위에 교회 간판이 걸려있는 것을 보고서야 제대로 찾았음을 확인하고 문을 열었다.
 

✚ 고등학생들의 스쿨처치모임

   
▲ 주먹밥을 만드는 신자들. 이날은 이웃교회 신자들이 함께 참여했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교회 안에 가득 찼다. 고등학생 40여 명이 점심시간에 먹을 ‘주먹밥’을 5명이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참깨와 참기름으로 양념한 밥에 참치를 넣고 둥글둥글, 또 소시지 넣고 둥글둥글 정말 주먹 크기만 하게 만들어 참깨와 김가루를 묻혀내니 뚝딱, 맛나는 주먹밥이 완성된다(이날의 봉사자는 이웃 목회자와 성도 4명이 함께 해주었다).

이렇게 매주 목요일 점심시간에 맞춰 준비되는 주먹밥 40여 개는 성남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먹을 점심이다. 이 학생들은 학교에서 주는 급식을 포기하고 자기들 스스로 성경공부와 기도를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다.

점심시간에 모이는 이 모임에는 크리스천 학생들이 또래 친구들을 초청해서 데려온다. 주일 오후 홍 목사에게 리더교육을 받은 리더들이 모임을 이끈다. 처음 온 학생들의 전화번호를 받고, 모임 알림 문자를 보내고, 주먹밥을 나눠주고, 모임을 이끌고 하는 것은 모두 학생들이 분담해서 자발적으로 한다. 종교편향이다 하면서 학교에서 제약이 있을 게 분명하기 때문에 홍 목사는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간다.

이 학교의 선배들이 5년 전부터 모임을 가져온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은 학생들의 순수하고 간절한 신앙, 그리고 선배들의 독려와 기도, 그십자가교회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 홍영진 목사

지금은 아예 그십자가교회 내에 JEM(Jesus is Everything Ministry, 예수가 전부다)이라는 이름의 ‘잼선교회’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일명, 스쿨처치(학교교회)모임이 시작된 것은 아이들의 요청이었다. 리더들이 성경공부를 시켜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리더들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광명의 3개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었지만 그십자가교회 학생들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도 5년간 지속적으로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네 교회, 내 교회’라는 선긋기가 아니라 ‘모두 하나님의 교회’라는 인식 속에 함께 키워내는 복음의 씨앗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교회 학생들이 우리 교회에 와서 리더교육을 받더라도, 그 교회들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순수하게 하다 보니 주변의 교회들에서 ‘우리도 돕겠다’는 말이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오해가 풀리기까지 5년의 시간이 소요된 것입니다.”

   
▲ 고소한 주먹밥

지역교회와 연대해서 소중한 일을 함께 할 수 있어서 홍 목사는 기쁘다고 했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스스로 학교에서 복음을 증거하고 나눌 수 있게만 된다면 뭘 못하겠습니까, 그런 것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리고 눈물이 납니다.”

이내 그의 눈시울이 불거졌다. 아이들의 순수한 복음의 열정에 교회가 뒤에서 기도와 협력으로 불씨가 사그러들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함을 홍 목사는 강조한다.

성남의 3개 학교에서 모임이 있었는데, 선생님들이 주도적으로 하려 하다가 인사이동으로 중단됐던 2개 학교에서 스쿨처치 모임이‘부활’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 상상치 못한 개척

홍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게 할 수만 있다면 밥장사든 뭐든 다 한다는 마음으로 목회를 한다. 신자들이 경제적으로 힘들면 밥장사도 하고, 폭력에 시달리면 그것을 해결하려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거처할 곳이 마땅치 않으면 거쳐 마련에 동분서주한다.

그러나 홍 목사는 자신이 이렇게 개척교회를 할 줄은 예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동기 중에서 처음으로 개척해서 6년이 됐는데, 집에서 시작, 학원에서, 지하실에서, 4층으로 4번이나 이사해서 2년째 현재 위치에서 틀을 잡았다. 청빙과정이 어긋나 집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 그에게 집요하게 개척을 요청했던 이들은 청년들이었다.

‘목사님, 개척하면 안됩니까’라고 묻는 그들에게 날 위험에 빠뜨리지 말라고, 나는 개척을 생각한 적이 없다며 만류했더니, 나중에는 ‘기도해보시라’고 했다. 목사에게 기도해보라는데 할 말이 없었다. 기도하자 하나님은 ‘내가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마 16:18)는 말씀을 주셨다. 그리고 깨달음이 왔다. ‘아, 또다른 교회(another church)가 아니라 그 교회(The church)이면 되겠구나.’ 하나님의 ‘그 교회’를 소망했다. 가치가 존재를 지배하면 되겠구나, 참된 가치에 집중하면 존재는 되겠구나….

그런 깨달음과 소명을 받고 개척한 그십자가교회는 2년 전 지금의 공간에 터를 잡았다. 주변의 환경들은 시끄럽고 복잡하지만 일단 이 공간에만 들어오면 조용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이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 함께 울고 함께 아파하다

개척하면서 느낀 것은 목회자가 방법과 틀을 잡아놓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만나는 사람들이 사역을 결정하는 것임을 체감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면서 목회의 틀이 깨지고 바뀌었다.

매를 맞고 사는 이가 고통스러워 목회자에게 도움을 호소하면 밤이든 새벽이든 좇아가 말리고 해결해주려 뛰고 달리고, 집에서조차 외면당해 아픈 몸을 이끌고 헤매던 이의 어려움을 알았을 때 데려와 함께 울고 웃으며 내 일처럼 여기고 살았다.

“살면서 만나게 되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 누군가가 진정으로 어려움을 이해하고 함께 하려는 마음이, 힘을 다해 할 수 있는 데까지 뛰고 달리다보면 어느새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게 되고 힘을 받아 신자의 모습으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목사가 진정으로 마음을 다해 함께 해주고 있다는 그 자체가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신자들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서로 나누고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이리저리 노력하고 뛰고 달리는 것을 보고 ‘오지랖이 넓다’고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관계’ 형성이 잘 안 되는 것을 홍 목사는 안다. 서로 믿고 신뢰하며 의지하는 관계가 되지 않는데, 거기에다 대고 ‘진리’를 얘기하면 제대로 전달이 안 되는 것도 안다.

“내 것을 쪼개서 같이 살려는 마음이면 됩니다. 선을 긋고 내 것을 지키려 하면 힘들겠지만 그 마음을 바꾸면 됩니다. 그렇게 사람들을 품고 함께 울고 웃으면 거기에서 피어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목회는 전략이 아님을 홍 목사는 확연히 깨달았다. 내 전략을 가지고 하려 하지 말고 그냥 주님이 하셨던 것을 좇아서 하면 되는 것이라고 덤덤하게 말한다.

“사람들이 다 압니다. 우리 목사가 말로만 하는 사람인지 삶으로 하는 사람인지…. 조금은 부족해도 하나님의 뜻대로 살려고 하면 신자들이 따라오려고, 이해하려고 합니다. 오히려 성도들이 목사의 허물을 덮어주고, 기도해 줍니다.”

홍 목사 나이 46세. 50여 명의 성도들이 있지만 남자들은 모두 다 자신보다 젊고, 어린 아이들이 많다. 그십자가교회 6년의 나이처럼, 순수함을 통해 더 많은 영혼들이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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