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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기독교(景敎)_ 61 (상권 끝)
조효근 목사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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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5호] 승인 2015.04.15  1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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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서안 화청지에 세워진 양귀비상. 늘 붐비는 관광객으로 인해 양귀비는 외롭지 않아보인다.

“그거야 그거, 하나님의 아들이
세상을 책임지는 사랑의 뜻으로 십자가에서
죽으셨다는 말은 참으로 옳은 말이야. 그런데 종교
선생 앞에서 문자를 쓰는 것 같아서 송구하지만
당신들 기독교는 예수의 십자가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좋은 가르침을 감동 없이 입으로만
중얼거리니 그 효과가 지극히 작지.
당신들의 예수가 진실로 인생과 천하만국을
사랑하는 뜻으로 십자가에서
희생당했다면 좀 더 당당하게 보여주어야 해요.”


황제는 한동안 연락이 없었다. 물론 아들 이치가 제위에 오른다는 소식도 없었다. 알로펜은 황제와 만나고 돌아온 뒤에는 날마다 제자들을 향해 수동적 신앙에서 벗어날 것과 당나라에서 쫓겨나도 좋다는 각오로 적극적인 선교를 실현해 가도록 당부했다.
“영부가 보고 싶다!”

알로펜이 느닷없이 영부를 찾는다. 그의 얼굴에는 사랑스러운 외손자를 그리워하는 할아버지의 느긋함 같은 여유가 엿보였다.
“영부는 왜 부르세요?”
마리아가 묻는다. 몰라서가 아니라 자칫 편애가 될 수 있음을 평소부터 경계하던 터라 왜 그러느냐고 시비를 거는 것이다.

“내가 늙었나 봐요. 황제가 물러나겠다고 하니까 내 자리가 흔들거리는 듯한 허전함을 느껴요. 인생이란 별 수 없는 존재인가 봐요.”
“그럼, 천사를 부리는 신이라도 될 줄로 착각하셨나요? 하긴 내가 처음 다마스커스에서 주교님을 만났을 때가 열다섯 살 애송이였어요. 그 뒤로 55년을 선생 노릇을 했으니 많은 날 동안 군림하셨지요.”
“거 말끝마다 가시가 박혀있는 것 같군.”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저는요, 열다섯 살 애송이였던 알로펜을 처음 만난 이후 단 한 번도 소홀히 생각해본 일 없어요. 벼락 맞을 짓을 내가 왜 합니까. 나는 주교님을 바울 선생이나 요한 사도만큼 존경하고 또 그 어른들의 발자취 정도는 내실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걱정 마세요. 주교님 아직 할 일도 많으시고 능력도 있으십니다.”

“참, 내가 말을 꺼내지 못한다니까…. 어서 영부 좀 오게 해 주세요.”
“네, 사람을 보낼게요.”
한 시간쯤 지나서 영부가 달려왔다.
“주교님, 부르셨어요?”

“그래, 이리로 오거라. 지금 어디서 오는 것이냐?”
“네, 오리봉 제 기도 굴에 있다가 달려왔습니다.”
“달려왔으니 됐네. 여기 앉거라.”
“네, 스승님!”

영부는 여덟 살 무렵부터 자기가 알로펜의 후계자라면서 몸가짐은 물론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그에게 가르침을 주는 이는 드보라와 마리아 교수고 가끔씩 알로펜 주교가 가까이 불러서 위로를 해준다.
“영부야! 네가 말이야 내 제자가 되겠다고 어리광을 부린지가 십여 년 지났구나. 그래 요즘은 혹시 후회 같은 것은 없느냐?”

“네, 어리광을 부릴 때는 겁이 나기도 했으나 근래에 와서는 내가 좀 빨리 컸으면 좋겠다는 조바심으로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허어, 빨리 크는 것은 좋으나 조바심은 안 되느니라. 만사는 때가 있느니라. 너의 활동을 필요로 할 때가 올 거다.”

“언제쯤일까요?”
“글쎄다. 당나라가 앞으로 한 30년쯤은 혼조(混朝) 기간이 되지 않을까 하고 걱정을 해본다.”
“혼조라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혼조라 함은 왕조가 혼란하고 불투명한 시기를 말하느니라.”
“어떻게 그걸 아실 수 있으시나요?”

“한 달이 크면 한 달은 작은 법, 현 황제가 강력한 군주시니 다음 군왕은 조금은 약체가 되기 쉽고, 왕권이 약화되면 권력이 흔들릴 수 있단다.”
“그럼 야단이군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가 걱정할 일은 아니다. 너는 그 다음 왕조가 흥할 때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습니까?”

영부는 손가락으로 지금의 자기 나이와 왕조의 혼란기를 계산해 보았다. 오십 살까지는 엎드려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환하게 웃으며 알로펜의 옷자락을 살짝 매만진다.
“스승님, 다행이옵니다. 저는 앞으로 30년 동안 스승님의 가르침을 거듭 받으면서 스승님의 이름을 더욱 빛나게 하겠습니다.”

“네 이놈! 누구 이름을 빛나게 해! 너 사탄의 자식 노릇을 하려느냐?”
갑자기 알론펜이 고함을 지른다. 그의 얼굴에 잠시 노기가 스쳐간다. 그러나 그는 곧 영부의 두 어깨를 감싸 쥐었다. 딱 벌어진 그의 어깨가 믿음직스러웠다.

“제가 실수했나이다. 주 에수를 영화롭게 해야 함을 알고 있습니다.”
“좋다. 그럼, 그래야지.”

알로펜의 고함소리에 마리아와 드보라가 함께 주교 접견실로 뛰어들었다. 그들이 들어왔을 때는 알로펜이 영부의 두 어깨를 다독이고 있었다.
“깜짝 놀랐어요. 주교님이 영부에게 매질을 하는 줄 알았네요.”
마리아가 싱글 생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매질을 하면서 길러야지.”

알로펜은 쿰바홀과 안토니를 불렀다. 그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안토니, 내가 부탁한 계획서에 따라서 지금 본사에 있는 인력과 낙양 등지에서 활동하는 인력들을 재배치할 구체적 명단도 부탁해요. 나는 초코국과 사마르칸트를 중심해서 유라시아 지역에서 동방 기독교의 천년 승부를 계획할 참이야. 당나라가 크다지만 동방세계 안에서는 대단한 나라가 아니지. 그렇다고 내가 큰 무대를 원한다는 뜻이 아니라 좀더 긴 세월을 둔 선교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아요. 이번에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황제가 약해지는 것을 보면서 당나라는 앞으로 1백년쯤 버티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있네!”
“이제 운명 감정까지 하려 드세요?”

마리아의 불평이다.
“오래 산 덕분이죠. 그리고 여기는 당나라거든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안토니는 장안성 책임자의 직무를 잘 해내고 있었다. 사람은 자기 이름을 거는 일에 몰두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싶다. 안토니가 달라졌다고 마리아가 벌써 세 번이나 말했다. 장안 시내 변경의 선교 계획을 세우고 인력을 배치하는 일에도 그는 빈틈이 없었다. 어느덧 시간이 길게 흐른다. 황제는 아들 이치에게 양위를 미룬 채 흐르는 세월만 지켜보고 있었다. 시간이 무려 2년이 더 흘렀다. 황제의 병세는 많이 호전되었으나 그는 부쩍 노쇠해졌다.

황제가 영원한 제국으로 떠났다. 정관 23년. AD 649년이다. 존호는 태종이다.
알로펜은 영웅적 인물인 당태종과 14년 동안 그로부터 때로는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았으며, 무엇보다도 그와 나눴던 진리에 대한 이야기, 예수 그리스도의 천국에 대한 그의 호기심은 늘 숨김이 없었다.

“주교! 당신들의 천국이나 우리의 중화사상은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 당신들의 하나님 아들은 하늘과 또 땅의 중간자리가 될 수 있어요. 우리 조상들 또한 하·은·주 시대 이전인 이동민족시대에는 당신들 사상과 같았을 것이야.”

“거기까지 생각하셨나이까? 저는 미처 문명 이전 시대는 공부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하나님께서 때가 차니 새 하늘과 새 땅을 여신다는 뜻으로 그분의 아들을 이 세상에 보내셨지요. 그분은 오셔서 세상을 오로지 사랑하시고, 책임지시는 뜻으로 십자가에서 죽으신 것입니다.”

“그거야 그거, 하나님의 아들이 세상을 책임지는 사랑의 뜻으로 십자가에서 죽으셨다는 말은 참으로 옳은 말이야. 그런데 종교 선생 앞에서 문자를 쓰는 것 같아서 송구하지만 당신들 기독교는 예수의 십자가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좋은 가르침을 감동 없이 입으로만 중얼거리니 그 효과가 지극히 작지. 당신들의 예수가 진실로 인생과 천하만국을 사랑하는 뜻으로 십자가에서 희생당했다면 좀 더 당당하게 보여주어야 해요.”


“옳습니다. 폐하!…”
알로펜은 10여 년 전쯤 당태종과 나눴던 대화 중 십자가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때 황제가 감동을 주지 못하는 십자가 종교인 기독교를 은근히 꾸짖는 순간이 지금 생각해도 부끄럽고 또 달리는 감동으로 남아있었다.

당나라 제3대 황제로 태종의 아홉 번째 아들인 이치가 등극했다. AD 649년이다. 그는 16살에 황태자가 된 후 황제 수업을 단단히 받았다. 태종은 황태자 이치를 밥상머리 교육부터 시작해 철저한 황제 수업을 시켰다. 이치는 몸이 약간 쇠약하고 마음이 착하다는 것을 빼고는 자기 자리를 지켜낼 인물로 여겨졌다.

알로펜, 초코로 떠나다

AD 655년이다. 무측천(당태종 후궁)을 황제가 감업사에서 궁으로 불러들인 한 주간 후에 알로펜은 장안 생활을 접고 초코로 떠났다. 선교지 순방차 가는 것이니 황제에게 보고할 것은 없었다. 더구나 안토니가 당나라 선교 일선에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으니 알로펜은 뒷방 늙은이 노릇에 실증도 나서 떠나는 것이다. 진즉 초코나 사마르칸트로 가려 했으나 안토니가 한사코 말려서 떠나지 못했다.
장안 생활 20년이다.

“안토니 주교! 이제는 좀더 자신감을 가지고 일해 주시오. 내가 당나라를 떠난다는 생각은 불필요해요. 내가 얼마나 더 활동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나는 가서 후방을 든든히 지켜낼 터이니 걱정 말아요.”
“스승님! 아니, 형님! 자주 뵙지 못하게 되더라도 노여워 마시고 저희들 장안의 선교단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그래, 그러나 내가 부탁한 한 가지는 꿈에서도 잊으면 안 됩니다.”
“네, 수리아 파 기독론에 대한 경계는 제게도 대책이 있습니다.”
“음, 그래야죠. 안토니 주교의 실력을 내가 믿지요.”
“그럼요. 저도 믿습니다.”
“저 역시 걱정하지 않습니다.”

알로펜의 초코 행에 동행하는 마리아 교수와 드보라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래요. 두 분께서 주교님을 잘 모시고 지켜주시면 더 바랄 것 없습니다.”
“생각들이 그래가지고 무슨 큰일을 하겠어. 나 같은 늙은이 모시고 지킬 만한 가치가 뭐 있다고 걱정들인가.”

“안토니 주교님! 걱정 마세요. 이 쿰 부주교가 잘 모실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무리한 여행을 하지 않고 초코까지 20개 처가 넘는 우리들의 선교 지역들을 모두 방문하면서 갈 터이니 초코에는 40일쯤 뒤에 도착하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 집회를 하거나 그밖에 돌봐줄 일이 생기면 두 달이나 석 달도 걸릴 수 있죠. 다시 말해서 주교님 건강을 해칠 정도의 무리한 여행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알로펜은 장안성을 떠나는 새벽길을 걷는다. 내게 허락하신 길이다. 황제가 부황의 후궁을 감업사에서 데려오던 날의 충격이 쉬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장차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궁에서는 선황제의 후궁을 황제가 후궁 삼으려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안토니에게 장안 변경의 하층민들 선교를 약속했던 일도 황제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황제의 성품이 우유부단하고 더구나 요즘은 정무에 대해서도 대신들에게 미루는 등 신하들에게 걱정을 끼치기도 한다는 것도 궁에서 들려오는 불평 중 하나다.

더구나 무측천의 부친 무사확은 양제 시대에 하급 무사가 되었으나 당고조 이연이 수양제에게 반기를 들었을 때 그의 수하가 되었고, 당태종에 의해 공부상서를 지낸 정치력이 있는 인물이다. 그의 딸인 무측천이 당태종의 후궁이 된 것 또한 그녀의 미모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지모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제 그녀 무측천의 지모가 황제의 모자라는 정치력의 빈틈을 채우려 든다면 장차 어떤 일이 일어날지, 또 당나라 기독교 앞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를 일이다.
알로펜은 난주를 향해 마차를 몰았다. 

 

• 작가 조효근 : 1976년 『월간 문학』 신인상 소설 등단.
대학에서 세계교회사 및 종교사 38년째 강의.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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