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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기독교(景敎)_ 下 ③
조효근 목사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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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8호] 승인 2015.05.13  17: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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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장안성(지금의 시안) 광장에서 궁중극을 시연하는 중국 배우들.

 

“부주교님, 저의 복안입니다. 사양하지 말고 받아주세요.
직제 개편이야기인데 먼저 부주교님의 주교승급을 제안합니다. 총주교님께도 언질을 드렸고
그 어른은 제게 모두를 위임한다고 하셨습니다. 사양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쿰바홀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영부 주교가 다시 독촉하자 그는 의자에서 내려와 방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
영부 주교는 무 측천과의 대결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준비한다는 자세로 조직개편을 시도했다.


 

영부는 장안을 향하여 달리는 동안 한나절은 족히 흐느끼면서, 때로는 엉엉 소리쳐 울면서 말을 달렸다. 알로펜의 병세가 분명히 심상치 않은데 그는 쫓기듯이 내몰려 지금 장안을 향해 가는 것이다. 매몰찬 노인, 그는 알로펜 총주교로부터 지난 40여 년 동안 예수신앙과 인생을 배웠다. 알로펜은 어떤 경우에도 빈틈을 용납하지 않았다.

특히 감정이나 인정에 흔들리는 사내들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랬다.
“이놈, 영부야! 네가 지도자냐. 너의 사사로운 생각 때문에 나를 찾아온 거야?”
“아닙니다. 아버… 아, 주교님. 무 씨의 횡포가 지나치다는 것은 물론 과연 내가 어떻게 당나라 기독교의 앞날을 이끌어 가야 할지 정말로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안토니 주교님이나 여러 선배 지도자님들의 가르침도 받았으나 그들은 내 판단에 확신을 얹어주지 못했거든요.
“…….”

“그래서 이렇게 달려왔습니다.”
“그럼 내게 와서도 마땅한 해결책을 얻지 못했단 말이냐?”
“아닙니다. 이미 제 마음 속에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럼 됐어. 되었으니까 어서 장안으로 떠나야지. 안 그러냐?”

이게 어제까지의 가르침이다. 분명히 총주교님의 신상에 위기가 왔는데 그것을 빤히 알면서 내가 이렇게 멀리 떠나다니, 이런 배은망덕이 어디 있는가. 그분이 누군가. 내게 있어서 모든 것의 모든 것 되시는 어른이 아니던가. 그분의 가르침 마지막 부분까지 배우고 익혀야 할 내가 아닌가. 그분의 마지막을 지켜 그 거룩하신 삶의 마무리를 지켜보아야 할 책무가 내게 있는 것이 아닐까?

영부는 지난 40년 간 알로펜의 가르침을 직접 받으며 성장해 왔다. 그분의 가르침은 영부의 심장 속에 있고, 그가 기록해 둔 책에 모두 담겨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미완의 부분, 또는 남아 있는 정의 분량이야 크고 또 많으나 그 가르침을 내가 발전시킨다면 모자람이 있으랴. 또 그 어른의 가르침은 곧바로 성경의 원리 안에 있고 성경은 그 어른 곧 내 아버지요 중국교회의 아버지이신 알로펜의 선교역사 안에 간직되어 있다.

중국의 당태종은 알로펜을 당나라 기독교의 아버지라 할 때 동의했으나 로마교회나 시리아교회는 동의하지 않겠지. 그러나 그들은 우리 당나라 기독교의 실력을 다 알지 못한다. 반드시 신학적으로 도덕적인 덕목이나 영성에 있어서는 뒤지지 않도록 내 이 목숨 다하도록 분골쇄신 하리라. 영부 주교가 난주에 도착했을 때 쿰바홀 부주교가 마중 나와 있었다.

“부주교님, 어찌 여기까지 나오셨나요?”
영부가 난주성이 바라다 보이는 산마루를 막 넘어서자 아침 해가 황해의 물결에 붉은 햇살을 뿌리고 있었다. 그 산허리에 산막이 있다. 산막은 산허리를 잘라서 동굴을 판 것이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수십 명이 모일 수 있는 모임 터가 있다. 하나둘이 아니라 작게는 좌우에 굴을 세 개씩 거느린 중앙에 감독자의 동굴이 있다. 이 동굴 밖에까지 쿰바홀이 나와 있어서 영부는 황송했다.

“어찌 내가 편히 지내면서 총주교님의 안부를 기다릴 수 있겠어요. 오늘도 주교님이 오시지 않으면 초코로 달려가려고 장안에서 난주로 내려와 기다렸지요. 총주교님은 안녕하시죠?”
“네, 그럼요.”

영부는 알로펜의 병세를 일단 숨기고 쿰바홀과 함께 감독관의 처소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제자들이 보이지 않았다.

“부주교님, 우리 동지들은 다들 어디로 갔습니까?”
“지금 뿔뿔이 흩어져서 산 바위 틈을 찾아가 기도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죠. 지금이 기도 시간이군요.”

영부는 쿰바훌에게 알로펜의 병세를 숨기는 것이 도리가 아님을 알면서도 꾹 눌러 참았다. 쿰바홀의 성격으로 볼 때 당장 초코로 달려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부주교님, 저와 함께 장안으로 바로 올라가시죠.”
“아, 네. 주교님의 지시를 따르겠습니다.”

쿰바홀의 나이는 팔십이 넘었다. 건강은 염려되지 않으나 그는 영부를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했다. 손주뻘 정도인 아이가 커서 당나라 기독교 책임자가 되고 자기는 그를 따르는 입장이니 인간적인 생각으로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더구나 그의 두 아들 쿰가그나 쿰보그가 환갑을 훌쩍 넘겼으니 자식들 보기에도 민망할 때가 있었다.

“부주교님, 장안에 가면 우리 교단의 조직을 강화하려 합니다. 부주교님은 저의 의견에 동의해 주실 거죠?”
“아, 네? 네.”
엉겹결에 대답했으나 영부의 말에 당돌함을 느꼈다. 젊은 놈이 함부로 이러면 안 되는데….
“그래서 말인데요. 부주교님께는 미리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래요?”

쿰바홀이 영부를 빤히 바라보면서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난처하거나 의외의 사태 앞에서 판단이 망설여질 때 쿰바홀이 짓는 표정이다. 영부는 쿰바홀의 습성을 안다. 그의 마음이 지금 편치 않은가보다. 그러나 그는 쿰바홀의 표정과 지금 알로펜이 사경을 헤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겹치면서 불만스럽기도 하고 조급한 속내가 드러나려는 것을 애써 참았다.

“참, 부주교님. 차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 나누시죠. 차는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영부가 차 두 잔을 가져왔다. 차향이 가슴속 깊은 곳까지 여유로운 향내를 풍기는 듯 했다. 그는 쿰바홀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훔쳐보았다. 쿰바홀은 조용히 영부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주교님, 저의 복안입니다. 사양하지 말고 받아주세요. 직제 개편이야기인데 먼저 부주교님의 주교승급을 제안합니다. 총주교님께도 언질을 드렸고 그 어른은 제게 모두를 위임한다고 하셨습니다. 사양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

쿰바홀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영부 주교가 다시 독촉하자 그는 의자에서 내려와 방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부주교님! 왜, 왜 그러세요. 어서 일어나세요. 누가 볼까 겁납니다. 어서요.”
영부가 쿰바홀의 허리를 번쩍 들어 의자에 앉혔다.
“주교님, 저 같은 늙은이는 이제 뒷방으로 가야 합니다. 제가 안토니 주교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그 어른이 퇴직하신 마당에 제가 주교로 승급되다니요. 이는 사리에도 맞지 않습니다.”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요. 중국선교를 개척하신 총주교님이나 저의 정책적 결단에 동의해 주십시오. 쿰 부주교님은 종신사제로 현역생활을 하셔야 한다고 일찍부터 알로펜 총주교님은 제게 말씀하신 바가 있습니다.”
“…….”

쿰바홀은 두 손을 자기 가슴에 모으고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제가 아직 어리지만 이제는 쿰 주교님의 지원과 가르침 속에서 당나라가 우리 선교회를 쉽게 생각할 수 없도록 당당하게 일하도록 합시다.”
“좋습니다. 그럼 제게 청이 하나 있는데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그게 무엇인가요?”

“네, 안토니 주교의 현역 복귀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그렇게만 되면 제가 안토니 주교와 함께 영부 주교님을 좌우에서 힘차게 받들어 모실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저도 그 생각을 해보기는 했습니다만 안토니 주교는 워낙 개성이 강하신 분이라….”
“그건 제게 맡겨 주십시오. 제가 그 어른을 설득해 내겠습니다.”
“그렇게만 되면 더 바랄 게 없죠.”
영부 주교는 무 측천과의 대결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준비한다는 자세로 조직개편을 시도했다. 

 

• 작가 조효근 : 1976년 『월간 문학』 신인상 소설 등단.
대학에서 세계교회사 및 종교사 38년째 강의.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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