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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기독교(景敎)_ 下 ⑥[장편소설] 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행 <142>
조효근 작가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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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1호] 승인 2015.06.11  10:5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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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신분이 낮은 이들을 찾아가려는 우리들의 열망이 당나라
생활 초기부터 시도했으나 형편상 좌절되었죠. 그래서 금번에는 선교하는 자세로
저변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곳에 가서 함께 사는 생활을 통해서
모범을 삼는 좀더 어른스러운 방법을 생각하고 있지요.
남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 아제르바이잔 쉐키지역 카라반 사라이(실크로드 무역상들의 숙소)

 

다음날 아침 집회시간은 파사사 경내가 들썩거렸다. 장안 곳곳에 흩어져서 생활하는 중국 본토 신자들이 많이 참석했다. 파사사 본당에 이어진 건물인 수녀원과 재속 수도자들도 오리봉 수도원 건물로 연결된 강당으로 모두 모였다. 1천명은 넘는 숫자다. 이들 중 페르시아 사람들은 대개 정치적 망명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들 숫자는 3백여 명인데 페르시아 기독교,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도, 일부는 조로아스터교나 마니교 사람들로서 한동안 파사사를 피난처 삼아서 머물고 있다.

쿰바홀이 앞으로 나선다. 간밤에 그는 푹 늙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얼굴에 생기가 없었다. 나이 70살이 훌쩍 넘었으니 노인이 분명하지만 그는 늘 알로펜의 심부름꾼처럼 몸을 낮추는 동작에 익숙했다. 쿰바홀의 좌측으로는 독신 여성 수도자들, 우측엔 남성 수도자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들 남녀 수도자들과 구분 짓듯이 한걸음쯤 뒤로 줄을 잡아 좌우로 여성과 남성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뒤로는 페르시아 망명자들과 소그드 상인들이 남녀 구분 없이 자리 잡고 앉아있었다.

한동안 장내를 둘러보던 쿰바홀 주교가 씨익 웃는다. 모인 사람들 얼굴에서 긴장감이 풀리고 쿰바홀처럼 소리 없이 웃기도 하고 입을 막고 웃음을 참는 사람들, 일부는 소리를 내면서 쿡쿡 웃기도 했다. 수녀들 자리에서 쿰 주교에게 시간을 재촉하는 주문이 나왔다.

“쿰바홀 부주교님! 앞에 나가셔서 사람 구경을 하고 계십니까?”
드보라의 친구다. 트빌리시에서 온 드보라의 단짝인 트빌리시 마리아였다. 수도자들 중에서 그녀의 손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경건한 독신자들 2백여 명이 모여서 탈 없이 공동생활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마리아 교수나 드보라의 장악력으로 유지되고 있었으나 지금은 여장부 트빌리시의 마리아가 파사사 수녀 공동체의 감독자다.

“아참, 내가 어제 날짜로 주교로 승급했소이다. 내 이름을 부를 때는 쿰바홀 주교로 해 주시오.”
대강당에 가득한 군중이 한 목소리로 쿰바홀 주교를 소리쳐 불렀다.
“쿰바홀 주교님, 감축 드립니다.”
여기저기서 박수소리와 함께 어떤 이들은 마룻장을 치기도 했다.
“감사합니다. 저와 함께 안토니 어른도 주교님으로 승급하셨습니다.”
쿰바홀이 소개하자 안토니도 일어나서 모두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저와 안토니 주교님이 좌우에서 영부 주교님을 모시고 현 당조의 불확실한 정책에 울고 웃지 않으며 우리들 알로펜의 기독교가 한 번 더 승리하기 위한 결의를 지금 발표하겠습니다. 영부 주교님이 나오십니다.”

영부가 앞으로 나섰다.
“우리 교단이 태종 황제 때 받은 많은 은혜에 힘 입이서 크게 발전했습니다. 여러분은 그러나 현재 황궁의 정책이 우리 기독교를 근심시키고 있다고 봅니다마는 굳이 그런 식으로 평가할 필요 없습니다. 저 로마 교회를 보세요. 저들은 기독교를 로마제국의 국교로 삼고 있으나 현재 신흥종교인 이슬람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우리 기독교는 세속 권력이 도와준다고 해서 좋아할 것이 없어요. 또 권력의 도움을 받는다는 말이 오히려 어울리지 않는 낯선 표현이죠. 하늘이 누구의 도움이나 간섭을 받습니까? 우리 예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하신 말씀 가운데 헤롯 왕을 지칭해 ‘저 여우’라고 표현했던 일이 있었듯이 권력이 우리들 곁에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좋아할 필요 없습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죠. 장차 이 세상은 하나님이 직접 통치하는 날이 옵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언제나 능동적인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도 그것들은 어떤 필요가 있어서이겠거니 하면 됩니다. 현재 당나라 정부는 선대 왕 고종께서 승하하신 후 정상적인 왕조의 승계가 미처 이루어지지 않은 과정에 있어요. 어떤 식으로든지 태종 때처럼 견고하고 강성한 왕조가 들어서면 우리에게도 좋겠지만 지금이라고 해서 나쁠 것도 없습니다. 오늘 저는 우리 교단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정책을 하나 발표하려고 합니다.”

영부 주교가 하던 말을 멈추고 트빌리시의 마리아를 찾고 있었다. 마리아는 문밖으로 나가서 의자를 하나 가져오는 중이었다.
“주교님, 말씀이 길어지실 터인데 여기 앉으셔서 말씀하시죠.”
영부는 가볍게 손뼉을 두어 번 치면서 말했다.
“어쩌면 저렇듯 어머니처럼 자상하실까? 마리아 님 감사합니다.”
“저, 여러분. 우리 교단의 스승이신 알로펜 총주교님이 여기 계시지 않아서 제가 발표합니다. 저희는 이제 교단의 조직 강화를 통해서 좀 더 깊이 있는 신앙훈련을 해야 합니다. 모든 가정의 아버지와 어머니들은 만 53세가 되시면 가정생활을 청산하고 수도원에 입소해 하늘나라를 위한 마지막 헌신과 천국생활 훈련을 하시기로 했습니다. 아마 남녀 수도자들은 벌써 10년, 20년 전부터 총주교님이 제안하면서 강조하셨던 것이니 기억하고 계실 줄 압니다.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영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트빌리시의 마리아가 벌떨 일어섰다.

“아닙니다. 규칙입니다. 지금 주교님 말씀은 우리들과 논의할 사항이 아닌 줄 압니다. 이는 교단의 지도층의 지시오 선포여야 옳다고 봅니다.”
“그렇습니다. 마리아 수녀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저 안토니는 총주교님을 어려서부터 수십 년 동안 따르며 배워온 사람으로 이는 총주교님의 개인적 가르침이라기보다는 우리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와 70문도를 각각 따로 가르치시던 것과 같이 하늘나라의 훈련을 필요로 해서 절충해 마련한 53살의 전원 수도원 입소가 우리 당나라 기독교의 방침입니다.”
“말씀의 뜻은 알아들었습니다. 그럼 궁금한 것만 하나 여쭙겠습니다. 꼭 53살이어야 합니까? 혹시 가정 형편상 자식들이 더 빨리 독립했으므로 나이든 부모가 53살 전이라도 수도원 입소를 원하면 가능할까요?”
“그래요, 그럼 그 문제는 영부 주교께서 말씀해 주시죠.”

안토니의 말을 이어서 영부 주교가 나섰다.
“네, 그런 요구일 경우는 큰 문제가 없을 줄 압니다. 가능합니다. 우리의 53살 수도원 행은 절충안이기도 하죠. 세상 구원을 앞당기기 위해서 예수의 간절한 요구를 따르고자하면 더 일찍, 결혼을 사양하고 여기 앞줄에 계신 수녀와 수도사들처럼 독신자 헌신을 할 수 있으나, 하나님의 또 다른 필요에 의해서 자녀를 낳아 성장시킨 후 뒤늦게 수도회로 뛰어드는 것은 이 세상 모든 사람의 구원을 위한 예비인력을 위해 가정이 있고, 또 하늘나라의 영적 힘을 축적하기 위해서 수도자들의 현실이 있습니다. 지속되어야 할 이 세상 사람들의 구원을 위해서 자녀를 낳아서 기르고 가르치는 것과 또 53살이면 아직은 무릎에 힘이 조금 남아있을 때이니 가정을 떠나 하늘나라 직접훈련소로 뛰어드는 제도는 매우 현명한 제도라고 봅니다.”
“네, 저 쿰바홀도 한마디 한다면, 저는 주교님처럼 자화자찬은 아니고요. 여러분들이 한동안 힘들기도 하고 또 가정을 떠나 수도회로 가서 다시 인생의 초보자가 되는 길이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 자식들 역시 부모가 자기들을 낳아 기르고 가르쳐 결혼까지 시켜 손자 손녀를 얻어 인생의 위안을 받을 만한 때에 가정을 떠나는 부모를 쉽게 보내고 싶겠습니까?”

“어허, 쿰 주교 어르신! 영부 주교님의 말씀을 자화자찬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라고 봅니다마는….”
안토니가 더 하고 싶은 말을 줄이고 쿰바홀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런가요. 내 말이 좀 서툴렀습니까. 그럼 용서해 주시오. 허허.”
쿰바홀이 뒷머리를 긁으면서 영부에게 손짓했다. 할 말을 더 하라는 뜻이었다.
“쿰 주교님 말씀도 옳습니다. 제가 말한 원칙론에 쿰 주교님 말씀을 추가해석으로 제가 받아들이겠습니다. 여러분이 이를 합당하게 생각하시면 동의한다는 박수를 부탁합니다.”박수 소리가 요란하고, 구주 찬송을 부르면서 두 손을 높이 들어 열심히 찬송을 부른다. 그들은 페르시아인들이었다.
“저희들도 오늘부터는 영부 주교님이 이끄시는 기독교에 뛰어들고 싶습니다. 저희들이 망국의 망명자요 또 기독교라지만 페르시아 식 기독교는 여러분 오늘 여러분의 기독교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53살에는 사랑하는 자식과 손자들을 뒤로하고 수도원 생활을 하시면서 하늘나라를 앞당기겠다는 말씀을 들으니 저희들은 많이 부끄럽습니다. 강제는 아니고요. 저는 영부 주교의 제자 되어 그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각각 의사표시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너도나도 일어나서 찬동을 표시했다. 영부의 제자를 자청한 사람은 궁정수비대 간부 출신 하비도였다. 하비도는 이란계 돌궐인으로 투르크족으로 분류된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하비도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지만 지금 서라벌로 가 계신 피루즈 황태자의 궁정 수비대 군관 출신입니다. 제가 임시로 한 말씀 드리고 싶은데 양해해 주시겠습니까?”
“예, 말하시오.”
망명객들이 대답했다.
“고맙소. 제가 알기로는 우리들 망명자들은 처음에는 당 왕조가 난민으로 보호했으나 파사사의 알로펜 총주교님의 배려로 지금 이곳에서 보호받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부터는 정식으로 제자의 길을 가겠다고 여러분 앞에서 맹세했습니다만 여러분들은 자유로 선택하세요. 그리고 저와 같이 제자의 길을 선택하실 경우는 두 말 없이 교단의 가르침에 충성해야 합니다. 자신 없으신 분들은 이전처럼 피난처 삼아서 좀 더 신세를 지겠노라고 솔직하게 말해야 합니다.”
“옳아요. 그럼요. 더 말하면 군소리지….”
대다수가 하비도의 제안에 동의했다.

“고맙습니다. 하비도 선생은 앞으로 페르시아 출신 기독교는 물론 기독교와 친근하다고 하는 마니교나 조로아스터교도 출신들을 돌보는 데 성급하고 무리한 일이 없기를 바라고, 또 저희도 여러분을 돕고자 할 때 하비도 선생에게 도움을 요청하겠습니다.”
하비도와 페르시아 출신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 안건 중 마지막 하나를 주교님이 말씀해 주시겠습니다.”
영부가 나섰다.
“지금 여러분께 말씀드리려는 안건은 장안 시내 변경, 신분이 낮거나 궁핍한 분들이 사는 곳으로 선택이주 희망자를 찾겠습니다. 지망자를 찾기 전에 한 분을 소개하면 어떨지….”
영부가 말을 이어가려하자 안토니가 강하게 부정했다. 두 손을 좌우로 흔들면서 얼굴을 붉힌다.
영부가 주춤거리다가 곧바로 하층민들이 사는 곳 이주 희망자를 찾는다고 했다. 영부는 이어서 말했다. 예수님이 하나님의 영공된 보좌를 버리고 비천한 신분인 목수가 되고 어부들을 동무삼아서 복음을 전파하신 일을 상기시켰다.

안토니가 일어섰다.
“가난하고 신분이 낮은 이들을 찾아가려는 우리들의 열망이 당나라 생활 초기부터 시도했으나 형편상 좌절되었죠. 그래서 금번에는 선교하는 자세로 저변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곳에 가서 함께 사는 생활을 통해서 모범을 삼는 좀더 어른스러운 방법을 생각하고 있지요. 남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 계획은 우리가 당나라 입국 초에 경험했던 것과는 비교해 볼 때 발전된 계획입니다.”
“그렇습니다. 저희 선교부가 이제는 연륜이 쌓여가고 앞으로는 젊은 지도력이 우리를 이끌 터이니 자신감 가지고 나아가야 합니다.”
쿰바홀이 영부 주교에 대한 기대를 다중들 앞에 보여주고 있었다.
“네, 하비도가 말씀을 잘 들었습니다. 저는 자원합니다. 빈민촌으로 가겠습니다.”
“하지만 한 곳으로 집중된다거나 해서 또 황궁에서 의문을 가지면 안 됩니다.”
안토니의 걱정이었다.
“주교청에서 가능성 있는 지역을 선정하고 지역마다 몇 가정씩이면 좋을까를 계획 세워주시죠.”

하비도가 다시 말했다.
“좋습니다. 주교청에서 우리들의 성공적인 저변 선교를 위해 지침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트빌리시의 마리아가 특별찬송을 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수녀들이 합창했다. 알로펜 총주교의 건강을 위해서 기도하는 순서도 잊지 않았다.

 

• 작가 조효근 : 1976년 『월간 문학』 신인상 소설 등단.
대학에서 세계교회사 및 종교사 38년째 강의.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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