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들소리문학> 여름호 특집 좌담회서 기독교문학의 의미와 과제 논의

기독교문학, 말씀의 패러디 아닌 창조적으로 복원해낸 작품

   
 
              
   
 
 
 
왼쪽부터 조효근 작가, 김봉군 문학평론가 , 나아브라함 작가
 

 기독교문학의 지평을 열어가는 목적으로 발간돼온 <계간 들소리문학>은 2015년 여름호(17호) 특집 ‘헤브라이즘의 연원을 찾아서’ 15번째 자리로 기독교문학의 원형 찾기를 시도했다. 김봉군 문학평론가(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와 나아브라함 작가(소설가), 발행인 조효근 작가(목사)가 함께 한 좌담회에서는 기독교문학의 의미와 그것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부분을 짚고 현실문학에서 기독교문학을 꼽아보는 등 기독교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뜻 깊은 이야기로 채워졌다. 또 오늘날 기독교문학이 제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이유를 기독교가 그 역사 속에서 핵심인 대속과 육화를 이뤄내지 못한 데서 찾았다.


● 기독교문학의 근간은 말씀의 복원

기독교문학의 정의와 범주에 대해 김봉군 교수는 “기독교문학의 본질을 결정하는 상상력의 모태는 신구약 성경 66권의 말씀”이라고 전제하고 “바벨탑의 붕괴로 인한 언어 소통의 교란과 르네상스적 인본주의가 빚은 언어의 훼손 상태를 창조적 원형으로 복원하는 일이야말로 기독교문학의 기본 과제”라고 정의했다. 19세기 중반 이후 근대 역사가 인본주의적인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기독교 지성들이 각성하고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기독교문학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말씀의 복원이라고 해서 말씀을 그대로 패러디한다거나 기독교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란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사랑(아가페)를 형상화해야 기독교문학”이라면서 “그게 바로 기독교문학의 대중성”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기독교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김성일의 <땅 끝에서 오다> <땅 끝에서 가다>를 꼽았다. 또한 김 교수는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말씀에 기초해 기독교적인 상상력으로 말씀을 창조적으로 복원한 작품 역시 기독교문학이라고 보고 그 예로 이청준의 <낮은 데로 임하소서>를 지목했다.
외국의 경우 프랑스 소설가 조르주 베르나노스(Georges Bernanos)의 <카르멜 수녀들의 대화>, 영국 소설가 그레이엄 그린(Graham Green)의 <권력과 영광> 등을 세속문학의 리얼리즘을 수용해 진실을 표출한 작품으로 소개했다. 이 외에도 T. S 엘리엇의 <황무지>나 N. 호손의 <주홍 글씨>를 기독교문학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김 교수는 문학에 있어 기독교 혼합주의를 경계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집단 무의식의 기층(base)에 무속신앙이 깔려있다”고 짚고 “중층에는 유교, 불교, 도교 사상, 상층에는 서양의 실증주의적인 과학문명사상과 기독교사상이 있다”면서 “기독교는 표층에 있어 유·불·도교에 비해 샤머니즘의 자양분을 적게 빨아들이지만 기독교문학도 어쩔 수 없이 혼합주의와 결부돼 있다”고 말했다. 그 예로 김동리의 <무녀도>나 <사반의 십자가>, 황순원의 <움직이는 성> 등을 꼽고 “혼합주의는 기독교문학에 있어 반성해야 할 부분이지 수용할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속·육화 이뤄내지 못한 기독교, 기독교문학 저변 확대 요원하다


● 기독교문학 구분, 과연 가능한가?

김 교수의 기독교문학 이해에 대해 나 작가는 의문을 제기했다. “문학이란 것 자체가 용광로처럼 모든 것을 포용하는 건데 치밀하게 계산하듯 길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서 쓰는 것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나 작가는 창작이란 모든 것을 포용해서 쓰는 것이라고 할 때 기독교 정수 속에서 작품을 쓰는 것은 실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제동을 걸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캐나다 문학가 노스럽 프라이(Northrop Frye)의 ‘원형이론’을 제시했다. 작가들이 다양한 제재와 인물을 선정해 작품을 쓰지만 그 유형은 몇 개의 부류로 분류되고 그것들은 모두 오랜 과거부터 있어왔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자기 몸을 희생해 육친이나 다른 사람을 살리는 ‘인신공의’는 우리나라에는 ‘심청전’, 서양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이피게네이아(Ifigeneia)의 희생이 있는데 물 속에 들어갔다 살아난 내용이 동일하다고 꼽았다. 이것을 성경에 적용시켜볼 볼 때 성서에 나오는 인물이나 사건들을 모티브로 해서 얼마든지 작품화 할 수 있다고 보았다. 김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기독교문학을 편협하게 볼 것이 아니라 성서의 인물과 사건을 제재로 해서 어떻게 현대적으로, 일반문학과 다르지 않게, 성서의 패러디가 아닌 걸로 재창조해낼 수 있는가가 기독교문학의 과제”라며 “세상의 만상을 다 포용하되 그 주제는 기독교의 말씀에 근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다윗의 죄악을 현실 문학작품에서 에로스적인 사랑에 몰입된 타락한 인간이 구원되는 과정으로 보고 작품화 하는 것은 현대문학에서도 얼마든지 풀어낼 수 있는 것으로 보고 박영준의 <종각>을 그런 유형으로 제시했다.

조 작가는 기독교문학 원형의 틀을 ‘헤브라이즘’으로 해석했다. 조 작가는 “헤브라이즘은 연역으로서 하늘에서 내려오고 헬레니즘은 귀납으로서 올라가고 하면서 만나는 실체가 인간사라고 본다”며 “기독교의 현상을 현재형과 원형으로 분류해 볼 때 예수가 제시했던 기독교 원형이 실현되지 못한 상태에서 원형의 세계로까지 상승하는 데 기독교문학이 그 길을 열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진짜 힘 있는 기독교문학은 일반 예술론까지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며 “문학적 기교나 상상령 등으로 인간의 재미를 유발시켜주고 예술성을 촉발시키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것이 끝내 안고 들어가는 궁극은 기독교라는 대 주제를 담는 것으로 기독교문학은 발전해 가야 한다”고 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기독교문학이야말로 기독교라는 말을 안 붙여도 가능할 만큼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렇게 폭넓은 의미로 발전해 가면서 현재의 왜소한 기독교를 원형의 기독교로 복원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대속·육화. 기독교문학의 궁극

이날 좌담회에서는 오늘날 기독교문학의 저변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으로 기독교 역사 속에서 기독교의 핵심인 대속과 육화의 참된 의미에 근접하지 못한 현실을 지적했다. 기독교의 제 모습 찾기도 요원한 상태에서 기독교문학 역시 제 길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대속을 기독교 안에서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우리의 가치가 훼손되었다”고 보고 “기독교문은 기독교의 핵심인 대속을 얼마나 멋있고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시키느냐 하는 것에 초점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작가는 이를 위해 대속의 의미를 삶으로 펼쳐낸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의 생애나 인간의 죄를 쓰고 사막으로 나가 미친개들의 먹잇감이 되는 아사셀 양을 모티브로 작품을 쓴다면 문학예술의 극치를 담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자 나 작가는 “그렇다면 기독교문학을 쓰기 위해서는 작가 본인이 먼저 육화돼야 하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해 의문을 제시했다.

이에 김 교수는 “작가가 육화를 향해 가는 길에서 자기의 영혼이 찢기는 과정을 치열하게 표출하는 것 자체를 쓰는 게 기독교문학”이라면서 “인간이 얼마나 방황하는 존재인가 하는 것을 하나님 앞에 끊임없이 고백하고 회개하는 그 자체를 표출하는 것이 기독교문학”이라고 정의했다.

조 작가도 요한복음 12장에서처럼 하늘의 소리를 ‘우르릉’ 하는 천둥번개 소리가 아닌 구체적인 하나님의 육성으로 표현해 내는 것이어야 한다며 하나님의 대속사, 육화를 이뤄내기 위한 도구로서의 기독교문학은 “인간의 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거짓됨을 극복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작가와 독자의 단절, 넘어야 할 산

전반적으로 문학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현실에서 기독교문학의 나아갈 바에 대한 고민도 논의됐다.
나 작가는 “서점에 가보면 수만권의 소설이 서가에 꽂혀 있지만 과연 이 책들이 팔릴까 하는 의문이 든다”면서 “문학은 특수 선호계층이 누리는 것일 뿐 대중화를 이루지 못하는 속에서 기독교문학의 위치나 위상은 찾기는 더욱 어려운 것 같다”며 “어느 것이 기독교문학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것보다 기독교문학의 원천에 대해 강조하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 역시 “작가가 쓴 작품을 가족도 읽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며 “독자와의 대화 단절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문학현상론적인 과제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그럴수록 기독교문학이 도전하고 응전해야 한다면서 기독교 대학이나 신학대, 미션스쿨에서 기독교문학 강좌나 기독교문학 작품 읽기를 권장하고 교회도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기독교 작가들도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작가는 “작가들이 은혜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작품을 쓰는 건 일종의 자기논리나 자기 감동일 수 있다”며 “작가 본인이 먼저 육화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김 교수는 “우주에 가득한 하나님의 영적 파동이 어떻게 가슴과 머리로 체험되어 전신으로 육화될 것인가 하는 건 우리의 신앙자세에 크게 달려있다”며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고백하고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작가도 “기독교문학이란 지고무한의 구도를 통해 성취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기독교문학의 발전기, 전성기가 오도록 <계간 들소리문학>이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 외에도 <계간 들소리문학> 17호 여름호에는 이성교, 김년균, 나아브라함, 김석, 신을소, 오현정, 김행숙, 정재영, 윤춘식, 전덕기, 문현미, 정창원, 황기학, 김용주, 유병철 시인의 시와 김지원, 박충배, 김형원, 오수강의 수필, 공애린, 이건숙, 박준식, 윤찬모, 김수호의 단편소설, 조효근의 장편소설을 담았으며, 제15회 들소리문학상 시상식 및 인터뷰를 실었다. 

 
계간 들소리문학 2015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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