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지도자의 심리(117)

   
최종인목사/평화교회 담임 

오래 전 유학 떠날 때 인사하러 만난 선배 목사님께 질문을 드린 적이 있었다. “목회 생활 중에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입니까?” 돌아온 답변은 뜻밖이었다. “부교역자들 때문에 힘들었어!” 당시에는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당시 나는 젊었고, 내가 개척한 교회에는 부교역자들이라야 파트타임 몇 사람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최근에도 담임교역자들과 대화하면서 듣는 말은 부교역자와의 동역은 쉽지 않는 것이다. 나는 다행히 목회 중에 그런대로 좋은 부교역자들을 많이 만났다. 지금 함께 일하는 분들도 여기저기 자랑할 만큼 귀한 은사가 있는 분들이어서 든든하다.

부교역자들 가운데 개혁자형 목회자가 있다. 부교역자이면서도 부임해 기관이나 모임을 맡게 되면 강단부터 주보, 예배순서까지 몽땅 바꾸려고 한다. 그런대로 열정이 있어 지켜봐줄만하다. 다재다능한 부교역자도 있다. 악기도 잘 다루고, 컴퓨터나 영상 프로그램을 쉽게 뚝딱 만들어내는 재능이 있다. 운동도 잘하고, 운전도 능숙하다. 충성형 부교역자도 있다. 담임목회자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유용한 사람인 듯 보이지만 점차적으로 병리적이 되면 담임목사의 오른팔 노릇을 하면서 다른 이들에게는 냉정하게 대하는 경우도 있다. 결정을 잘 못하고 의존적이며, 자기를 비하시키거나 열등감에 빠지기 쉽고,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감정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부교역자도 있다. 사람들의 비판을 소화하지 못하고, 담임목사나 다른 동역자의 말에 금방 상처받는 사람이다. 본인은 완벽한 줄 알고 충고나 조언을 듣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다.

건강한 사람들은 자신감이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힘이 있고, 자신의 권한 내에서 조직의 사람들을 보호하며 인도하고 용감하며 설득력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부교역자들 가운데 그런 특징을 지닌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부교역자들은 자기 믿음의 뿌리를 배양하는 일에 소홀하다. 다른 사람들의 영혼은 돌보려고 무진 애쓰는 것 같으나 정작 자신의 영혼 돌보는 일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매번 새벽기도를 놓치는 부교역자를 만난 적이 있다. 십일조 헌금을 드리지 않는 부목사도 경험했다. 설교 중에는 전도나 기도를 외치지만 정작 자신은 전도현장에 나타나지 않고, 기도시간에도 묵상만 하다 돌아가곤 한다.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은 갖추지 못한” 부교역자들인 것이다.

언젠가 우리교회에 능력이 상당한 부교역자가 있었다. 한 해에 600명을 전도한 사람이니 담임목사치고 그런 부교역자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떤 여성도와 불미스런 소문에 휘말리게 되었다.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지만 소문을 그대로 둘 수 없어서 조용히 다른 교회로 떠나게 했다. 나는 부교역자를 올바로 지도할 책임을 가진 담임목사였지만 경험이 미숙해 그를 바로 지도하지 못했기에 지금도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

담임교역자에게 있어 함께 동역하는 부교역자들은 영적 자녀이다. 부교역자들의 영혼까지 책임지는 것이 진정한 동역이다. 부교역자들은 ‘사장님’을 모시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나 의지하고 붙들 수 있는 ‘신실한 목회자’와 사역하고 싶어 한다. 데마가 ‘세상을 사랑하여’ 사도 바울을 떠났듯이 부교역자들 가운데는 실망을 주는 이도 있을 것이다. 경솔한 부교역자도 있다. 그러나 담임교역자인 내가 부족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지도자의 사명을 감당하듯, 그들도 하나님의 은혜를 받고 일하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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