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행 147

“물론 아직은 로마교회가 우리들 당나라교회와 지금 중앙아시아에 기반을 만들고 있는
우리들 아시아교회를 인정하지 않겠죠. 그러나 이미 교류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도 오늘 당나라 황제를 통해서 로마제국과 그들의 교회가 아시아 땅 당나라에서
성장하고 있는 우리 네스토리우스 교단을 무시할 수 없는 때가 오고 있다는
징조를 우리도 본 것입니다.”

 

 

 

 

   
▲ 서안, 당나라시대 대진사(경교사)를 찾아가다가 들려본 도교사원

안토니보다 알로펜이 알고 있는 당나라와 동로마 제국의 외교역사는 더 길고 복잡했다. 물론 그때는 당나라가 아니라 수나라보다 먼 남북조 시대의 막바지 왕조였을 것이다. 알로펜이 페르시아 크레시폰 그의 부친 슬하를 떠날 무렵부터의 역사 이야기다.

알로펜의 부친 압둘라 주교는 중국 대륙과 비단 무역하는 일로 페르시아와 동로마 제국이 서로 경쟁하는 외교사를 관계하고 있었다. 알로펜은 더 이상 모르는 일이었으나 로마제국과 중원의 제국 사이에서 페르시아 기독교가 중요한 역할을 하려고 시도했음이 분명했다. 심지어 알로펜 선교단이 AD 635년 당태종 정관 9년에 당나라 입국하는 것마저도 알로펜의 부친 압둘라의 역할이 컸음은 안토니가 잘 모르는 비밀이라는 말도 전해오고 있었다.

안토니는 말했다.
“주교님 총주교님이 장안에 계실 때 당나라 조정과 동로마 제국 간에 어떤 외교적 계산이 있었을 것입니다. 주교님 혹시 총주교님으로부터 들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영부 주교는 생각에 잠겼다. 지난번 갑자기 찾아갔을 때 알로펜이 조심스럽게 그에게 했던 말이 있었다.
“네, 지난번 갑자기 제가 초코에 갔을 때 총주교님은 당나라의 정치적 욕심에 교회가 휘말려들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그렇지요. 그리고 더는 무슨 말씀을 하시지 않던가요?”
안토니는 영부의 표정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글쎄요. 더는 말씀이 없으셨지요. 저는 그때 하층민 선교문제를 말씀드리던 중이라 당나라와 타협하지 말라하시는 말씀 정도로 알고 있었어요.”

“그래요. 그것밖에 없었어요?”
“네, 그런데 총주교님이 당나라의 욕심을 말씀하고 계실 때 마리아 교수님이 밖에서 들어오시기는 했거든요.”
“아, 그럼….”

안토니는 알로펜이 영부에게 무엇인가를 당부하려다가 마리아 교수의 몫으로 그걸 뒤로 미룬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알로펜과 마리아, 이 두 사람은 당나라와 동로마 제국 간의 정치비밀을 알고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지 당나라와 동로마 제국 간의 정치적 이해관계나 무역에 대해서 우리는 특별히 울고 웃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만….”

영부 주교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안토니의 반응이 궁금했다.
“저의 짐작은 쉽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전에 총주교님이 얼핏 말씀하시는데 동로마가 페르시아의 중개를 거치지 않고 당나라와의 무역을 우리 당나라 기독교 사업부를 통해서 직거래하기 위해 네스토리우스의 이단 죄를 해벌했는데 동로마 교회 귀족들의 방해로 무산되었다는 말씀을 하신 일이 있지요.”
“저 쿰바홀은 잘 모르지만 총주교께서는 전부터 로마가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나 우리 당나라 알로펜 교회를 향해서 이단 정죄하는 따위는 이미 효력이 상실된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지금 와서 로마와 당나라가 무역하는 일로 우리 교단을 내세울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로마와 당나라 간의 무역 중개국인 페르시아는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졌잖아요.”

“그래도 페르시아를 대신해 이슬람 칼리프가 나설 수 있지요.”
영부가 말했다.
“맞다. 쿰 주교 말씀이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네요. 당나라는 페르시아 국내 문제가 바뀔 때 동로마와 직거래하자는 뜻일 겁니다. 쿰 주교 말씀대로 알로펜 총주교님은 로마제국교회가 우리 당나라 기독교에게 더 이상 네스토리우스의 죄를 뒤집어씌울 수 없다 하셨습니다. 여러분도 아시죠. AD 451년 제4차 칼케돈 세계 종교회의가 열렸을 때 당시 사막에 유배 중이기는 했으나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가 생존해 계셨어요. 그때 칼케돈 회의는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에게 회의에 참석해 해명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잖아요. 그때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는 ‘나 이제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사람들에게 칭찬 받기를 원치 않는다. 나는 하나님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하셨지요.”

“맞아요. 칼케돈 회의가 주는 처벌이나 징벌 따위에 울고 웃지 않겠다는 자신감이겠군요.”
영부 주교가 무릎을 치며 말했다.
“그래요. 제가 어려서부터 들은 네스토리우스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님의 용기나 인품은 영웅적이었거든요. 그 어른은 충분히 그렇게 하셨을 겁니다.”

“그렇군요.”
쿰바홀도 입술을 지그시 깨물면서 두 손을 마주치며 조용히 박수를 친다.
“주교님, 새 황제로부터 직접 들을 말씀이 중요합니다. 역사는 늘 새롭게 돌아갑니다. 콘스탄티노플 로마제국 요즘 사정을 누가 압니까. 그들이 지금쯤은 우리 당나라 기독교의 교세가 오리려 탐날 수 있어요. 우리들의 교세 기반을 로마제국 교회와 연계시키면서 무역보다 더 큰 정치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누가 압니까,”

안토니는 혼자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안토니 주교, 아시는 거 있으면 쉽게 말씀해 보시오. 나 쿰바홀은 정치적인 두뇌가 부족해서요. 헤헤….”
쿰바홀은 실험이라도 해보려는 듯이 주먹으로 가볍게 자기 머리통을 두드려 본다.
“글쎄요. 저도 당나라와 비잔틴의 동로마 제국 사이에 발전적인 변화가 왔을 수 있다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세 사람은 일단 앞으로 황궁의 동태를 지켜보면서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 안토니가 뱀골 이야기를 하려는데 쿰바홀이 먼저 말을 꺼냈다.

“제 생각에는 초코의 마리아 교수님께 오늘 나눈 이야기를 전해 드려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교수님은 우리가 모르는 내용을 아시고 계실 수도 있고, 또 총주교 어르신이 마리아 님께 부탁하신 말씀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만….”

“옳습니다. 저도 쿰주교님과 같은 생각을 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에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닌지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영부가 말하면서 안토니를 바라본다.
“금번에 아주 장안으로 모셔왔으면 합니다. 어머니 같으신 분이니 당연히 우리가 모셔야 하는데, 글쎄 그 어른의 생각은 어떠신지?”

“아마 오시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번 두 분이 말씀하시는데 둘 중에 누군가가 먼저 떠나면 남아있는 자가 중앙아시아 터전을 닦으며 이곳에 몸을 묻어야 한다고 하시던 말씀을 제가 들었습니다.”
영부 주교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황제의 말씀을 마리아 교수님께 서찰에 담아서 인편에 보냅시다.”
“아, 일단 그렇게 하시죠.”

영부가 동의하고 쿰바홀이 고개를 끄덕이자 안토니는 다음 안건을 꺼냈다.
“우리 뱀골 이야기 좀 하려고요. 지금 우리는 페르시아 친구들 덕분에 의욕이 넘쳐납니다. 옮겨간 30명 세대가 우선 토담집 짓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또 군관 출신 하비도 씨가 53세 이후 출가자들 문제를 꺼내면서 뱀골에 공동체를 설립하자는 군요. 또 공동체 이름을 오삼수도원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까지 내놓
았습니다.”

“저런, 우리들보다 더 빠르군요. 사실 저는 오늘 모임에서 의논하려 했는데요.”
영부가 뒷머리를 긁으면서 계면쩍은 미소를 짓는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지금 의논하면 되지 않겠어요. 저의 생각에는 이곳에 총주교님 기념관을 짓고 공동체 아니 뭐라고요? 오, 오삼이라고 했나요? 거 어감이 괜찮은데 ‘오삼수도회’나 ‘오삼공동체’ 이름으로 건축하지요. 그리고 우리 교단 교회 신자들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지역마다 ‘지회’를 만드는 겁니다. 초코에도 ‘지회’를 두고 사마르칸트나 그 밖의 도시나 농촌, 산촌을 가리지 않고 지회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쿱바홀은 자신 있다는 듯이 말했다.

“동감입니다. 명칭은 수도원 또는 공동체 둘 중에 하나로 통일하고 53세를 기준 한다 했더니 ‘오삼’이라 하는 것 같은데 괜찮은 생각입니다. 어르신들이 오삼수도회나 공동체로 하시자면 저는 따르겠습니다. 로마교회처럼 ‘수도회’라는 이름으로 통일하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입니다. 또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우리들 당나라 기독교가 중심이 되어서 중앙아시아와 아시아 세계 전체 안에서 활동하는 우리 교단은 로마교회와 교회직제나 성례규범들을 가능한대로 일치시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로마나 우리들 아시아교회가 세계에서 동일한 예수의 교회이니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교회조직의 모든 직명을 같이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나 안토니도 동감입니다. 당나라와 로마제국 간 무역에 우리 교단과 함께하려는 세력들이 최소한 비잔틴의 동로마에는 상당수 있음을 감지한 이상 지금부터 우리는 세계교회는 하나라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로마교회가 우리더러 이름이나 예배형식을 자기들과 같이 하지 말라고 하면 어찌하려고 그럽니까?”
쿰바홀이 걱정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이미 교직자들의 직분은 콘스탄티노플 교회를 모범하고 있으며 예배형식은 이미 망해버린 로마제국교회와 차별해 시행합니다. 우리 당나라 기독교는 로마제국 이전 교부시대의 전통을 따라서 말씀 선포와 성찬을 균형 있게 실행하고 있습니다. 로마교회와 아시아 교회가 하나의 교회로 예수 안에서 동일함을 위해서는 앞으로 몇 가지 노력해야 할 일이 있지요.”

쿰바홀이 안토니에게 무엇을 로마교회와 의논하느냐, 그들이 우리를 상대해 주겠느냐고 물었다.
“물론 아직은 로마교회가 우리들 당나라교회와 지금 중앙아시아에 기반을 만들고 있는 우리들 아시아교회를 인정하지 않겠죠. 그러나 이미 교류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엘리야 선지자가 이방세력들과 싸울 때, 그러니까 850명의 이방인 선지자들과 3년 6개월 가뭄이 들었던 이스라엘의 하늘에서 비를 내려달라고 기도할 때 엘리야는 저편 하늘에 손바닥만큼 한 구름조각을 보면서 큰비가 내릴 징조를 보았습니다. 우리도 오늘 당나라 황제를 통해서 로마제국과 그들의 교회가 아시아 땅 당나라에서 성장하고 있는 우리 네스토리우스 교단을 무시할 수 없는 때가 오고 있다는 징조를 우리도 본 것입니다.”

“어허, 안토니 주교. 너무 앞서나가시네. 그러다가 실망하시면 어찌하려고요. 나는 우리 총주교님 곁에서 수십 년 살아오면서 로마교회가 얼마나 지독한 자들이고 또 그들이 내 앞에서 행패부리는 것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저는 그자들을 못 믿겠습니다.”

“아니 쿰 주교님. 누가 로마교회를 믿자고 했습니까. 로마교회를 다스리시는 하나님. 또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는 주 예수님을 믿자는 것입니다. 주님은 옹색한 로마교회의 탐욕스러운 태도를 곧 꾸짖으시고 우리 네스토리우스 총 대주교나 알로펜 총주교님의 눈에서 눈물 나게 한 그들을 바로잡으실 것을 나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옳습니다. 안토니 주교님 말씀이 옳습니다. 쿰바홀 주교님의 걱정도 현재로서는 우리가 또 경계로 삼으면서 우리 주님이 가르쳐 주신 대로 비둘기 같은 순결과 뱀 같은 지혜를 동원해 우리 동방아시아 기독교 시대를 열어 가면 됩니다.”

영부 주교가 두 사람의 의견에 각기 동의하며 긍정하고 나서자 그들도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자, 우리가 또 감축 드리고 감사해야 할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그게 뭔가요?”

안토니의 말에 쿰바홀이 무슨 소리냐고 추궁하듯이 말꼬리를 잡는다.
“황제가 하층민 선교 제한을 푼다고 하셨다면서요?”
“네, 안토니 주교님. 제가 두 귀로 똑바로 들었습니다. 바로 이 같은 황명은 우리 교단의 홍복입니다. 로마제국보다 더 큰 당나라 제국 그 어느 곳 사람들이든지 우리는 찾아가서 함께 예수의 복음을 말하며 하늘의 축복을 나누어 줄 수 있습니다.”

쿰바홀도 박수치면서 영부주교의 말에 동의하고 호기 있게 말을 이었다.
“이제는 영부 주교님 시대가 활짝 열렸습니다. 우리 두 늙은이는 뒤에서 밀어드릴 것입니다. 태종황제가 우리 기독교를 ‘빛나는 종교(景敎)’라고 이름 지어 주시더니 드디어 빛나는 기독교 시대가 당나라 제국에 뿌리내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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