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형은 담임목사/말씀삶공동체 성락성결교회

한국 사회에서 교회는 ‘교회로서’ 존재하는가? 이 질문을 좀 설명하자. 교회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사회적인 집단으로 탄생한 것이 사도행전 2장의 성령 강림 사건에서다. 그때부터 교회는 세상과 달랐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거룩한 영이 내려서 그 디엔에이(DNA)가 형성되었으니 세상과 같다면 이상한 일이다. 교회는 존재 자체가 세상과는 다르다. 교회가 세상과 다르다는 것은 마땅한 일이기도 하다. 세상과 달라야 하는 것이 교회의 과제라는 말이다. 세상과 다른 교회의 본질 또는 원형질은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교회의 본질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세력이 있어서다. 교회가 자기 본질을 유지하며 교회답게 살려면 끊임없이 자기정체성을 벼려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크게 보아 보수와 진보 두 집단이 존재한다. 언제부터인가 이 틀이 지나갔다고들 얘기도 했다. 보수와 진보보다 세대 간의 격차가 더 강해졌다고도 했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여전하다. 예컨대 일베 현상에서처럼 젊은 세대가 보수 진보의 틀에 편입되기도 한다. 특히 박근혜정부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사건에서 어김없이 진영 논리가 작동했다. 지역주의와 여야 정치의 헤게모니 갈등을 포함한 보수 진보의 틀은 어떤 사안에서든 강한 힘을 발휘한다. 이 틀에 들어가면 사안 자체의 옳고 그름은 물 건너간다. 합리적인 의심과 객관적인 검증은 쉽고 간단하게 매도된다. 우리 사회에서 오랜 현상이지만 종북 딱지가 보수 진보의 갈등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 군대와 국정원이 이런 상황에 연관되기도 한다. 신자유주의적 경제 시스템이 강한 현실에서 시장 지배력과 재력을 가진 대기업의 입김이 보수 쪽 입지에 강력한 힘을 더한다.

검찰, 경찰, 국세청 등 사안을 조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가진 기관이 어느 편을 들면서 개입하면 상황은 더욱 비틀리는데 그런 일이 적지 않다. 건강한 비판과 여론의 흐름을 잘 전달해야 하는 언론이 제 본분을 잊고 대놓고 어느 편에 서면 문제는 아주 심각해지는데 현실이 그렇다. 누가 봐도 인륜의 문제인 세월호 사태가 이토록 왜곡된 것을 보라. 최악의 상황은 법원의 재판이 공정성을 잃는 경우다. 최근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보면서 우리는 그렇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는 진지한 의미에서 보수나 진보라고 보기 힘들다. 권력 장악이나 정권 유지를 위한 싸움에서 패가 갈릴 뿐 보수와 진보의 가치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왜곡된 사회 구조에서 진정한 보수주의와 진보주의는 설 자리를 잃는다. 사회가 건강하려면 보수와 진보의 가치관이 수레의 두 바퀴처럼 굴러야 한다. 온통 보수이거나 진보 일색이면 사회는 망가진다.

제대로 된 보수와 진보의 길이 좁은 우리 사회에서 교회는 무엇인가? 교회가 탄생할 때의 자기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신앙의 사회적 소명을 다하고 있는가? 한국 교회 안에도 보수와 진보가 있다. 그런데 진지하게 보수 또는 진보적인 가치관과 세계관을 갖고 있는가? 보수나 진보 어느 쪽이든 성서가 독재정치, 독점적인 경제 구조, 반인륜적인 폭력을 지지한다고 보는 그리스도인은 없을 것이다. 법치의 민주주의, 상생의 시장경제, 인도적 인륜도덕이 성경의 가치관일 텐데, 교회는 이에 대해 입장이 분명한가? 하나님의 일반계시적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이 세 가지를 지키고 성숙하게 하는 일에서 교회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이 가치를 지켜내지 못하면 교회도 결국 정치 경제적인 독점 권력의 하녀로 전락할 것이다.

우리 사회처럼 독하게 양쪽으로 갈린 현실에서 어느 편도 아니고 오로지 진리 편에 선다는 것이 어렵다. 그러나 교회가 무섭도록 집요하게 진리에 서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교회의 미래는 없다. 성령의 임재로써 탄생한 교회는 보수나 진보의 마당 한 구석에 세 들어 살면 안 된다. 하나님 말씀의 가치관에 터한 교회 자체의 마당을 확보해야 한다. 그 마당이 어머니의 품이 되어 보수와 진보를 통섭하는 가치관으로 모두를 끌어안아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될 성 싶지 않은 얘기를 했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교회는 될 성 싶지 않은 일을 이루며 소명의 길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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