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회복사역연구소 소장

동반의존증은 알코올 중독자의 가정에서 발견된 병리적인 현상으로 가족의 질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동반의존의 특성을 보이는 집단은 우리 주변에 많이 퍼져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알코올중독자 가정의 성인아이로 자란 사람들, 감정적 또는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가족들, 만성환자와 연관된 가족들, 자녀의 비행문제(일탈, 비행, 게임·인터넷 중독 등)로 고민하는 부모들, 무책임한 사람과 가족관계를 맺고 있는 가족들, 도와주는 직업군에 속한 간호사나 사회복지사, 목사, 전도사 같은 사람들이다.

동반의존자들의 일반적인 공통된 특성은 가족 내에 불문화 된 침묵의 규칙이 있다는 것이다. 그 규칙들은 보통 직계가족 내에서 형성된 것으로 가족 구성원의 인간관계를 통제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가족들은 어려서부터 자기감정을 표현해볼 기회를 갖지 못해 무감각한 사람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동반의존의 정의와 회복의 열쇠는 ‘중독자’가 아니라 ‘동반의존자 자신’에게 있다. 해결의 열쇠는 중독환자의 행동이 우리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또 동반의존자인 우리가 중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과연 이해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동반의존자들은 집착하고, 통제하고, 강박적으로 ‘돕고’ 보살피려 하고, 자기혐오에 가까운 낮은 자존감, 자기 억압, 가득 찬 분노와 죄의식, 독특한 의존성향, 괴상한 사람에게 이끌리면서 그 사람이 만들어내는 상황을 참아내는 인내심, 자신을 포기한 타인 중심적 사고, 서투른 의사소통이나 친밀감과 관련된 문제들을 통해 순교자, 박해자, 공모자, 술친구, 냉담한 동반의존자의 단계를 통해 일어나는 현상을 계속 경험하게 된다. 동반의존으로부터의 회복은 냉담함이 아닌 냉정함을 갖는 것이다. 여기서 냉정함이란 분리로부터 체험하는 평온을 의미한다.

동반의존자인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당신이 지금 시도하고 있는 것이 분리라면 그것은 중독자를 위한 일이 아니다. 분리는 바로 당신을 위해 해야 하는 것이다. 분리는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할 것이다. 분리는 사람과 문제에 대해 절대 반응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 반응은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중 많은 사람, 특히 동반의존자들은 너무 지나치게 반응한다.

지나친 반응은 혼란만 더할 뿐이다. 그러다가 모든 가족들이 억누르기 힘든 상황에 빠지게 되고 반응에 의해 지배당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중독자들은 종종 우리를 반응하도록 자극하고자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한다. 하지만 동반의존자들이 반응하는 일을 멈추면 중독자들은 우리를 자극하기위해 했던 행동에 대해 흥미를 잃게 된다. 그제야 동반의존자들은 중독자들의 통제에서 벗어나 우리를 장악하고 있던 중독자들의 힘을 물리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