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행 151

“쿰 주교님, 나는 말이죠. 알로펜 총주교님께 일찍이 배워둔 인생관이 있어요.  
우리가 세상에 올 때 사명자는 하늘에서 온다 했어요. 그리고 이 세상의
활동 또한 하늘사람의 신분으로 하다가 어느 날 육신을 벗는다면 그때는 또 그대로
하늘사람의 신분으로 영생한다고 말입니다.”
“그래요. 저도 생각납니다. 저 역시 그 말씀을 믿고 따릅니다.”

 

 

   
▲ 투르판에서 만난 사람들. 이들은 하나님의 손길을 알고 있을까.

약속한 3일 후 안토니 주교가 주교좌 본부에 왔다. 쿰바홀 주교도 함께한 자리에서 안토니가 입을 열었다.
“저희 당나라 선교부에 이미 주교가 3명이 되었으니 주교회의라고 하든지 주교의회라는 이름으로 공동체 구성을 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3일 동안 기도하면서 느끼는바 이제는 우리 당나라 기독교가 역사적인 책임을 지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당하십니다. 안토니 주교님!”
쿰바홀 주교가 말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아직 어려서 어르신들을 잘 모시지 못했으나 이제부터는 두 분 주교님이 갖
고 계신 연륜을 잘 헤아려 저의 배움을 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영부 주교는 알로펜 총 주교가 세상에 계시는 동안 절대권을 행사하신 데다가 또 충분한 준비기간 없이 큰
책임을 받고 보니 아직 행정력을 갖춘 본부 살림뿐 아니라 명색이 주교가 3명인데도 주교단 조직도 없는 상태임을 알고 있었다. 이에 대한 안토니 주교의 제안이 아니라 충고로 알고 시인했다.

“그럼 당연직으로 우리 주교단 의장은 영부 주교이시고 서기부는 쿰 주교님이 맡아 주세요.”
안토니의 말에 아무도 토를 달지는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쿰바홀이 미소 지으며 안토니에게 묻는다.

“그럼 안토니 주교님은 어떤 부서를 맡으시렵니까?”
“저는 이미 은퇴자이기도 하니 고문직을 맡고 싶군요. 그리고 금번 로마제국교회 사절단을 이끌고 가야 하니 외교담당이면 좋겠어요.”
안토니의 말이다.

“아이고, 그럼 주교님의 기도에 주 예수께서 응답하셨습니까?”
영부는 조심스럽게 사절단 파송에 대한 기도의 결과를 물었다.
“응답이라고 해야 하나요. 주님은 답변을 하지 않으시더군. 그래서 나는 주님의 침묵은 응답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와, 그렇군요. 주님은 침묵도 응답이라…, 참 명언이십니다. 그렇죠.”
쿰바홀의 감탄어린 말을 받은 안토니는

“그래요. 저는 주님께서 애당초 부르실 때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내게로 오라’ 하신 말씀을 성경에서 발견한 이후 언제나 내가 있는 곳은 주 예수의 부르심이 있는 자리라고 믿고 살아왔지요. 금번 제가 로마까지 갈만한 체력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주님이 나를 필요로 하심이 분명한 것은 우리 당나라 기독교 지도자이며 주교단 의장이신 영부 주교의 지명이면 주께서 나를 필요로 하심이 분명하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영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안토니 주교에게 허리 굽혀 인사하면서 말했다.
“안토니 주교님! 저 같은 무지한 사람을 아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허허, 무지한 사람이라니…. 내가 말씀드렸죠. 영부 주교님은 하나님이 세우신 우리들의 지도자이십니다. 지도자가 자기를 무지한 사람이라고 겸양을 떨고 있으면 저희들은 뭐가 됩니까?”
“그렇습니다. 의장님이 말씀을 잘못하셨어요. 그 겸손하심은 저희가 잘 알고 있으니 저희 두 사람 앞에서도 더 당당하십시오.”

쿰바홀의 말에 영부는 알겠노라고 거듭 말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자, 그럼 제가 가기로 결정했으니 사절단을 어떻게 꾸릴지 그리고 언제쯤 떠나야 할지도 논의하시죠.”
안토니가 서둘렀다.

“네, 내일 우리 대학당 관계로 요수아와 크데시폰의 시몬 사제가 몇 사람 동지들을 모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그때 그들의 의견도 참고하고 또 저희들이 천거하지요. 그리고 안토니 주교님이 직접 마음에 두신 사람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세요.”

“그래요. 의장님이 알아서 해 주세요. 나는 특별히 지명할 사람은 없어요.”
“출발일은 어떻게 할까요?”
쿰바홀이다.
“그건 준비되는 대로 가시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제 생각에는 당나라 황제의 추천서나 또는 황제가 인정하는 신분 확인서 같은 것이 있으면 좋을 것 같거든요. 추천서는 로마교회 교황청에서 필요하겠고, 신분 확인서는 파미르 고원을 넘고 또 페르시아 영토를 지날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그렇지요. 의장님 의견이 옳아요. 나도 그 생각을 했습니다.”

“두 분 말씀이 좋습니다. 또 하나는 로마를 향해 가실 때 저나 영부 의장님이 초코까지는 동행하고 싶습니다.”
쿰바홀이다.
“그래, 마리아 교수님과 필요한 의논도 하고 저야 또 몇 년 걸리는 먼 길 가면서 뵙고 가야죠. 마지막 길일 수도 있는데….”
이 말을 하는 안토니의 시선이 멀리로 간다. 쓸쓸한 표정이다.

“무슨 그런 말씀을 다 하세요. 마지막이라니….”
쿰바홀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쿰 주교님, 나는 말이죠. 알로펜 총주교님께 일찍이 배워둔 인생관이 있어요. 우리가 세상에 올 때 사명자는 하늘에서 온다 했어요. 그리고 이 세상의 활동 또한 하늘사람의 신분으로 하다가 어느 날 육신을 벗는다면 그때는 또 그대로 하늘사람의 신분으로 되돌아간다고 말입니다.”

“그래요. 저도 생각납니다. 저 역시 그 말씀을 믿고 따릅니다.”
쿰바홀이 안토니의 말에 장단을 맞춘다.
“그러니까 저희는 전생은 보좌에 계신 하나님 품에 있다가 이 세상에 왔고, 왔으니 복음을 전해 이 세상을 하나님 나라 영토로 확장하다가 육신의 때가 지나면 신령한 몸으로 부활체가 됩니다.”
영부다.

“그게 아니오. 이 세상에 오는 날, 또 하나님 품에서 세상에 오는 날, 다시 말하면 거듭나는 은혜의 날이 곧 부활 생명체를 입는 겁니다. 부활의 몸으로 이 세상에서 복음나라를 전파하다가 내 임무가 끝나는 날 영생하는 몸이 됩니다. 할렐루애!”
안토니가 노래하듯이 말했다.
“옳습니다. 안토니 주교님의 말씀이 가장 정확한 표현입니다.”
“그래도 내가 마지막 길 어쩌고 하는 것은 이 세상의 어법을 사용했어요. 신령한 몸으로 살던 우리가 육신의 몸의 날 동안 만나서 사귄 날들을 애틋하게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쁠 거야 없겠죠?”
“그렇습니다. 그럼요.”

영부와 쿰바홀이 합창했다.
다음날 요수아와 크데시폰의 시몬 그리고 실비아와 어린 다위드까지 오리봉 학당 사무실로 왔다. 곧 이어서 쿰바홀이 바쁘게 들어온다.

“쿰 주교님,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실비아가 묻는다.
“아니오. 그냥 마음이 바쁘군요. 아참, 여러분은 대학당 문제로 오늘 회합이 있으시죠? 안토니 주교 수행원 명단에 오를 인물들도 생각해 보시고 말입니다. 저는 ‘오삼 수도회’ 숙소, 아니 아니 생활관이죠. 생활관 문제를 서둘러야만 초코에 다녀올 터인데 마음이 앞서는군요. 이거, 이것도 욕심이죠? 그렇죠? 총주교님이 곁에 계시면 종아리 맞을 짓이죠?”

쿰바홀은 초코에 가고 싶다. 서두르고 싶었다. 마리아 교수의 건강이 걱정되고 초코의 제자들도 보고 싶었다.
다위드가 쿰 주교 곁으로 와서 그의 손을 붙잡는다.
“쿰 주교님, 제가 도와드릴 일은 없을까요?”
“엉, 그래. 알로펜 2세여! 초코에 가거든 마리아 할머니가 식사를 잘 하시는가도 살피고 할머니 교수님께 잘 배워서 알로펜 총 주교님을 꼭 닮은 실력을 갖춰야 해요. 알았죠?”
“네, 쿰 주교님. 명심하겠습니다.”

다위드는 껑충껑충 뛰면서 좋아라했다. 쿰 주교가 요수아와 시몬을 옆방으로 이끌었다.
“두 분께 이런 말씀 드리기가 조심스러우나 부탁을 드리고 싶어요. 저와 셋이서 오삼 수도원 생활관 건축을 함께 했으면 합니다. 자재들은 준비되어 있고 부족한 부분은 사오면 됩니다. 지금 수도회 인원이 15명으로 알고 있는데 아마 맞을 거예요. 숙소는 1인실, 2인실, 3인실로 마련하고 싶거든요. 왜냐하면 아직은 활동력이 있는 60살 미만은 3인실, 60살 이상은 2인실, 1인실은 실장실로 생각했어요. 괜찮죠?”
“네, 그렇군요.”

요수아와 시몬 사제도 동의했다.
“본부에 60명에서 100명을 기준하여 100여명의 생활관이면 집을 3채만 지으면 됩니다.”“글쎄, 그건 본부 주교님께 상의하고 허락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네, 그럼요. 제가 일단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니 두 분이 생활관 건축 진행을 맡아서 감독해 주세요.”
“아니 쿰 주교님은요?”
“네, 저는 안토니 주교님 수행원만 확정되면 영부 주교님을 모시고 초코에 서둘러 가야 하겠습니다.”
“어떻게 하시려고요?”
“네, 마리아 교수님 걱정도 되고 그곳 교회나 수도자들도 걱정되는군요.”
요수아와 시몬은 고개를 끄덕였다.

쿰바홀은 영부 주교가 불러서 가고 요수아와 시몬은 실비아와 셋이서 대학당 확장 문제를 의논했다. 실비아가 의견을 냈다.
“제 생각에는 본부 안에 있는 사람들 중 지망자를 찾아서 기초반을 만들고 초코나 사마르칸트, 판지갠트, 또는 페르시아 출신들 중에서도 널리 인재를 찾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야 하겠지요. 그리고 고시반은 시몬 사제가 맡고 신학연구반은 실비아가 실무를 맡아 주시오. 아마 나는 당분간 건축업에 종사해야 하겠습니다.”
요수아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갑자기 무슨 건축업입니까?”

실비아가 의문을 제기했다.
“아, 그건 오삼 수도회 생활관 공사를 위해 쿰 주교님을 돕는다는 말이랍니다.”
시몬이 요수아의 말을 설명했다.
“그건 쿰 주교님이 알아서 하실 거잖아요?”

“곧 초코에 가시려나 봐요.”
요수아가 다위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실비아는 허공을 한참 우러르다가 다위드를 덥석 안았다.
“어머니, 모두가 거룩한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걱정 마세요.”

다위드가 실비아를 위로했다.
“아이고, 녀석아!”
실비아는 다위드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내려놓는다.
“부럽습니다. 저도 저런 아들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시몬의 푸념에 실비아가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부러워서 그러지 뭐, 부럽다고 다 되는가. 내일모래면 50살인데 또 무슨 수로….”
요수아가 빈정거리고 있었다.
“자자, 그럼 나는 고시반을 잘 꾸려볼 터이니 실비아 님은 사마르칸트 요한 박사님 같은 인재를 양성해 주세요. 요수아는 가서 집 짓는 목수노릇이나 하고….”

“네, 그렇게 하죠. 이 사람 요수아는 이 씽씽한 팔뚝으로 망치질하고 대패질하면서 집이나 짓겠소.”
주교좌에서 사람이 왔다. 대강 일을 마쳤으면 모두 오라는 전갈이다. 영부 주교가 안토니 주교 여행단 수행원을 생각해 보았느냐고 묻는다. 요수아와 시몬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눈으로 서로에게 묻는다.
“몇 명쯤으로 계획하시는가요?”

실비아가 쿰바홀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글쎄요. 제 생각은 4~5명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군요.”
“안토니 주교만큼은 아니어도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과 젊은이가 반반씩 동행하면 좋을 겁니다.”
시몬이 의견을 내놓았다.

“제 생각도 그러합니다. 아직 결정 안 되었으면 우리 네 사람이 1명씩 생각했다가 안토니 주교님과 의논합시다.”
영부 주교의 말이다. 


 

• 작가 조효근 : 1976년 『월간 문학』 신인상 소설 등단.
대학에서 세계교회사 및 종교사 38년 강의.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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