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씀삶공동체 성락성결교회 담임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에 의해 비텐베르크에서 시작된 개혁운동을 ‘종교개혁’이라고 부른다. 이 단어는 좋은 번역이 아니다. 오늘날 누가 종교개혁이란 말을 들으면 사회의 여러 분야 가운데 종교 분야의 개혁을 떠올릴 것이다. 예컨대 경제개혁이나 교육개혁이 경제나 교육 분야의 개혁을 말하는 것과 같은 식이다. 종교개혁이란 말 자체에는 (라틴어 Reformatio, 독일어와 영어 Reformation) 종교라는 뜻이 없다. 그냥 개혁 또는 갱신이란 말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이른바 ‘종교개혁’에 대하여 중요한 점을 다시 생각한다. 16세기의 종교개혁은 사회의 여러 영역 중에서 종교에 한정되지 않았다. 루터가 제기한 질문은 종교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변화
시켰다. 당시 유럽은 기독교 문화권이었으니까 종교는 곧 기독교였고, 루터의 외침으로써 기독교 신앙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교육, 법조, 문화, 예술, 기술 등 인간 삶의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루터가 비텐베르크의 성(城)교회 문에 95개조의 반박문을 게시한 목적은 본디 신학과 신앙의 토론을 위한 것이었다. 반박문이 당시 대학 사회의 언어며 식자들의 언어인 라틴어였던 것이 그래서다. 그런데 이 내용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신학적 토론 정도가 아니라 사회 전체로 논의가 확산되었고 독일을 넘어 유럽 전체로 들불처럼 번져갔다. 기독교 신앙에 대한 논의가 사회 전체를 뒤흔든 것은 독일과 유럽 사회 전체가 기독교라는 종교 문화로 구조돼 있었고 루터가 정확하게 그 구조의 중심축을 건드렸기 때문이었다. 루터는 한 치도 비켜가지 않고 무섭도록 정확하게 기독교 신앙의 핵 곧 구원 문제를 지적했다.

16세기에 기독교라는 종교 집단은 세속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무서운 권력 집단이 되었다. 종교적인 의식과 제도를 통해 사람들을 세뇌시켜 정신과 영혼을 획일화하며 노예화했다. 구원을 미명으로 돈을 갈취했다. 연옥 곧 천국이나 지옥의 중간 상태에 대한 교리는 종교 심리적으로 보면 사람들에게 돈을 바치게 만드는 만능열쇠였다. 구원과 멸망 사이에 적절한 지점을 만들어놓고 그것을 미끼로 돈을 바치게 하는 것은 어느 종교든 종교가 사이비성을 띠고 타락할 때 나타나는 공통 현상이다.

이런 기만적인 종교 현상의 중심에 교황권이 있었다. 루터는 정확하게 교황을 지목했다. 무서운 일이다. 당시의 지존인 교황을 정면으로 지목한 루터에게 무서운 일이 닥칠 것이었다. 죽음은 불을 보듯이 뻔했다. 그러나 그런 것을 알고도 피해가지 않은 루터는 무슨 믿는 구석이 있는지 또 그만큼 ‘무서운’ 정신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른바 종교개혁은 이렇게 터졌고 당시 사회와 인간 삶의 축을 흔들었다.

498년 전 종교개혁의 의미를 오늘날 논한다면 이 점을 무섭게 직시해야 한다. 교회 곧 전체 기독교의 개혁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 개혁이 오늘날의 세계 전체를 시야에 품어야 한다. 두 가지가 요건일 것이다. 하나는 교회 개혁의 진정성 곧 순도(純度)와 강도(强度)다. 개혁이 진실하고 절실할수록 중심에서 발생한 핵폭발이 외부로 번질 텐데 그 내용은 성서의 하나님을 만나는 체험이다. 개혁의 모든 진행 과정에서 중심에서는 늘 그 체험이 지속될 테다. 하나님을 만난 사람들의 삶과 인격이 바뀔 테고 그 존재 방식이 다른 이들에게 확산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개혁의 성숙성 곧 이해와 지평(地平)이다. 신앙의 중심은 66권 성경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무엇이 잘못되었고 그래서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를 성서의 증언에 비추어 정확하고 깊게 이해하여 판단해야 한다. 현재의 타락을 넘는 새로운 지평은 그래서만 열린다. 먹고살기 어려운 사람들을 구제해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오늘날의 비인간적인 경제 구조를 직시하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신자유주의 경제 상황을 다뤄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해야 하지만 신앙을 갖는 사람들을 어떤 가치관과 인생관으로 이끌려는 것인가에 성숙한 대답을 주어야 한다.

종교개혁은 결코 천박한 종교성 선동 운동이 아니었다. 인간 삶 전체에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려는 말씀 운동이며 삶의 헌신이었다. 일반 종교성은 성서 없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기독교적 개혁은 하나님의 말씀에서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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