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祝 詩

 

사십오억 년 전 아침 해 오늘도 떴다

김창완

하느님 맨 처음 하늘 문 여시던 날
가쁘신 숨결이 오로라로 나부끼며
겨울잠 깊이 든 반달곰 꿈속으로 들어가
반달이 보름달로 여무는 꿈 꾸느라
눈보라가 황홀한 저녁놀 지우는 걸 보아라

숫눈의 획일화에 세상은 입김까지 하얘도
백두대간 등줄기 흐드러진 눈꽃 속엔
앙상한 사슴뿔에 매달린 마가목 열매 하나
잉걸불로 동해 데워 마그마가 끓는데
그 바다 통째로 들어 올리는 용오름을 보아라

천마 타고 요동 벌 내달리던 사람들이
활 들어 빙하기 붕새의 가슴팍을 쏘았는지
순록 떼 지나간 설원에 황금 깃털 흩날리고
놀란 초식공룡 울음에 원시림이 부러지며
야생화 움싹 깨우는 원뢰(遠雷) 소리 들어라

하늬바람 가르는 붉은 갈기 말발굽이
북소리로 두둥둥둥 벌렁대는 가슴에서
뜨거운 심장 꺼내 아침 해 띄우시는 하느님
새로운 말씀의 빛이 우주 끝까지 메아리치는
사십오억 년 전 그날의 햇귀를 보아라

*햇귀: 해가 처음 솟을 때의 빛 

 

   
▲ 시인 김창완 _197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시집 <인동일기> 외, 시조집 <봄이니까>, 동화집 <소금장수의 재주> 외.오늘의 시인상, 윤동주문학상 수상.조선일보사 기획출판부장, 한국문예진흥원 이사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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