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형은  말씀삶공동체 성락성결교회 목사

‘기독교적인 세계상’이란 표현을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조직이나 교세에서 기독교의 세력이 대세가 되자는 말이 아니다.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사회에서 한 종교가 대놓고 가시적인 조직이나 외형적인 규모를 늘리려 하면 종교 간 갈등이 생긴다. 당연하다. 그러나 가치에 초점을 두고 그 종교의 본질적인 세계상을 추구하는 것은 다르다.

이른바 사이비종교를 가려내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인도적 인륜도덕이다. 기독교의 시각에서 보면 인륜도덕은 양심과 연관된다. 자연 세계와 더불어 하나님께서 당신을 보여주시는 일반계시의 중심적인 몇 항목 중 하나다. 어떤 종교 현상이든 인도주의에 정면으로 맞서면 그건 사이비다.

인도적 인륜도덕에서 단순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방향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다. 이 점은 성경 전체를 꿰뚫고 흐르는 하나님의 기본 명령이기도 하다. 구약성경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비롯하여 고아와 과부 같은 사회적 약자들 그리고 나그네나 힘 없는 다른 민족들에 대한 배려는 아주 명백하다. 이 점은 신약성경에도 분명하게 이어진다. 어느 면에서든지 남보다 약하고 능력 없고 덜 가졌고 힘없는 사람들은 돌보아주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을 억누르거나 착취하는 것은 하나님께 대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점과 연관하여 한국 교회는 스스로에게 진실하게 물어야 한다. ‘지금 이 땅에서 교회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있는가? 진실하게 지속적으로 이 방향의 가치관을 추구하는가? 이런 가치관이 널리 든든하게 자리 잡힌 사회를 희망하는가?’

이른바 보수와 진보의 문제에서 보수가 언제나 경제와 정치와 공권력의 힘을 가진 쪽과 같은 것은 아니다. 논리적 일관성을 가진 가치관이 없으면, 그건 보수가 아니다. 그저 보수란 이름표를 붙인 이익집단일 뿐이다. 노골적으로 집단 이기주의를 내세운다면 시정잡배 같은 패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점은 진보와 연관해서도 마찬가지다.

군주 한 사람이나 소수의 집단이 사회적 권력을 독점하던 시대와는 달리 현대 사회에서는 그 국가의 시민이 법적으로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회적 권력을 독점하는 소수 집단이 있다. 나라에 따라서 차이는 있지만 예컨대 일본의 아베나 미국의 부시 가문처럼 정치적인 귀족 가문이 새로운 형태의 귀족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국적 규모의 대기업 재벌이나 사회적 여론 형성을 장악하고 있는 부패한 언론 카르텔이나 법 집행의 부정적 관행을 지속시키면서 법 권력을 사유화하는 부패 고리도 있다. 이런 권력 집단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연관되면서 각자의 힘을 추구한다.

그러면 물어보자. 교회는 이런 논리에서 자유로운가? 진리의 말씀인 성서의 신앙에 근거하여 오늘날의 세계에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가치관이 분명한가? 기독교적 가치관을 가진 보수도 있고 마찬가지로 그런 진보도 있다. 보수든 진보든 그 집단이 기독교적이라면 인도적 인륜도덕을 북돋우는 데 힘써야 한다. 방법은 다를 수 있고 얼마든지 토론과 논쟁 또는 주도권 경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바라보는 지점은 같아야 한다.

교회가 권력 집단 편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굳어지면 교회에 미래는 없다. 규모상으로 대형인 교회들이 하나같이 기득권을 편든다면 세속적인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 교회는 남미의 가톨릭이나 제정러시아의 정교회 같은 처지로 전락될 수 있다. 사회적 약자들과 거리가 멀어진 교회 말이다. 예수님께서 심하게 꾸짖으셨던 당시의 교권 말이다. 교회가 편드는 권력 집단에 부패가 심하고 더욱이 인도적 인륜도덕에서 엇나간다면 말할 것도 없다.

교회는 이데올로기를 비롯한 모든 사회적 대립 구도를 넘어서는 가치관과 세계상을 가져야 한다. 성서의 진리에 그 길이 있다.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보여주신 구원의 진리는 필연 사회적 삶으로 구체화돼야 한다. 한국 교회가 이런 과정에 더 진실하고 치열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지금 우리 앞에 열린 한 해는 누구도 걸어본 적이 없는 ‘새해’다. 무엇이라도 새로 시작할 수 있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