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돈황 사막지대의 낙타들. 과거 네스토리안들도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건넜을까.

 

개원성세(開元盛世)라…

당나라 전성기가 왔다. 태종과 고종의 치세기간 동안 제국을 반석 위에 올려 놓았으나 측천무후의 난정(亂政)으로 제국의 틈새가 보이기 시작했으나 AD712년 이융기는 예종으로부터 황위를 선양 받아 황위에 오른다. 그가 역사기록으로 현종이다.
황제는 경교에 대하여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할아버지인 당 태종의 친구라 했으며 어떤 때는 스승으로 존경까지 했던 알로펜 총주교에 대한 신뢰가 현 황제에게도 이어지고 있었다.

그는 황위에 오른 초기에 미복(微服) 차림으로 경교 본부를 찾아온 바 있었고 그가 친히 파사사로 호칭해 오던 본부 교회 명을 ‘대진사’로 했고 현판을 직접 써 주기까지 했다.
이후, 당나라 기독교(경교)는 많은 발전을 했다. 그러나 책임자인 영부 주교는 궁성의 종교 담당자들을 만날 때마다 기독교가 특혜를 받고 있다는 점이 부담스러움을 조심스럽게 표하기도 했었다.
오늘 영부 주교는 궁성에 들어가야 했다.

“쿰 주교님. 요즘 장안의 인심이 넉넉하고 활기가 넘치죠.”
“그러게요. 태평성세입니다. 당태종 시대보다 훨씬 화려하고 황제의 덕망에 대해 칭송이 흘러 넘칩니다.”
그랬다. 황제 이융기는 황제에 오르자마자, 실사구시를 중시하는 요승과 어떤 경우에도 원칙을 고수하는 송경을 중용하여 국정을 바르게 이끌었다. 황제는 귀족의 권력을 막고 뇌물을 받지 않으며 직간을 수용하고 쓸데없는 권력을 남용하지 말라는 제상 요승의 건의를 기꺼이 받아들였고 또 송경의 직언을 존경하고 두려할 만큼의 자세로 황권을 행사했다.

더구나 당시 만연해 있던 사치 풍조를 개선하는 뜻으로 황제 스스로 의복과 마차의 화려한 비단을 전부 불살라 버리는 파격을 행사하였고 황후는 물론 비빈들도 값비싼 옷을 입지 말도록 명령했다. 황제를 칭송하는 노래가 흐르고 장안의 도시민들은 행복이 넘쳐흘렀다.
“쿰 주교님, 당국에서 불교에 대해 박해를 너무 오래 하는 것 아닐까요.”
“글쎄요. 우리에게야 나쁠 것이 있나요.”
“그래도 신앙생활에 불편한 일이 있어서 안 되잖겠어요?”

쿰바홀은 대표주교인 영부의 말에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을 해 본다. 무슨 뜻일까? 불교에 대한 황제의 태도에 대해서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로서는 당혹스러운 대표주교의 반응이었다. 그가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영부가 말을 이어 주었다.
“주교님, 총 주교님의 정신을 우리는 이어가야 합니다. 그분은 지금 우리 곁에 살아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그 어른의 가르침에 늘 충실해야 합니다. 주 예수께 하듯이 말입니다.”
“그건 다르지 않을까요? 어찌 총 주교님을 예수님과 비교한단 말입니까?”

쿰 주교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의 자세가 옳다고 자부했다.
“네,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러나 우리는 알로펜 총 주교님을 주 예수 받들 듯이 하지 못할 경우 예수님을 소홀히 하는 것과 같습니다. 너희를 영접하는 자 곧 나를 영접하는 것이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하신 그 배경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지금 세상에서 활동하는 많은 주교나 사제들을 제도의 요구를 따라서 모두 예수님처럼 대하기는 쉽지 않겠죠. 그러나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알로펜 총 주교님은 백년 한 평생을 크게 허물 없이 살아오셨습니다. 당나라 선대 황제인 태종 대왕이 우리의 총 주교님을 스승으로 모셨고 무엇이든지 원하는 것을 주겠다 하셨어요. 할 수 있다면 그의 제국을 절반씩 나누고 싶다고도 했던 일화가 전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총 주교님은 황제와 가깝다는 이유로 기독교가 타종교보다 혜택을 더 받아서는 안 된다고 하셨죠.”

“네, 그러니까 지금 불교가 받는 대접을 즐거워하지 말자는 것이 주교님의 뜻이군요.”
“네, 나 영부는 분명히 그렇습니다. 지금 불교가 당국으로부터 너무 심한 박해를 받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궁성 모임에 가면 이의 부당함을 건의하렵니다.”
“주교님, 그래도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있을까요? 그냥 침묵하고 계시는 것이….”
“아닙니다. 쿰 주교님. 지난 번 군주인 측천의 때에 그가 불교를 장려하기가 지나칠 정도였고, 측천의 통치기간에 우리 교단이 당한 피해를 잘 아시지 않습니까. 교단 교회들 20개 처 이상이 몰수되어 불교 사원으로 바뀌었고 아직도 되찾지 못한 교회당도 있습니다. 권력이란 그들 입맛대로 오늘은 불교를 확대하고 내일은 또 어는 종교를 짓밟다가 어느 날 다시 우리 기독교를 괴롭히는 권력자가 등장할지 우리는 다 알 수 없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황제의 권력을 사단의 세력으로 봐야겠군요.”
“아, 아닙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성경 로마서를 보세요.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께로 나지 않음이 없나니라고 하셨어요. 권력은 하나님께서 세우신 것입니다.”
“그들이 하나님을 믿지 않아도 말입니까?”
“아닙니다. 하나님이 세우셨다 하지 않던가요?”
“하나님이 하나님을 불신하는 이방인 황제나 군주들을 세우셨다고 해서 그들의 불법에 무조건 복종하다니요.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쿰 주교님, 왜 그리 성급하세요. 하나님이 권력자를 세우셨다는 말을 못 믿으시나요. 속지 마세요. 하나님께 굴복하지 않는 권력자도 그들을 권력자로 세우신 이가 하나님이라는 믿음을 우리 신자들이 놓치면 안 됩니다. 로마서의 그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세요. 이 세상의 권세자 어느 누가 영원히 하나님을 거역하던가요? 그들의 권세는 하나님의 눈초리를 피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한동안 하나님의 권세를 위임받은 것입니다. 부당하고 불법을 오래 저지르면 그들의 권세를 하나님이 빼앗아 버리십니다. 그걸 믿으시면 하나님을 믿듯이 권세자들의 권위도 믿으세요. 권세자들도 어느 날, 곧 믿는 성도들의 빈틈없는 법 정신 앞에 머리를 숙이는 날이 옵니다.”
“네, 알겠습니다. 대표 주교님의 크신 생각을 미처 몰라 뵈었습니다. 이 늙은이를 용서하세요.”

영부는 궁성으로 향했다. 그는 예복을 입지 않았다. 자줏빛 복색의 사제복에 붉은 띠와 흰 칼라가 조화를 이룬 주교복을 입지 않았다. 선황제 시절에는 갖추어 입었던 것이지만 그는 피했다.
요즘 궁성 안에는 황제나 황후는 물론 비빈들도 화려한 옷을 피하는 때임을 생각해서 검은 두루마기형 간부 사제복에 주교를 상징하는 하얀색 목도리를 보일 듯 말 듯 목덜미 속에 감춘 모습이었다.
여러 종교의 승려들이 모였다. 도교와 불교, 마니교, 조로아스터교, 힌두교 등인데 요즘 불교 승려들은 보이지 않았다. 법적인 모임이 아니고 당나라 궁정의 일종의 종교청에서 여론을 파악하거나 각 종교들의 불편을 살피려는 간담회였다.

종교 담당관 하선봉이 등장했다. 각 종교의 대표들이 자리를 고쳐 앉으며 목례를 올리자, 하선봉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수염을 쓸어내린다. 모인 종교인들도 함께 가볍게 웃으며 잠시 참정관을 따라서 황제궁 쪽을 향하여 모두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조아렸다.
조로아스터 사제장관이 몸을 일으켜서 황제를 칭송했다.
“황상 폐하의 높은 도덕력과 법력은 널리 온 세상을 뒤덮고 남음이 있으리이다. 특히 도교가 국교이면서도 저희들 여러 종교들을 하나같이 대해 주시고 편의를 보아 주셨으니 만세 만세 만만세를 부릅니다!”
각 종교 관계자들이 엉겁결에 두 손을 높이 치켜들어 만세를 부르고, 뒷자리에 방청객들처럼 모여서 종교회의를 지켜보는 각국의 유학생들도 일부는 따라와 만세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기독교 대표인 영부 주교가 일어나서 앞으로 나갔다.

“제가 오늘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중요한 말씀 하나 올리려고 앞으로 나왔습니다. 여러분, 양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암요, 암요. 좋습니다,를 하거나 웃으면서 다수는 박수를 친다.
“감사합니다. 저의 이 건의는 황상 폐하께 드리는 은혜 입은 신민이면서 기독교 대표로써 드리는 조심스러운 청원이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영부가 말하자 갑자기 분위기가 무거워지고 모두가 숨소리도 감추는 듯 했다.

“다름이 아니오라 지금 우리들의 형제 종교인 불교가 황상 폐하의 엄명에 의하여 사실상 포교가 중지되고 사찰들이 폐쇄되기도 함은 물론 불교의 상징인 불상을 제작하는 일이나 경전 제작마저 중단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불교가 그동안 위로는 황상 폐하의 뜻이나 마땅히 종교가 지녀야 할 만백성의 섬기는 종으로서의 자세를 잊은 듯해서 하늘 뜻을 대표하는 폐하의 진노를 사고 있으나 이제는 불교 당사자들도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있을 터이니 오늘 모인 우리들 각 종교 대표들이 한 가지로 불교에게 내리신 폐하의 징벌을 사해 주십사 하는 탄원서를 올리기를 제안하는 바입니다.”
모인 종교계 대표들은 입이 떡 벌어지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몸을 떨기도 하고, 무엄한 일이라 하여 영부 주교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방청객 유학승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영부 주교를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침묵을 깨고 마니교 대표가 몸을 일으켰다.

“듣기에 따라서는 현명한 태도이기도 하고 과연 기독교 지도자다운 선택인 줄 알고 저는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만 자칫 황제폐하의 노여움이 기독교 주교에게 내릴까 두렵군요.”

조효근 / 작가

 

  • 알로펜의 당나라 기독교(景敎)의 대강 줄거리

※ 지난 수년 동안 중앙아시아와 중국(당나라) 선교를 주도해온 네스토리우스파 알로펜(페르시아 출신) 주교와 그의 제자들의 선교인생을 소설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알로펜 선교단이 중앙아시아와 중국대륙 선교를 시작한 연대는 로마 기독교가 영국 선교를 시작한 연대보다 앞서 있음을 역사(교회사) 공부 기초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인도와 아라비아 선교마저도 유럽교회가 유럽의 중심인 영국선교보다 먼저 시작했으니 하나님의 아시아를 무척 사랑하신 뜻으로 압니다.

※그러나 오늘을 기준하여 아시아는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선교지형이 훨씬 작고 그 역량이나 영향력 또한 상대적으로 빈약합니다. 하지만 21세기 이후는 아시아가 유럽의 선교 파트너가 되고, 또 함께 어깨를 겨눌 수 있게 됩니다. 그날을 위하여 우리들 아시아 교회의 리더가 되어야 할 대한민국 교회가 더 많은 기도를 해야 합니다.

<연재지면>이 송구합니다.
마땅히 꼭 필요한 지면 사용이기는 하지만 <당나라 기독교(景敎)>를 연재하면서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음은 이 소설 집필 당사자가 신문사 발행인이기 때문입니다.

어찌 생각하면 신문을 사유물처럼 사용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가끔씩 망설여지기도 하고…. 마음이 내키지 않을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꼭 알고 넘어가야 할 네스토리우스파가 이단이 아님을 마르틴 루터가, 또 16세기 이후 개혁자들이 검증했고 지금도 그들의 네스토리우스파 기독론이나 그밖에 교리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음을 알리는 뜻도 있습니다.

저들이 지난날, AD 610년 더구나 AD 635(당태종 정관 9년)에 당나라 입성 이후의 선교한 과정을 우리들이 알아야 한다고 보는 충정 때문에 작품을 연재하고 있음을 깊이 헤하려 주시는 독자들이 많아지고 소설 애독자들 또한 더 많아졌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조효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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