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샬렘영성훈련원 디렉터 김오성 목사

자신의 껍데기와 가짜 직시하자

일방적 기도만 하지 말고 ‘주님의 말씀’에, 음성에 귀 기울이자

애인과 연애할 때의 마음처럼 하나님과 깊게 사귐을 갖자

# 사순절에 ‘자신만의 골방, 광야 찾자’
2월 10일 사순절이 시작됐다. 부활주일 이전 40일(주일 제외) 동안 주님을 더 깊이 만날 수 있는 절기가 되도록 교단과 단체들은 묵상집이나 새벽예배, 훈련 등을 통해 안내하고 있다.

한국샬렘영성훈련원(공동대표 박경조 성공회 주교, 조경열 감리교 목사)도 <도심 속 광야, 40일의 순례>라는 사순절 묵상집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이 더 풍성한 사순절을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묵상집은 “우리는 이 기간 동안 주님을 따라 광야로 나아갑니다. 광야에서 우리는 홀로 하나님 앞에 서게 되고, 정직하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도록 안내한다.

“분주한 생각과 일에 파묻혀 살아가는 일상의 삶 속에서 미처 몰랐던 자신의 껍데기와 가짜를 아프게 직시해야 할 때가 바로 이 때”라며 소란스러운 도시 한 가운데서 자신만의 골방과 광야를 찾을 것을 요청한다.

이 묵상집은 “그곳에서 자신의 욕망에 시달리는 우리 자신을 넘어선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시는 부활의 주님을 만나야 한다”, 그래서 “복된 사순절과 부활절이 되기를” 요청한다.

묵상집 외에 이 훈련원에서는 자신의 지금 현재 자리에 하나님이 함께 하심에 전인격적으로 응답할 수 있는 ‘영적 훈련’을 심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기도는 일방적으로 내가 하나님께 독백처럼 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나에게 하시는 말씀을 듣는 것까지다.”

한국샬렘영성훈련원 디렉터 중 한 사람인 김오성 목사(감리교, 52)는 우리가 하나님을 향해 드리는 ‘기도’가 이렇게 수정되면 분명 더 풍성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쉽게 말하면 기도는 하나님과 기도자 간의 ‘대화’인데, 오늘날 신자들이 드리는 기도를 보면 침묵 속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기도’가 빠져있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다.

많은 문제가 있을 때의 기도는 하나님께 일방적으로 ‘쏟아내면서’ 할 때도 있지만, 그 격정적인 사태가 가라앉은 평상시에도 내가 원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듯한 기도는 수정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기도 하고 있나
“하나님께 아뢰었던 것, 그것을 들여다보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을 구한 것인지, 아니면 내 마음 속의 욕망대로 구하는 것인지….”
기복적인 기도에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기도로 바뀌는 것이 바로 ‘영성’있는 기도라고 김 목사는 강조한다.

하나님이 ‘말씀하심’을 듣는 침묵의 시간을 통해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듣게 되면 그 상황 가운데서 내가 행하게 되는 것이 영성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신자들이 하나님과의 관계가 제대로 형성되는 것이 중요한데, 왜 안 되는 것일까.

“하나님에 대한 이미지가 ‘무서운 하나님’, ‘말 안 들으면 벌 받고 지옥 보내는 하나님’으로 잘못 인식되었기 때문”이라고 김 목사는 진단하면서 “하나님을 사랑의 대상으로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나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듣게 된다면, 그 상황 가운데서 행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고, 그것이 ’영성있는 삶‘이 될 것이라고 소개한다.

문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자 해도 들리지 않을 때,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기를 깊이 성찰하다보면 내 영혼 깊이 자리하고 있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나의 기도가 내 욕망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하나님의 응답인지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깨달음이 진짜 있으면 평화와 사랑의 마음이 생길 것이라고. 그렇게 살다보면 소망과 사랑이 생길 것이라고 김 목사는 말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유를 찾기 위해 자신을 잘 들여다볼 것을 제안했다.

# 영적 수련, 함께 하면 더 풍성해진다
성령의 음성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 어떻게 하면 성령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인가를 도와주는 것이 한국샬렘영성훈련원에서 진행하는 훈련들이다.

2008년 미국샬렘영성훈련원 주최로 한국에서 진행한 영성훈련 이후 독자적으로 한국에서 진행되기 시작했다. 김오성 목사도 이때 시작된 초창기 멤버다.

다양한 기도 전통을 배우고 익히면서 하나님과 깊은 사귐으로 들어가기를 수련하는 ‘침묵기도학교’가 기초과정이라면, 지속적인 영성수련을 통해 주님과 더 깊은 관계를 맺으며, 매일의 생활을 관상적 삶으로, 영적 동반과 지지를 받으며 살아가기를 훈련하는 ‘영성심화 프로그램’이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교회현장에서 영성목회를 실천하고자 하는 목회자 양성 프로그램인 ‘영성목회 프로그램’에서는 목회자들이 모여서 기도하며, 사례 나눔과 주제 연구 및 워크숍 피정 등을 통해 목회에 대한 성찰과 비전을 추구한다.

이외에도 매월 정기적으로 모여 기도하고, 삶을 나누며, 관상적 전통에 대해 공부하는 ‘월례 모임’은 열린 모임으로 누구나 참석이 가능하다.

이곳의 훈련에 참여한 사람들은 3~400명 정도가 된다. 절반 정도가 목회자들인데, 이들 중에는 여기서 배운 것을 교회 소그룹 모임에 적용하기도 한다. 목회자가 먼저 하나님과의 관계가 잘 되어 있고, 거기서 기쁨에 충만함이 목회 현장에서도 흘러넘치도록 하는 것이다.

김오성 목사는 개인 기도모임과 함께 그룹 모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영적인 경험을 서로 나누기도 하고, 영적인 문제에 부딪힌 문제들을 풀어놓는 것, 함께 하는 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조언을 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질문을 통해 스스로가 답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때 모든 구성원들이 하나님께 초점을 맞추어 하나님이 이끌어 가심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일상 가운데서도, 개인기도 시간에도 그것이 자연스럽게 묻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김오성 목사는 침묵기도학교, 그룹영성지도학교를 담당하고 있다. 자신이 지도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지도 받기도 한다.

그러면서 제일 많이 느끼는 것은 ‘사람, 참 많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조금씩 조금씩 하나님의 사람으로 변화되어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그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 씨름하지 않으면 휘둘린다
각자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 그것을 주님께 내어놓고 씨름해야 한다고 김 목사는 말한다. 씨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면 자기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 문제들에 도리어 휘둘리게 된다.

그렇다면 씨름할 수 있는 힘, 그것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지만 들리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애매모호함을 참기, 어둔 밤이 계속 될 때 하나님의 인도하시는 신뢰를 갖고 그 밤길을 걸을 수도, 견딜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빛의 천사 모습으로 드러나는 악마를 조심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포장한 악마의 요구를 분별하라는 것이지요. 이것은 예수님을 향해 사탄이 돌로 떡을 만들라는 등의 ‘시험’에서도 알 수 있는 것이지요.”

김오성 목사는 말한다.
“사랑하는 애인과 연애하는 마음, 그 마음이면 족합니다. 그렇게 하나님과 깊게 사귀어나간다면 그 사람의 영은 더 강해지고 깊어질 것입니다. 애인과는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처럼 그 기쁨을 모든 이들이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사순절.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자 귀를 기울이는 침묵의 시간, 자기 마음속을 들여다보며 풍성한 영성의 여정을 통해 부활의 주님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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