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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기독교(景敎)_ 下 35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행 171
조효근 작가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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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0호] 승인 2016.03.03  16: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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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돈황의 한 마을로 가는 버스, 여기도 만원이다.

군마 한 필에 몸을 실은 장수가 대진사 주교청 앞에 나타났다. 깜짝 놀란 다위드가 따르는 젊은 사제들과 함께 앞마당으로 뛰어나왔다.

“영부 주교는 어디 계시오. 황제가 부르는데 무얼 하는 거요.”

장수가 눈을 부라린다. 겁에 질린 사제들이 영부 주교관으로 달려갔다.
“큰일 났습니다. 황제가 노여워하시나 봅니다.”

영부 주교의 안색이 창백해진다. 나이가 들어서도 힘차고 늠름했던 영부는 근래에는 노쇠한 모습을 보였다.

영부 주교가 나타나자 장수는 영부에게 자기 뒤에 오르라면서 말 안장 위로 영부를 부른다.

“아닙니다. 앞서서 길을 잡으시오. 우리 말로 뒤를 따르겠소이다.”
영부는 급히 말을 준비하도록 명했다. 어느새 영부는 투르크인의 강인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황제에게 큰 위험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영부는 장수가 이끄는 데로 달렸다. 장안의 분위기는 평소와 별반 다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좀 더 달려 시내를 벗어나니 상황은 살벌했다. 황제의 어가는 반군에게 쫒기는 형세였다. 가까스로 반군 세력이 진 친 곳을 피해 샛길로 달려서 장수와 영부 주교는 황제를 따라 잡았다. 당나라 황제의 어가 치고는 매우 초라했다. 어가뿐 아니라 황제의 모습 또한 바로 바라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그러나 영부와 눈이 마주치자 황제는 기뻐하는 표정을 지으며 손짓했다.

“오호, 주교님! 어서 오시오. 짐이 이런 꼴을 보여 미안하오.”
“아닙니다. 황제 폐하! 심기를 돈독히 하시고 어서 속히 반란을 진압하소서.”

“그러게요. 그러나 아무래도 내 시대는 다 기울었다 싶으오.”
“폐하, 어찌 그리 심약하신 말씀을 하십니까. 제가 섬기는 하나님께 폐하의 옥좌 안녕을 위하여 기도 드리겠나이다. 안심하소서.”

도망가는 황제의 진용은 초라했다. 양국충이 진두지휘하는 군사들이 있으나 그 군사들에게서 별반 긴장한다거나 황제를 걱정하는 표정을 볼 수가 없었다. 그저 의례적인 동작들이었다. 양귀비의 가마가 황제의 어가를 뒤따르고 있었으나 영부는 황제 곁에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황제는 급히 도망치는 중이라 황제의 체통도 서지 않은 행차요, 심지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었다. 당나라 황제가 먹을 것이 없었다. 양국충이 거리로 나섰다. 길거리 떡장수에게서 떡을 샀다.

금과 은그릇에 진수성찬을 차려 놓고도 시큰둥 할 때가 많았는데 황제나 황실 가족들은 체면 가리지 않고 덤벼들었다

영부는 이 모습을 차마 더는 바라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가 도울 수 있는 어떤 것도 없었다. 양국충이 누구인가. 안녹산과 자웅을 겨루던 권력자요 재상의 신분이며, 황제가 총애하는 양귀비의 오라버니인데 그가 황제의 시장 요기를 위해서 먹을 것을 얻으러 다니는 처절한 시간이니 말이다.

영부 주교는 황제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했으나 황제가 눈을 감고 잠들어 있었다. 그는 대신들 곁으로 가서 권력 무상을 느끼고 있었다. 40여 년 전 황제가 팔팔한 젊은 청년으로 미행차 대진사를 방문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는 조부인 태종이 알로펜에게 했듯이 자기도 영부 주교의 선교활동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약속해 준 이후 그 약속을 저버린 일이 없었다. 황제의 배려로 낙양은 물론 주변의 도시들, 심지어 당 제국의 동해안 산동, 강회, 항주 일대의 해상무역 도시에도 선교단을 파송하여 해상으로 연결되는 남중국 해안까지 선교망을 확대할 수 있었다. 시와 노래, 즉 풍류에 능하여 이태백 같은 시선을 친구 삼았음은 물론이고, 선왕의 때에는 국방과 사회 안정에 중심을 두었다면 현 황제는 당나라 문화를 세계에 자랑하는 전성기를 이루고 있었다.

그때, 황제의 처소 주변이 웅성거렸다. 영부는 가까이로 갔다. 키가 훤칠하고 수염이 좌우로 죽죽 뻗은 노인이 황제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황제시여, 안녹산이 반란을 도모한 지가 오래 되었습니다. 그러나 황제의 신하들 중 그 누구도 황제에게 이 같은 사실을 말하지 않았어요. 왜 그렇습니까.”

황제는 말 없이 노인의 말을 듣고 있었다.
“태종 대왕의 때를 아십니까? 태종께서는 직간하는 대신들을 가까이 두기를 즐겼지요. 때로는 견디기 어려운 간언을 들어 견디시면서 그런 충신들을 재상으로 삼았어요. 그러나 황제의 주변에는 감히 직언 같은 것은 꺼리고 아부하고 폐하를 즐겁게 하는 데만 모두들 신경썼어요. 그러다보니 폐하는 궁궐 밖의 일에는 캄캄이었어요. 초야에 뭍혀사는 신은 폐하를 배알하려 해도 삼엄한 궁궐 가까이 갈 수가 없었지요. 만약 안녹산이 반란을 일으키지 않고 오늘 이지경이 아니었다면 저 같은 늙은이가 어떻게 폐하 앞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었겠나이까.”

“그렇소. 이 모두가 짐의 불찰이었소. 그러나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이튿날, 황제 일행은 마의 지역에 도착했다. 친위군이 지키고 있으며 반란군이 당장은 더 이상 추격해 오지 않을 만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황제와 황궁 일행을 호위하는 금군들은 굶주림과 피
로에 불만이 쌓여 금방이라도 무슨 짓을 할 태세였다. 그런데 그들은 양국충을 주목했다. 황제의 처지를 생각할 때 그들 앞에서 지금도 거들먹거리는 양국충을 죽이고 싶었다. 그들은 그 기회를 찾고 있었다.

마침 기회가 왔다. 토번 사절로 온 20여명의 사신들이 양국충에게 먹을 것이 없으니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바로 그때 군사들이 외쳤다.
“양국충이 오랑캐들과 내통하여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

이 말을 들은 양국충이 놀라는 사이 어느 궁수가 쏜 화살이 양국충의 말안장에 박혔다. 급히 몸을 피하려는데 군사들이 달려들어 그를 난도질 했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은 군사들이 양국충의 목을 서문 밖에 내걸었다. 안녹산 반란의 주역인 양국충을 죽인 군사들이 황제 앞으로 달려갔다.

“황상 폐하! 양국충이 반란을 도모하였나이다. 저희가 위급을 느껴서 양국충을 먼저 제거하였나이다.”

군사들은 양국충 일가를 모두 죽인 후에야 황제께 보고했다. 그러나 황제 앞에 나선 군사들이 겁이 없었다. 그들의 모습에서 살기가 돌았다. 황제 자신도 위험을 느꼈다.

“양국충이 죽었으면 됐다. 그만 물러가거라.”
“아닙니다. 폐하! 반란의 수괴가 궁 안에 있나이다.”

밖에서는 군사들의 함성이 지축을 흔들었다. 그때 금군 사령관 진현례 장군이 황제 앞으로 달려왔다. 그는 엎드려 예를 표한 후 황제께 아뢴다.

“폐하! 병사들은 귀비 마마를 살려두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뭐라고, 귀비는 죄가 없다. 그는 국정에 관여한 일이 없지 않으냐.”
황제는 급했다. 양귀비를 살려야 했다.

“폐하, 그러나 양국충이 재상이 되고 그로 말미암아 안녹산이 반란을 일으킬 빌미를 삼았나이다. 양국충이 재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귀비 마마가 있기 때문이었고, 또 양국충이 반란죄로 처형된 마당에 양 씨의 뿌리를 뽑지 않고는 군사들을 설득시킬 수 없나이다.”
“그럼, 어찌하자는 것이냐?”

잠시 금군 사령관은 숨을 고른 후에 말을 이었다.
“귀비 마마를 희생시켜야 합니다.”
“그건 안된다!”

황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럼 병사들이 몰려 올 것입니다.”
“반역을 하려고 결심했느냐?”

“폐하, 국충이 모반했는데 귀비가 어떻게 폐하를 모십니까. 아니 될 일이옵니다. 폐하께서 용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금군들의 함성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거세지고 금군 사령관은 황제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더 이상 구걸할 수 없음을 황제는 직감했다.

“내가 해결하겠노라.”
다른 장수가 황제 앞으로 뛰어 들어와서 급한 소리를 했다.
“지금 군사들이 이곳으로 뛰어들 기세입니다.”

황제가 있는 힘을 다해 반박했다.
“황궁에만 있었던 귀비가 어떻게 국충의 반란을 알았겠느냐?”

그때, 황제의 곁으로 다가선 늙은 환관이 울면서 말했다.
“폐하! 귀비는 정말 죄가 없나이다. 그러나 밖에 있는 군사들이 양국충을 죽였으니 귀비가 폐하 곁에 있음을 볼 수 없을 것입니다. 보복이 두려워서 편할 날이 있겠나이까. 지금은 군사들이 안정을 찾아야 망극하오나 폐하의 안전이 보장되나이다.”

금군 사령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으로서는 군사들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길 밖에 없나이다. 아닐 경우는….”

금군 사령관의 말을 환관이 이었다.
“폐하는 당나라 사직을 지켜야 합니다. 폐하가 당나라 운명임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정말이냐? 정말 귀비를….”
황제의 얼굴은 백짓장처럼 하얘졌다. 이어서 몸을 떨며 눈물을 쏟아냈다. 일은 끝났다. 멀찍이 지켜 섰던 젊고 건장한 환관이 양귀비의 처소로 갔다.

“마마, 폐하의 명이십니다. 저와 함께 불당으로 가서 향을 올리십시다.”

전후 사정을 다 아는 양귀비는 공포에 질려 있기는 했으나 담담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했다. 양소, 곧 양귀비의 사촌 오빠는 재상감이 아니라고 귀비는 알고 있었고 그래서 황제에게 양국충의 재상 임명을 한사코 반대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가 끝이다.

양귀비가 죽었다. 금군 사령관과 금군들은 그녀의 시신까지 확인했다. 영부 주교는 대진사 행을 포기했고 황제 곁에 계속 남아있기로 결심했다.

조효근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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