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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간 기지촌 여성들의 삶 함께 한 ‘두레방’
정찬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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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2008.02.18  10: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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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빛, 기지촌의 어둠도 걷어내길…”

 어둠을 몰아내고 영원한 빛으로 오신 주님과 함께 부활의 기쁨을 맞이하기 위한 사순절 기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부활의 기쁨에 참여하지 못하고 어둠을 숙명처럼 짊어지고 살아가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많다. 그 중에 맨몸으로 거친 삶에 맞서야 했던 기지촌 여성들이 있다.
기지촌 여성들을 오랜 세월 덮고 있던 어둠을 걷어내기 위해 그들과 경기도 의정부시 고산동 116번지에서 함께 호흡하며 사역해 온 ‘두레방(My sister's place)’(원장 유영님)을 찾았다.
두레방은 1986년 3월 17일 “자신들의 억압된 삶을 해방하여 하나님이 본래 주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취지로 기지촌 여성선교를 위해 기장 여신도회 전국연합회 특수선교센터로 문을 열고 의정부, 경기북부지역, 파주, 동두천 등의 기지촌 여성을 돌봐왔다. 단순히 돕는 차원을 넘어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함께 고민하고, 함께 울고, 고통 앞에 혼자 절절매지 않도록 손을 마주 잡아주는 따뜻한 이웃으로 살아온 세월이 21년이 되었다.
‘두레’는 예부터 서로서로 힘을 모아 힘들고 어려운 일을 거뜬히 해내는 우리나라 전통문화인데 기지촌 여성들을 대하는 두레방 사람들의 사역은 바로 남의 어려움을 내 것으로 여기며 다가서는 선한 마음에서 기인한다.
“우리나라 기지촌 대부분은 일제시대 일본군이 주둔하던 곳이 분단 이후 미군이 주둔하게 되면서 지속 돼온 경우이기에 오랜 기간 이어져왔습니다. 유일한 분단국으로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아픔이지만 이곳은 사회로부터 동떨어진 공간으로 인권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두레방 박수미 상담실장은 자발적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닌 전쟁과 가난 등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이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기지촌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두레방 사역은 몇 년 사이 크게 변했다. 기지촌의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한국인 여성들이 성매매 현장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해 자신의 몸과 삶을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자신의 판단에 의해 바꿔갈 수 있도록 기술 교육, 심리^정서 안정을 위한 상담, 의료적 지원 등을 해 왔지만 이제는 이러한 사역들을 하지 않는다. 한국인 여성들의 자리를 제3세계 여성들이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3D직종, 즉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Difficult, Dirty, Dangerous) 일은 비용부담이 적은 제3세계 국가의 인력을 수입해 활용하고 있는 현실이 기지촌에서도 그대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성매매에 처한 여성들의 비참한 삶의 현실은 여전하지만 여기에 이주여성들의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주 여성들은 보다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꿈을 갖고 이주를 결심하고 기지촌을 찾지만 결국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출입국을 관장하는 기획사와 클럽 업주들에게 이중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기지촌에서 일하는 이주여성들은 대부분 정부에서 허가하는 E-6 비자(연예인 비자)를 받아 가수나 댄서 자격으로 합법적으로 입국하지만 결국 성산업에 유입되고 이를 거부하고 사업장을 이탈하게 되면 불법체류자로 숨어 지내야 한다. 본국에서 막막한 생계를 이어가야 할 가족들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기에 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다. 또 미군과의 관계에서 아이를 낳거나 결혼했다가 이혼당하는 경우의 해결도 더욱 어려운 현실. 두레방은 이주여성들의 편에서 대변인이 되어주고 있다.
또 두레방의 중요한 사역의 하나는 홀로 살아가는 고령의 한국인 여성들을 돌보는 일이다.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로 정부로부터 생계비 지원을 받고 있지만 보증금 없는 월세 쪽방에서 살면서 방세를 지불하고 나면 빠듯한 생활을 해야 한다. 전쟁과 분단을 겪어내는 동안 가난으로 인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길. 자신의 과거를 “가난한 죄”라고 여기며 노후의 외로움 역시 자기들이 져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고 체념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박 실장은 “기지촌 여성들의 삶을 함께하며 돕겠다고 나섰지만 정부의 정책적인 기반의 부재와 재정적 어려움으로 두레방이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도 적다”며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다.
2011년 의정부 미군기지 반환을 앞두고 이 지역은 개발을 준비하며 들떠있지만 고령의 기지촌 여성들은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전쟁과 분단의 역사적 상황에서 가난으로 인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을 선택해야 했던 한국인 기지촌 여성들,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이주 여성들, 여전히 성매매가 이뤄지고 현실을 묵인하는 정부… 어둠으로 남아있는 이 곳을 우리는 어떠한 시선으로 봐야 할까.
박 실장은 “기지촌 여성에 대해 단순히 돕는 마음이 아닌 한국사회가 가진 전쟁과 분단, 가난의 상황 속에서 형성될 수밖에 없었던 기지촌의 복잡하고 아픈 현실을 이해하며 바라봐야 한다”면서 “국가적인 문제로 탓을 돌리지만 국가는 개별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 개개인이 모여 국가를 형성하는 것”이라며 이들의 아픔을 관심에서 몰아냈던 우리의 잘못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모두가 기쁨으로 맞이해야 할 부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031-841-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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