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형은 목사말씀삶공동체 성락성결교회 담임

4월 13일에 있는 국회의원 총선거 얘기다. 먼저 기독교 신앙의 기본 시각을 살피고 이어서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자. 하나님이 당신의 뜻을 드러내어 보이시는 것을 성경에서 ‘계시’(啓示)라 한다. 기독교 신학에서 계시는 가장 핵심적인 몇 가지 주제 중 하나다. 계시에는 특별계시와 일반계시가 있다. 특별계시는 말 그대로 하나님이 특별하게 자신의 뜻을 보이시는 것이다. 삼위일체 안에서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사람 몸을 입고 세상에 오신 사건이 그것이다. 하나님이 직접 오신 것이나 마찬가지니 아주 특별한 계시다. 특별계시의 심장은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인데 이를 담고 있는 것이 66권 성서다.

특별계시는 주로 그리고 먼저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다. 그리스도인은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다. 이 가르침을 삶의 중심 가치관으로 받아들이며 그렇게 살려고 애쓴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는 시공간이 교회 공동체다. 교회가 특별계시를 놓치면 더 이상 교회가 아니다. 교회 활동의 중심이 예배인데 하나님은 예배를 통해서 당신의 뜻을 가장 명백하게 보여주시며 더 나아가서 성경 말씀을 통해 당신의 임재와 현존을 체험하게 하신다.

일반계시는 특별계시와 구별되며 한 쌍을 이룬다. 글자 그대로 일반적으로 누구에게나 보여주시는 하나님의 계시다. 가장 대표적인 것 두 가지가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만물과 사람의 양심이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오묘한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자연을 보면 창조주의 섭리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짐승이나 다른 존재들과는 달리 사람에게는 도덕성이 있는데 이것이 양심의 기능이다. 사람됨의 조건이 인륜도덕이라는 것은 정통 기독교의 오랜 가르침이다.

특별계시만이 아니라 일반계시도 하나님의 선물이다. 하나님은 그리스도인과 교회에게만 주인이 아니고 교회 밖의 사회와 세계 전체의 주권자시다. 하나님은 두 가지 방법으로 세상을 섭리하신다. 특별계시와 일반계시다. 교회와 국가는 하나님이 피조세계를 다스리시는 두 가지 막대기다.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논의 주제가 교회와 국가 또는 신앙과 정치다. 옛날 왕조 시대에 쓰던 말로는 ‘제단과 왕좌’다. 정통 기독교의 입장은 분명하다. 하나님은 한편으로 믿음의 공동체인 교회를 통하여 다른 한편으로 믿음과 상관없이 일반적인 세속 정부를 통해서 세상을 섭리하신다.

무릇 어떤 공동체든 나름의 법이 있다. 법이 없는 상태를 무법천지라 한다. ‘아노미 현상’이 질서와 법이 망가진 상태를 가리키는 말인데 ‘아노미’는 헬라어에서 어떤 단어의 뜻을 부정하는 ‘아’가 붙어서 법(노모스)이 실종된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하나님의 다스림에도 법이 있다. 교회에는 성서의 말씀과 그에 근거한 교회의 제도적 질서다. 사회에는 양심의 인륜도덕과 그에 근거한 국가의 헌법이나 각종 법률이다.

자 이제 현실적인 문제다. 기독교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길은 무엇인가? 예배에서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와 현존을 체험하고, 예배 후의 사회생활에서 받은 은혜에 따라 선한 양심으로 사는 것이다. 예배를 얼마나 잘 드렸는지는 사회생활을 보면 안다. 그리스도인은 여러 직종과 직장에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간다.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주기도문의 내용에서 땅은 구체적인 사회생활의 현장이다. 그리스도인마다 직업에서 주님의 제자답게 살아야 한다. 공직자, 교육자, 법조인, 사업가, 전업주부, 스포츠인, 연예인, 예술가, 정치인 등 사회 속의 각 분야에서 기독교 가치관을 넓혀야 한다. 성경 말씀과 인륜도덕 말이다.

이번 총선거에서 명시적으로 기독교의 이름을 달고 나온 정당들이 있다. 기독교 전통과 건강한 신학의 논리로 보면 바람직하지 않다. 몇 가지 점에서 그렇다. 그 정당들이 한국 기독교 전체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다종교 사회인 우리 사회에서 다른 종교와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 기독교를 사회 집단의 하나로 보고 그 집단의 이익을 옹호한다는 점 등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보수든 진보든 여러 정당에 훌륭한 그리스도인이 많이 진출하도록 하는 게 좋다. 성서의 말씀은 보수나 진보 어느 한쪽만을 지지하지 않는다. 보수와 진보, 여당과 야당이 견제와 균형으로써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발전시켜 가는 것이 성경과 신학의 바른 관점이다. 하나만 얘기하고 글을 맺자. 투표하는 것이 신앙인으로서 마땅하다. 오늘날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는 예배의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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