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의 자유’, 크리스천은 신앙으로 말미암아 자유하며 동시에 자신만을
위한 삶을 넘어 인류를 위해 사는 존재인 것 밝혀

 

   
▲ 지형은 목사

“종교개혁 당시 루터가 목숨 걸고 외친 ‘오직 믿음으로’는 행위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행위에 대한 잘못된 견해를 부인하는 것이었다. 믿음으로 그리스도인이 되며 믿음만이 하나님께 죄 용서와 은혜를 받는 통로라는 깨달음은 죄에 대한 깊은 고뇌로부터 왔고, 그것은 행위를 강요하며 유지되던 거대한 교회 구조를 허무는 도전이었다.”

성락성결교회 인문학 독서 모임 ‘16, 17세기로 오늘을 읽다’ 두 번째 시간, 참석자들은 세상과 교회의 절대 권력인 교황에 맞서 개혁의 불길을 당긴 루터의 종교개혁 당시로 돌아가 그의 ‘죽음’을 각오한 도전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이어온 개혁교회의 오늘이, 그리스도인의 모습이 얼마나 종교개혁 정신과 멀어져 있는가에 대해서 고찰했다. 루터의 종교개혁 3대 논문 중 하나인 <크리스천의 자유>를 읽고 나누는 자리에서다. 이날은 독서 모임을 이끄는 성락성결교회 담임 지형은 목사의 강의와 참가자들이 책을 통해 깨달은 바와 질문 등을 나누는 순서로 진행됐다.


# 죽음 무릎서며 외친 ‘오직 믿음’, 값싼 은혜로 둔갑

‘크리스천의 자유’는 루터가 1517년 10월 31일에 제시한 ‘95개 반박문’으로 종교개혁이 촉발된 이후 1520년에 발표된 것으로 8월에 ‘독일 크리스천 귀족에게 보내는 글’, 10월 ‘교회의 바벨론 감금’에 이어 마지막으로 11월에 쓰인 것이다. 그 해 6월 15일 루터에 대한 출교교서가 완성된 후이니 루터와 로마 가톨릭 교회와의 대립이 절정에 달한 때이자 종교개혁의 분수령을 이룬 때였다.

루터는 ‘크리스천의 자유’에서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삶에 대한 부분을 풀어내면서 종교개혁 신앙의 핵심인 ‘오직 믿음으로’와 모든 성도가 단독으로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다는 ‘만인제사장론’, 이웃과의 관계 등을 제시하고 있다.

‘크리스천은 더할 수 없이 자유로운 만물의 주(主)이며 아무에게도 예속하지 않는다.’

‘크리스천은 더할 수 없이 충의로운 만물의 종(從)이며 모든 사람에게 예속한다.’

크리스천의 본질을 논하는 내용인 <크리스천의 자유>에서 루터는 글을 시작하면서 이같이 두 가지 모순된 듯한 명제를 제시, 이것이 어떻게 크리스천의 삶을 통해 조화롭게 구현되는가를 규명하고 있다. 그리고 크리스천은 신앙으로 말미암아 자유하며 동시에 자신만을 위한 삶을 넘어 인류를 위해 사는 존재인 것을 밝힌다.

이날 모임에서는 ‘믿음’과 ‘행위’에 대한 부분에 이야기가 집중됐다.
지형은 목사는 먼저 <크리스천의 자유>를 제대로 읽어내기 위해서는 종교개혁 당시 역사적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지시켰다. “당시는 교회가 세속적인 권력까지 움켜쥐고 있던 때로 교회로부터 파문당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생매장되는 것이며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면서 “교황을 정점으로 형성된 막강한 세력의 헤게모니 속에서 죽음을 무릎서고 시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종교개혁의 움직임은 루터보다 100여 년 이전부터 움트기 시작했고 15세기 내내 교회의 타락으로부터 새로워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어나고 있었는데 왜 루터에 와서야 실현될 수 있었을까?

지 목사는 “당시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정보 전달이 가능해졌고 루터의 글은 교회의 권력을 돌파해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냈다. 그게 바로 사상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종교개혁 3대 논문 중 ‘크리스천의 자유’야말로 크리스천들의 생각을 바꿔내고 삶을 변화시킨 중요한 매개가 되었다고 짚었다. “속이 바뀌면 행동은 저절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글의 중심에 쓰인 대전제라며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삶의 문제를 다룬 ‘크리스천의 자유’는 현실적인 교회를 돌파하고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을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루터가 건들인 중세 교회의 아킬레스건은 무엇이었을까? 지 목사는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것”이었다면서 “이것은 철저하게 상황에서 나온 글이었다”고 보았다. 당시 중세의 교회는 세례, 성찬, 신품성사, 혼배성사, 종부성사, 견진성사, 고해성사 등 7가지 성례를 하나님이 사람에게 은혜를 내려주시는 통로로 여겼고, 이것을 교황을 정점으로 한 교회 제도가 틀어쥐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악용해 사람들로 하여금 죽음과 지옥에 대한 공포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그런 속에서 믿음으로 구원 받는 것을 강조한 ‘크리스천의 자유’는 “교회 구조를 중심부터 허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오직 믿음으로’는 ‘조건부 신앙’ 중심의 중세교회 구조 허무는 강력한 내용…
그러나 지금은 값싼 은혜로 둔갑해 “믿음도, 행함도, 온전한 자유함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 성락성결교회 인문학 독서 모임에서 참석자들이 루터의 <크리스천의 자유>를 읽고 토론하고 있다.

# ‘오직 믿음’의 신앙은 행위로 이어져

이날 모임에서는 루터의 ‘오직 믿음’으로만 구원에 이른다는 내용이 오늘에 자칫 행위는 도외시하는 행태로 귀결되는 현상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지 목사는 또 “루터는 행위 자체를 부인한 게 아니라 행위에 대한 잘못된 견해를 부인한 것이었다”면서 “그의 글에서는 선행과 삶의 변화, 이웃에 대한 사랑을 마땅히 행해야 함을 말하면서도 선행으로 구원을 얻는다거나 하나님께 인정받는 통로인 양 제시하는 것은 잘못임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것은 “조건부로 주고받는 식의 신앙이 당시 교회 구조를 유지하는 핵심 축이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지 목사는 또 “루터의 핵심은 오로지 하나님과의 관계에 고도로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었다”면서 “하나님과의 관계에 고감도로 집중하고 그 은혜에 따라 선행하며 사는 것”을 강조했다고 정리했다.

모임 참석자들은 중세교회 당시와 오늘의 한국교회를 비교해 보면서 믿음에 대해서도, 행위에 대해서도 미지근한 모습인 것을 토로했다.

정혜향 목사는 “책을 읽으면서 당시 시대 상황에서 루터의 고민과 고통이 느껴졌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것은 행위 구원이 팽배한 속에서 아무리 해도 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죄책감에 시달리던 루터의 고뇌에서 도출된 것이었다”면서 “우리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은 채 너무 복음을 싼값으로 받아들이기에 믿음도, 행함도, 온전한 자유함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보았다.

손은미 전도사는 루터가 ‘크리스천은 그 자신 안에서가 아니라, 그리스도와 그의 이웃 안에서 산다고 우리는 결론을 내린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는 크리스천이 아닌 것이다. 그는 신앙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살며, 사랑으로 그의 이웃 안에서 산다. 신앙에 의하여 그는 그 자신 이상으로 하나님에게 올리어지며, 사랑에 의하여 그는 그 자신 이하로 이웃에게 내려간다’고 한 대목을 제시하면서 “믿음은 이웃과의 사랑의 관계를 통해 계속해서 체크되어질 수 있다”며 믿음과 행함의 균형이 필요함을 말했다.

김진산 박사(터치바이블 대표)는 “복음적 발견을 멈춘다면 오늘의 교회도 개혁의 대상이 된다”면서 “루터의 ‘크리스천의 자유’는 오늘에도 복음적 발견을 위해 치열하게 나아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보았다.

‘크리스천의 생활은 모든 것을 행할 수 있고 모든 것을 소유하며 아무 것도 부족한 것이 없다. 또한 그런 크리스천의 생은 죄와 죽음과 지옥을 정복하는 주(主)이며 동시에 모든 사람을 섬기고 그들에게 이바지하며 그들을 유익하게 한다’

이날 참석자들은 독서를 통해 신앙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는 동시에 그리스도인의 삶이 어떠해야 함에 대한 고민도 더욱 깊어진 듯 보였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