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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기독교(景敎)_ 下 39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행 175
조효근 작가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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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4호] 승인 2016.04.13  14: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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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나라시대 기독교인들, 네스토리안들도 돈황의 이 사막길을 걸었겠지!

실비아가 깜짝 놀랐다. 남편이 사마르칸트 그녀의 부친 요한 감독과 비슷한 말을 하고 있어서다.

“아버지는 외할아버지의 말씀을 거꾸로 알아들으신 것 같아요.”
다위드가 근심어린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그럼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이냐?”
“네, 그렇습니다. 종교는 별도의 형체를 가지게 되면 부작용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별도의 형체라니?”
“네, 우리가 당나라에 왔습니다. 예수님을 모시고 왔어요. 더 정확하게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이곳에 사는 민족에게 전해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 곧 정신을 당나라 사람들 가슴에 심어주는 일입니다. 그것 말고 기독교의 형식과 문화를 강요하는 일은 미신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실비아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다위드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형식과 문화의 강요는 미신과 같다는 말이 무엇인가요? 난 그런 말을 사마르칸트에서 못 들었는데….”

“종교의 형식을 문제 삼는 일은 속 알맹이 없는 허세요, 위선이라는 뜻이예요. 어머니.”

“글쎄, 내가 듣기에는 다위드 사제의 표현이 옳은 것 같구먼. 누구는 틀리고 누구는 옳다는 것이 아니라 사마르칸트 요한 감독의 말씀을 직접 듣지 못했기에 조심스럽지만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에는 서로 다른 강조점이 느껴지고 또 한편으로는 같은 내용의 뜻 같기도 해요.”

크데시폰의 시몬은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렇군요. 시몬 아저씨의 말씀이 맞아요. 제가 마리아 교수님으로부터 배운 종교의 겉과 속, 형식과 내용은 서로 갈등하는 것으로 우리 기독교가 당나라는 물론 아시아로 보냄을 받았으면 아시아의 것, 당나라의 것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 속에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제가 드린 말씀도 그렇습니다. 황제가 반란군에게 쫓겨 도망다니면서도 우리의 교회당을 다섯 군데나 지어야 했던 눈물겨운 현장을 저는 보았어요. 황제 자신부터 끼니를 걱정할 만큼 어려운 재정 형편인데 교회당을 지으려니 자재를 구하지도 못하고 인부의 품삯도 주지 못하면서 예배당을 지었으니 황제는 인심을 썼지만 재산을 뺏기고 품삯을 못 받은 사람들이 결국은 우리 기독교를 욕하는 것 아니겠어요. 황제가 왜 이토록 무리한 방법으로 기독교를 위해서 예배당을 지었을까요?”

“아들, 앞 뒤 말을 들어보니 아까는 내가 좀 오해한 부분이 있기는 하면서도 아들이 너무 앞질러 나간다는 불안한 느낌이 내 마음에 남아있네요.”

요수아는 어두운 표정이었다.
“아닙니다. 당나라는 특별히 다릅니다. 천축국 불교를 자기 나라 종교로 만들었어요. 우리 기독교를 또한 자기네 종교로 만들고 말 것입니다. 만약 만들지 못하면 버리고 내쫓을 것입니다. 저는 버림받느니 우리 기독교의 모든 것을 다 이 나라에게 주는 편을 택해야 한다고 봅니다.”

“허허, 큰일 났구먼. 다위드가 내일이면 당나라 기독교 책임자가 될 터인데 이를 어찌 해야 할꼬….”

요수아는 자기 앞가슴을 두드린다. 그러면서도 그는 실비아를 슬그머니 바라보며 빙긋이 웃는다.

“요수아! 뭘 그래요. 아버지가 아들에게 좋으면 좋다 해야지, 이중적인 모습을 보입니까?”

“저런, 저런. 부부가 한 몸이라는 말 헛것이구먼.”
“아들은 심각한데 부모가 돼가지고 지금 뭘 하는 거야. 아들 없으니 난 서러워 못 살겠네 그려.”

“그래, 맞다. 맞아요. 종교라는 것이 무슨 재산이더냐? 내 아들 다위드 사제의 결심에 내가 동의한다. 기독교가 하나님의 생명인데 서방으로 가면 서방, 동방으로 오면 동방, 남방이나 북방으로 오고 가면서 온 세상 천지가 하나님의 마음으로 가득찬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도우면서 사는 것이면 되지, 뭘 더 바라겠는가?”

“그래도 아버지, 하나님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최초로 이스라엘 땅에 오셨듯이 그 순서가 있고 먼저 신앙을 가진 우리가 예수님처럼 이곳 당나라를 내 나라 내 조국으로 여기고 여기서 살고 죽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여기 당나라 이외에는 따로 고향이나 조국이 없으며 또 ‘기독교’라는 별도의 종교도 따로 없습니다.”
크데시폰 시몬이 자기 무릎을 친다. 그는 허공을 우러르며 성자여, 성자여를 조용히 읊조리고 있었다.

“저 사람 왜 저래요.”
요수아의 말에 실비아가 오른손 검지와 중지 손가락으로 자기 입술을 가볍게 두드리며 요수아에게 눈짓을 한다.

“저는 오리봉 기도실로 가렵니다. 다위드가 일어나서 한마디 하고는 밖으로 나간다. 다위드의 아내 세루비아는 멍하니 남편의 뒷모습만 바라본다.

다위드가 나간 후 요수아와 시몬은 다위드의 신앙이 비범한 경지에 있다는 말을 주고받으며 만족해했다.

“다위드가 여기 있을 때도 그렇게 말해주면 안 되나요.”
실비아는 요수아를 향해 푸념을 한다.

세루비아가 차려온 저녁식사를 다 마칠 무렵, 실비아의 손자 요한이 뛰어 들어왔다.

“아이쿠, 내 손주! 조금 일찍 오지. 아빠가 다녀가셨는데….”
실비아가 요한을 붙잡고 등을 토닥이고 껴안고 볼에 입을 맞추고 야단이 났다.

“뭐, 손주면 자기 손주만 되나 뭐.”

요한이 할아버지 요수아의 무릎에 가볍게 엉덩이를 붙였다가 시몬 사제 곁으로 가서 앉는다.

“어머니, 나 저녁 먹었어요.”

요한은 세루비아의 두 손을 맞잡으며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춘다.
“징그러워, 어른들 앞에서….”

세루비아가 요한의 손을 뿌리치고 밖으로 나가더니 차와 과일을 가져왔다.

“요한아! 언제까지 무슬림들과 같이 놀려고 하느냐, 궁금하구나.”
요수아의 말이다.

“할아버지, 무슬림들을 쉽게 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들과도 충분히 사귀고 형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들의 조상들과 우리 믿음의 조상들이 한 형제였답니다. 형제가 불화하여 두 종교가 되었으나 이제라도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말은 맞다만은 그게 너희들 생각처럼 간단치가 않단다.”

“할아버지, 저는 우리 예수님처럼 십자가 까지도 피할 생각이 없습니다. 주 예수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그 어떤 두려움도 이겨내야 합니다. 다 아시잖아요.”

“녀석, 지 애비 자식 아니랄까봐서….”
“요한아. 나 시몬 할아버지가 너를 지원한다. 그래, 장하구나. 그러나 너는 다위드 사제의 아들이야. 아버지를 도와서 당나라 기독교를 더욱 크게 일으켜야 함을 잊으면 안 돼요.”

“아, 네. 경거망동하지 않도록 계속 지도해 주세요. 시몬 할아버지.”
“그래, 그래. 자랑스러운 우리들의 요한 예비 사제님!”

그들의 이야기 시간은 계속되었다.

요수아와 시몬은 밖으로 나왔다.
둘은 말없이 한동안 걸었다. 서로 말하지 않았으나 그들의 발걸음은
오리봉 수도원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요수아. 다위드가 생각이 참 깊어요. 낯설은 당나라 땅에 두기에는 아까운 재목이야. 다위드가 로마에서 태어났더라면….”

“태어났더라면 자칫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 꼴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지.”

“그건 소극적인 생각이지. 그 시대와는 다르지 않겠어.”
“아니야. 지금 로마제국 교회도 황제와 로마 교구장인 교황 간의 세력다툼이 심하다드만….”

“서로마에 황제가 없다 보니 로마 주교가 제국의 빈자리까지 맡게 되니까 교황이라 해도 상관없지 않겠어. 또 교회가 세속사를 지배하는 날이 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겠고….”

“이 사람 시몬. 자네 요즘은 어때?”
“무슨 소리야. 앞뒤 없는 그 소리가….”

“독신으로 살게 된 날들의 후회 같은 것 말이야.”
“후회가 있지. 자네는 다위드 같은 아들, 요한이 같은 손자까지 두었는데 말이지.”

“아니야. 자네의 순결하다고 할까, 거룩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순수는 이내 우리들 가슴에 큰 울림으로 살아 있어요. 자네가 자식이 없으니 더욱 주님 앞에 간절한 기도를 드렸어요. 그것들이 무형체이기는 해서 값을 계산 못할 뿐, 나는 다 알고 있네. 그리고 걱정 마. 다위드가 자네 아들이고 요한이도 자네 손자이니까.”

“그래, 그래. 그 마음 내가 잘 아네. 요수아, 그런데 다위드는 벌써 우리가 가까이 하기에는 높은 곳에 가 있어요. 앞으로 당나라에서 우리 교단의 역할이 자랑스럽고 흐뭇해요.”

“그래, 잠깐…. 저 숲속에서 인기척이 있네.”
그들은 잠시 말을 멈추고 발걸음도 멈추었다. 기도 소리였다.

그들은 발걸음을 돌려 주교청 쪽으로 걸었다. 주교청 앞마당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거기 오는 두 사람 누구신가요?”
영부 주교의 목소리였다. 요수아가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선다.
“아이고 주교님, 밤 날씨 차가운데 나와 계십니까?”

“오, 요수아와 시몬 사제님들이군요?”
“네,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밤이 조금 늦은 시간인데….”

“여러분도 마찬가지구먼.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네, 다위드가 우리 마음에 불질을 해서 가슴이 활활 탑니다.”

“거, 뭐요…. 무슨 불?”
시몬의 가슴 탄다는 말에 요수아가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하면서 서로
마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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