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장애 아닌 세상 열어가는 한국장애인선교단체총연합회 회장 윤 형 영 목사

장애인에 대한 복지 향상 및 장애인의 자립·권익 위한 활동 36년째, 공로 인정받아
장애인의날에 국민훈장 모란장 수훈

 

   
 

“교회에서 사용되는 장애인 비하 용어의 시정 요청은 사실 용어에 대한 문제보다 밑바닥에 깔린 차별과 편견을 바로잡을 것을 요구한 것입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하나님 앞에 회복되어야 할 다 같은 연약한 존재일 뿐이니까요.”

장애인주일을 앞두고 교회에서 장애인과 관련해 비하하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가진 기자회견은 성공적이었다. 아직 교회들의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지만 기자회견을 주최한 사단법인 한국장애인선교단체총연합회(한장선) 사무실로 “그동안 교회 안에서 장애인 비하 용어를 들어도 공감대가 없어 묵묵히 참아 넘겼는데 힘이 난다”며 장애인들의 반응이 폭발적인 것이다. 역시 아픈 쪽이 더 먼저 반응하는 법이다. 한 장선 회장 윤형영 목사(56)는 장애인들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힘과 용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기뻐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동등하게 살아가는 세상, 장애인을 장애 안에 가두는 사회의 편견을 풀어낸다는 일념으로 일명 ‘장애 해방 운동’을 펴온 지 36년째, 윤형영 목사는 세상은 변해 가는데 아직도 교회를 향해 장애인을 차별하지 말아 달라고, 기본적인 부분을 요구해야 하는 건 참 가슴 아픈 일이라고 했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경기도 시흥시 군자동 551번지 사회복지법인 희망나누리 산하 중증장애인 거주 시설 비전하우스에서 그가 펼쳐온 ‘장애 해방 운동’에 대해 들어봤다.

# 교회 가고 싶은 장애인, 외면하는 교회

“장애는 다름일 뿐입니다. 성별과 머리 색깔, 성격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장애는 그가 가진 특성의 일부일 뿐, 그것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회마저 그런 시선으로 장애인을 바라본다면 하나님 나라 구현은 먼 이야기가 되겠지요.”

장애는 각기 다른 특성일 뿐이라는 말, 물론 장애인들에게도 먹히지 않는다. 그래도 윤 목사는 자꾸 강조한다. 장애인을 장애 안에 가두는 사회가 문제라고, 스스로 장애 안에 갇히지 말라고. 사회의 깊은 편견과 차별 속에 어느덧 장애인들에게도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굳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 목사의 ‘장애 해방 운동’ 대상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해당된다.

“예를 들어 다리를 쓸 수 없는 장애인은 휠체어만 있으면 어디든지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요. 하지만 계단이 있는 곳을 만나면 그는 다시 다닐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그 모습 그대로 차별과 편견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 장애가 더 이상 장애가 아닌 세상, 하나님 나라는 바로 그런 곳이 아닐까요.”

안타까운 것은 사회적으로는 장애인차별금지및규제에관한법률이 제정돼 변화의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데 교회는 여전히 장애인에 대해 무관심할 뿐 아니라 비하하는 용어를 사용하며 오히려 상처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현실은 교회 안에 장애인이 얼마나 있는지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고 했다. “대략 5% 미만으로 보고 있는데 의사소통의 장애를 가진 청각·언어장애인의 경우 기독교인 숫자는 더욱 낮은 3% 정도로 더 낮아진다”면서 “1천만 성도를 자랑하는 한국교회이지만 장애인의 영혼 구원에 대한 관심은 너무도 미흡하다”고 윤 목사는 아쉬워했다.

“장애인들은 육신의 배고픔보다 마음의 굶주림이 더 큽니다. 그런 장애인들에게 교회가 손 내밀어 교회로 이끈다면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복음 안에서 회복되어 기쁘게 살아갈 수 있을 텐데, 교회는 장애인 선교에 무관심합니다. 어느 정도 규모 있는 교회들도 효율성을 이유로 장애인 편의 시설을 갖추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모두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저촉되는 것이지요.”

윤 목사는 장애인을 구제 대상으로 선을 긋는 보이지 않는 차별과 미비한 편의시설 문제 등 장애인이 교회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 장애인 관련 바른 용어 사용 시급

“절뚝발이, 앉은뱅이, 중풍병자, 귀머거리, 벙어리, 문둥병자, 난장이…. 이런 용어 사용은 장애인차별금지법 8조와 32조 위반입니다. 설교 모니터링을 통해 장애인 비하 용어가 적발되면 경고문을 보내 시정을 요구하고 반복될 경우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 공익소송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너무 강경한 거 아닌가 싶지만 그동안 장애인들이 영적 갈망을 채우기 위해 교회에 갔다 장애인에 대한 비하 용어를 듣고 상처 받고 떠나간 것을 생각하면 그동안 많이 참아온 것이라고 했다.

특히 성경에서 여전히 장애인에 대해 잘못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강단에서 장애인 비하 용어로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개역한글>에서 <개역개정>이 발간되면서 많은 부분 개선됐지만 아직도 손봐야 할 부분이 산적하다는 것이다. 한장선은 <개역개정>에 나오는 장애인 관련 용어 중 ‘손마른자, 저는자, 못걷는자, 몸이 불편한자, 장애인’은 ‘지체 장애인’, ‘중풍병자’는 ‘뇌병변 장애인’, ‘간질하는 자’는 ‘뇌전증 장애인’, ‘맹인’은 ‘시각 장애인’, ‘못 듣는 자’는 ‘청각장애인’, ‘말 못하는 자’는 ‘언어 장애인’, ‘꼬부라져, 등이 굽은 자’는 ‘지체장애인(척추 장애인)’, ‘나병환자’는 ‘한센인’, ‘키 못 자란 자’는 ‘지체장애인(저신 장애인)’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시한다.

하지만 성경에 장애의 특성에 따라 메시지의 의미를 부각시키는 부분은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윤 목사는 “장애인에 대한 법적 용어도 계속해서 바뀌어 왔다”면서 “문제는 용어 이전에 그 속에 깔려 있는 차별과 편견을 바로잡는 게 근본적인 부분”이라고 짚었다. 장애는 단지 다름일 뿐이고 다름은 서로 인정해야 할 것이지 차별이나 편견의 대상이 아니라는 의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는다면 더 이상 용어가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윤 목사는 내다봤다.

교회에서 장애인 비하 용어 사용 근절 촉구,
“장애는 그가 가진 특성의 일부일 뿐, 그것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것이 되어서는 안 돼”

# 초심 지키기

비장애인인 그가 장애인의 입장에서 뛰고 달리는 이유가 뭘까?
“가까이서 오랜 세월 함께 살다 보니 장애인들이 편견과 싸우는 고통, 그 가족들이 겪는 아픔 등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입장에 서게 됐습니다.”

윤형영 목사는 한장선 회장일 뿐 아니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공동대표, 시흥시 사회보장합의체 민간위원장, 시흥시 사회복지사협회 회장 등 교회 안팎에서 장애인 분야의 정점에 서 있다. 또한 36년간 올곧게 장애인 복지 향상 및 장애인의 자립과 권익을 위해 활동한 공로로 4월 20일 오전 11시 63빌딩 2층 그랜드볼룸홀에서 열린 ‘제36회 장애인의 날’ 행사에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상을 받은 기쁨과 함께 고민도 커졌다. 바로 ‘초심 지키기’ 이다.

“칭찬과 자리에 맛들면 사람 버리는 건 순간”이라고 말하는 윤 목사는 날마다 자신에게 더 겸손하고 스스로 삼갈 것을 외치고 또 외친다.

그의 방엔 사방으로 사회복지와 장애인 복지 관련 서적 1천여 권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전문분야인 만큼 틈나는 대로 책을 빼들고 지금도 공부한다는 윤형영 목사, “힘 닿는 데까지 장애 해방 운동에 매진할 것”이라면서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는 세상을 향해 장애인들과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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