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부채 문제 함께 고민하는 청춘희년운동본부 간사 장운영 전도사

34%의 고리 대출에 갇힌 청년들을 

빛으로부터 구출해내며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다!

‘청년들아! 사력을 다해 이 나라에서 탈출하라. 변화시키려고 애쓰지 마라. 변화는 불가능하다.’
가방 속 컵라면과 숟가락. 5월 28일 구의역에서 숨진 19살 스크린도어 수리공의 사고 현장 유품은 극대화된 수익구조 속에 던져진 그의 죽음을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그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에 쓰인 글귀들에는 꽃피워보지 못한 채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청년에 대한 애도와 ‘헬조선’이라는 말이 회자될 만큼 기회를 잃어버린 이 땅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에 대한 위로 그리고 분노로 가득했다. 현충일을 앞두고 벌어진 사건, 많은 이들의 목숨 값으로 오늘의 번영을 이룬 대한민국에서 청년들은 도무지 방향을 찾을 수 없는 현실 속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구의역의 추모 포스트잇을 읽어 내려가던 장운영 전도사(33)의 눈에서는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청년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시작한 청년부채탕감사업, 하지만 과연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청년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하루 빨리 탈출하고픈 나라에서 살고 싶은 나라로 바꾸고, 미래를 개척하는 청년다운 패기를 회복하게 할 수 있을까….

   
▲ 장운영 전도사

# 현실에선 무력한 간증들… 헨리 조지를 만나다
장운영 전도사는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재학 중이며 내년 2월 졸업이다. 여느 신학생들은 이쯤이면 스펙이 될 만한 사역지를 찾기 위해 분주한데 장 전도사는 ‘남 일’을 챙기느라 “코피 쏟을 지경”이다.

“빚 문제가 청년들의 삶을 옭죄고 있습니다. 빚으로 인해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재정 지원뿐 아니라 계획적으로 해결해 갈 수 있도록 제시하고 함께함으로써 혼자가 아님을 알게 하는 심리적 지원은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장 전도사는 청년들의 부채 해결을 위해 지난해부터 가동된 ‘청춘희년운동본부’(본부장 설성호) 간사를 맡고 있다. 청춘희년운동본부는 성경의 희년 사상의 현대적 실천에 동의하는 교회와 기독단체들이 연합한 ‘희년함께’(사무처장 김덕영)를 비롯해 지난해 4월 청년 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는 기독교 단체 6곳과 청년단체 1곳이 모여 결성한 연합단체이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30대 미만의 평균 빚이 2000년에 800만원에서 2014년 1558만원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이 가운데 학자금 대출과 높은 청년 실업률, 금융회사들의 손쉬운 대출 그리고 34%의 고리는 청년들에게 헤어날 수 없는 덫이 되고 있습니다.”

청춘희년운동본부가 태동할 수 있었던 것은 2014년에 대형교회들의 문제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든 영화 ‘쿼바디스’의 김재환 감독이 수익금 3천만 원을 기탁해 시작됐다.

3천만 원을 종자돈으로 ‘청년부채탕감사업’을 1, 2차 진행했다. △학자금 대출 6개월 이상 연체자 △다중채무자 △35세 미만의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각각 10명씩 지원자를 선발해 부채탕감과 재무교육을 실시해 계획적으로 빚을 줄여갈 수 있도록 도왔다. 또한 참여한 청년들의 자조모임을 진행해 서로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 줄 수 있도록 했다.

올해 3차 프로젝트는 동작구청과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동작구에 위치한 노량진은 수험생과 취업준비생들의 중심지로 오늘날 청년 문제의 현주소를 볼 수 있는 상직적인 곳인 만큼 동작구가 ‘청춘희년운동본부’의 취지에 뜻을 함께한 것이다. 구조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지역과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시도하는 것으로 성공하면 다른 지역에도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년부채탕감사업의 목적은 청년들의 열악한 부채상황을 개선하는 것과 함께 청년 부채 문제를 초래한 구조적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또한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신음하고 있는 청년들의 구체적인 삶에 주목하고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꿔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잘 살아보자”는 생각으로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장 전도사가 돌연 신학교에 진학하고 지금은 기독교시민운동단체를 통해 청년 부채 탕감 사업에 발 벗고 나선 이유는 삶의 현장에서 복음의 능력이 발현되어야 한다는 깨달음 때문이다.

“학부 때 선교단체 간사를 지내면서 많은 간증을 들었고 나도 그렇게 할 수 있기를 동경했지만 군대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구조적인 문제 앞에 복음의 가치들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너무 쉽게 무너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에 공동체(교회)로 답하고 싶다는 생각에 신학교에 진학했고, 고민 속에서 구약의 토지 이해로 토지 공개념을 주창한 헨리 조지의 경제 사상을 모토로 걸어온 ‘희년함께’를 만났다.

# 빚으로 닫힌 미래를 열다
청년부채탕감사업 참가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빚이 2천만 원을 훌쩍 넘는데 200만원 남짓의 지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청춘희년운동본부에서는 가장 긴요하게 빚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부분을 타깃으로 지원하기에 효과가 컸다. 무엇보다 상담과 나눔을 통해 고리의 빚에 갇혀 있던 심리적 압박감에서 해방된 것은 암담한 현실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하는 기쁨이라는 고백들이 이어지고 있다.

장 전도사는 청년들의 부채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교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히 모금을 통해 재정을 지원하는 것뿐 아니라 교회들의 도움으로 청년들에게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희년은행’을 지난해 런칭한 것이나 최근 장신대 안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액대출해 주는 ‘장신신용금고(장신고)’를 시작한 것은 큰 수확이다.

“희년은행은 청년 대출 문제에 대해 교회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강의하던 중 한 교회에서 청년들이 안고 있던 빚 문제를 털어놓았고 교회에서 청춘희년운동본부를 통해 그 청년들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었어요. 교회의 유휴자금으로 교회와 지역에서 빚으로 허덕이는 청년들을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희년은행을 세웠습니다. 또 한 교회에서 500만원을 교회 재정에서 떼어 청년 부채 문제에 사용하도록 해 장신고가 시작됐습니다.”

장신고는 기독교NGO인 ‘세상을아름답게만드는이야기’(대표 김대은, 세・아・이)에서 진행해온 ‘희망대출 서비스’의 뜻에 공감한 한 교회가 500만원 기탁한 것을 종자돈으로 시작됐다. 용어부터 새롭게 했다. 대출이 아니라 ‘사용’, 상환이 아니라 ‘환원’이란 용어를 쓰고, 이자가 아니라 ‘사용료’를 돈을 환원할 때 자발적으로 내도록 했다. 벌써 최고 30만원씩 15명에게 대출이 이뤄졌다. 장신고는 현재 학생들로 구성된 4명의 운영위원이 힘을 모으고 있다.

청년부채탕감사업에 나선 이유,

삶의 현장에서 복음의 능력이 발현되어야 한다는 깨달음 때문

“금융자본주의 시대에 부채 문제를 건들이지 않고는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문제에 제대로 접근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교회가 청년들의 부채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청년 부채 탕감 사업 1,2차를 진행하면서 안타까운 것은 종교적인 성격을 드러내지 않았음에도 지원자의 50% 가량이 교회나 선교단체 사역자이거나 과거 사역했던 사람들인 점이다. 청년 사역자들의 헌신의 대가가 빚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목도하면서 “혹시 나의 미래가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기도 했다.

그러나 장 전도사는 자본주의가 교회 안에도 깊숙이 침투한 것을 언급하면서 “초대교회에서 행해졌던 나눔과 채움의 경험이 오늘의 교회에서도 일어나고 심각한 빈부의 격차를 줄여가는 게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교회 공동체가 자본주의의 욕망과 다른 방식의 삶이 가능한 것을 살아내고 보여주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것이 청년들로 탈출하고픈 ‘헬조선’에서 살고픈 나라로 전환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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