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교수들과 융합 강의 ‘대한민국에서 최고’라고 자부하는 오현철 교수에게 듣다

   
▲ 오현철 교수

성경 본문의 복음으로 시작해 ‘하라, 하지마라’ 일색의
율법으로 끝나는 맹점에서 탈피하라

학생들과 계속하는 설교 난상토론-각자 자신의 것을
꺼내놓고 토론과 발표하면 훨씬 풍부해져

방학 때 ‘설교클리닉’ 큰 호응, 재학생·졸업생 참여-
올 8월 22~24일 사도행전 석의, 해석, 적용

기독교인이라면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듣는 설교, 기독교의 최강점을 ‘설교’로 꼽고 있지만 그만큼 목회자들의 부담은 크다. 성결대학교 오현철 교수(신학부, 51세)는 설교학자로서 어떻게 이 난관을 뚫고나갈 수 있도록 가르칠까. 그리고 오늘의 한국 강단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들어보았다.

▲ 목회자들 대부분이 고심하는 설교, 요즘 설교는 어떤 추세인가?
- 모든 사회의 학문은 무한 진화로 간다. 특히 컴퓨터나 미디어 관련 쪽은 박사 논문이 1년 후 휴지조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신학이나 설교는 그렇지 않다. 텍스트(본문)와 컨텍스트(문맥, 배경 등) 사이에서 왔다갔다 한다. 한국의 경우 2천 년대 전후로 이야기 설교, 이미지 설교 등이 10여 년 이야기되더니 요즘 몇 년은 본문 중심 설교, 성경적 설교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주도적이다.

▲ 설교할 때 중요한 점을 몇 가지로 꼽는다면?
- 성서학에는 신학이 있고, 실천신학에는 거기서 만들어진 신학을 단순히 갖다 쓰는 것처럼 여겨지곤 하는데, 이론과 실천을 이분해서 생각하면 안 된다.

성경의 본문을 잘 살펴보면 텍스트 안에 컨텍스트들이 가득 차 있지 않은가. 성경본문을 구성하는 것은 텍스트지만 그 내용 안에 사람들로 가득 차 있고 영적인 면만 아니라 죄악과 냄새나는 내용 투성이다. 텍스트 안에 있는 상황을 살피고 배경을 연구해야(context in text) 한다.

▲ 상황 속에서 본문을 잘 녹여내야 한다는 말씀을 들으니 요즘 동성애나 이슬람 등에 대한 대처나 메시지가 궁금해진다.
- 주일 오전 11시 예배 설교에서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반드시 설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들 중 50% 이상은 일주일에 한 번 교회 오는 이들이기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시간이 아니면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 그런 점을 기억하고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피하지 말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성경적 견해에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협동목사지만 몇 년 전 타교회에서 초청받아 설교를 한 적이 있다. J목사 사건이 한창 대두됐을 때 요한복음 8장 간음한 여인의 본문으로 설교했다. 민감한 문제지만 그런 유사한 사건이 있을 때 예수님은 어떻게 풀어가셨는지, 본문은 어떻게 얘기하고 있는지의 관점에서 설교했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본문으로 얘기하느냐 자기 주관으로 하느냐이다. J목사가 잘못한 것은 분명하지만 ‘나는 괜찮은가, 그는 괜찮은가, 교회는 괜찮은가’ 하는 측면에서 살폈고, 끝내 예수님의 곁을 떠나지 않은 여인을 주님이 용서하신 것 같이 교회 안에서도 그래야하지 않는가 하는 점을 조심스럽게 제시했다.

그러나 만약 성경을 근거로 대안이나 설교 포인트가 정해지지 않으면 하지 않아야 한다. 본문을 근거로 할 때에도 제한된 본문에서 해야 한다. ‘본문의 빛 안에서 설교하라’는 말을 유념해야 한다.

독일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사회적 이슈와 정치적 이슈를 구분해서 얘기하면서 사안에 따라 다르게 접근하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 구분이 잘 안 된다. 사회적 이슈에서 출발하지만 정치적으로 풀다보니 어떤 이슈를 강단에서 다루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어렵더라도 설교자가 꾸준히 이슈에 대해 본문을 근거로 고민하고 찾아가면서 제시한다면 청중들 반응도 ‘내 입장과 다르지만 본문 관점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수긍할 것이다.

성경의 마태, 마가, 누가를 통해 복음을 다양한 관점에서 보게 하지 않나. ‘본문의 관점에서’가 그래서 중요하다.

▲ 현장 목회자들의 설교를 연구, 분석해서 발표한 한 교수님의 사례가 한때 화제가 되었는데, 오 교수님도 전공자로서 목사님들의 설교를 대하는 게 남다를 것 같다. 어떤 점이 보완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 성경 어느 본문을 가지고 설교하더라도 복음이 살아있어야 한다. 파트나 협동목회자의 경우 본문에 좀더 집중할 수 있는데, 담임목회자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복음의 특수성이 사라지고 담임목회자로서 강조해야 할 부분, 예를 들면 헌금 잘하라, 새벽예배 잘 나와라 등 복음으로 시작해서 율법으로 끝나는 게 허다하다. 이것을 저는 ‘담임목사 병’이라고 얘기하는데, 아마 저도 담임목사가 되면 그렇게 될 것이 농후하다.

교회 전체를 보면서 목회해야 하는 담임자라 하더라도 꼭 해야 할 이야기가 있으면 설교를 마치고 하는 게 정확하고 투명할 것이다. 목회자들이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니까 말씀의 단을 훼손시키는 안타까움이 발생한다.

▲ 실제로 설교학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며, 이를 통해 어떤 효과가 있는가.
- 대학원의 설교학은 필수과목으로, 설교실습 선택과목으로 진행된다.

그 중에 설교실습은 1:1 포맷으로 운영되는데 10명 내외로 인원을 제한한다. 설교실습은 격주 화요일에로 모여 본문 석의 설교조직, 설교시연 등을 훈련하는 ‘말씀사랑’ 모임을 1년 내내 계속한다. 2006년 성결대 제10회 본선입상자를 중심으로 시작한 이 모임을 통해 설교자들이 수년간 전국설교대회에서 1등, 최우수상, 대상 등을 수상하며 ‘설교 잘하고 목회 잘하는 목회자’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또 방학 때는 ‘설교클리닉’을 6년째 진행하고 있다. ‘말씀사랑’이 창립 5주년을 맞던 2010년 학부생들이 신대원을 졸업하는 상황에서 재학생 위주의 프로그램이었던 폐쇄성을 일부 풀고 졸업생과 관심자를 위한 열린 강의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출발했다.

‘설교실습’ 커리큘럼이 시작되기 전인 07학번 지체들을 위해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이틀에 걸쳐 진행된 설교실습 집중강의(2009년 2월), 구속사적 관점과 설교(7월), 요한계시록 석의와 설교 및 클리닉(2010년 2월)으로 진행됐는데 반응은 뜨거웠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성경 각 권의 최고 권위자 및 유명자가 석의하고, 작성된 설교를 국문학자가 일일이 검토해 수정해주고, 신학적으로 짚어주는 등 다각적으로 지도해주기 때문인 것 같다. 이 모임을 확대하자는 제안이 있는데, 이처럼 1:1로 체킹해줘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소수를 통해 최고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올 여름에는(8월 22~24일) 사도행전에 대해 박정수 교수(성결대)와 함께 한다. 박 교수가 석의하고, 제가 설교클리닉과 적용에 대해 강의한다.

▲ 참여하는 학생 및 목회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 우선 적용 부분에서는 자기 설교를 내놓고 한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큰 것 같은데, 그 벽을 허물기만 하면 몇 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학생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국문학자가 자기 설교문을 꼼꼼히 읽고 체킹,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알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학기 수업 중에도 국문학 교수뿐 아니라 성서학 교수, 아나운서의 스피치 지도, 뷰티학과 교수의 설교자 이미지(피부톤 진단과 옷, 화장 등) 등의 특강을 듣게 한다. 이렇게 다양한 교수들과의 융합 강의는 대한민국에서 최고라고 자부한다. 제가 얘기하는 것 보다 그 분야의 전문가가 말할 때 몇 배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실감한다.

▲ 요즘 시대적으로 절감하는 이런 융합 방식의 교수법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 쉽지 않지만 ‘드림팀’처럼 10년 간 호흡 맞추고 있다. 문제는 현장 목회자들인 것 같다. 자기 설교가 노출되니까 모임이 어려운 것 같다. 용감하게 도와달라고 하면 좋으나 목회자 성상담에 무료로 해도 안 오는 것처럼 자기 설교 꺼내놓고 돌 던짐을 당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 시도하지 않는다. 누가 특별히 뭐라 하지 않으니 안주하려는 마음이 큰 것 같다.

저는 학생들에게 말한다. ‘학교 떠나면 대놓고 나처럼 설교 못한다고 누가 말하겠는가. 지금 선생인 내가 맘껏 욕할 때 열심히 하라.’
전 학생들에게 태클을 많이 건다. 말씀 사랑 모임은 완전 난상토론이다. 설교 본문을 당일에 주고 성경만 가지고 30분 준비해 발표하게 한다. 그리고 질문을 받게 하는데 무수한 날카로운 ‘화살’에 답해야 한다. 그렇게 질문과 토론을 하다보면 너덜거리지만 풍부해진다. 혼자 봤을 때는 한두 개만 보이던 것들이 다양한 이들이 볼 때 훨씬 많이 볼 수 있는 것이다. 본문적이고 일리가 있다면 참여자들은 당연히 챙기면서 본문을 더 깊이 연구하고 각자 설교문을 완성한다. 그 완성된 설교문을 가지고 다시 발표한다.

▲ 설교학이라면 단순하다고 생각했는데, 말씀을 들으니 굉장히 포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 설교는 단순하지 않다. 설교문을 뚝딱 만들어내지 않도록 삼가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한 학기 강의 절반 정도까지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좌절감이 커진다고들 한다, 15주 지나야 내가 태클 걸고 지적하는 것을 이해한다. 그리고 그것을 잘 받아 자기 것으로 삼으라고 제시한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며 열린 태도만 가져도 발전 가능성 있다.

▲ 설교의 표절 논란이 굉장히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 사실 한국 목회자들에게는 설교 횟수와 다른 사역의 일이 많다. 설교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 2006년 헤든 로빈스 교수(콘웰신학교)와 설교학 교수 간담회가 있었는데, 그때 로빈슨 교수는 한 편의 설교를 준비하는 데 30여 시간을 할애하라고 했다. 한국 교수들은 현실이 그렇지 않은 상황을 설명하자 그는 ‘왜 그렇게 설교와 예배가 많으냐’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분들은 설교할 거리가 있어서 설교하는 게 아니라 설교하기 위해서 본문을 보는 것 같군요. 불타오르는 뜨거움 때문에 설교하는 게 아니라 ‘해야만 하는 상황(압박감)’ 때문에 하는군요”라고. 우리의 현실을 간파하셨다. 변명하고 싶었지만 본질을 말하는 그의 말에 아무 부인도 못했다.

제 생각에는 두 사람 이상의 설교자(부목사, 전도사)가 있으면 담임목회자가 설교를 독점하지 말고 나눠주는 은사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찬양예배나 철야예배는 찬양과 기도에 주력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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