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 중국 난주의 한 승려가 무엇인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다위드가 주교좌에 오른 후 당나라 기독교는 새로운 기풍이 마련되었다. 현종의 아들 숙종이 안사의 난 때에 보위에 올라서 7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제국을 지켰다. 숙종의 맡아들 이예(李豫, 762~779)가 보위에 올랐다. 그는 안사의 난 흔적들이 거의 사라진 때의 황제로서 선황제들 못지않은 치세를 갖고 싶어서 애를 쓰고 있으나 환관들에게 끌려다닌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다위드는 영부 주교가 생전에 남긴 서찰 중에 황궁과의 관계 부분을 거듭 읽었다. 알로펜 총주교 때부터 영부 주교가 느낀 점들도 참고삼아 달라면서 기록해 둔 부분도 다시 읽었다.

너무 가까이 하지 말라, 황실종교라는 말이 바람직하지 않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밑바닥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과 함께 풀뿌리처럼 단단하면서도 천천히 성장해가야 한다는 내용부분을 붙잡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영부 주교님, 다위드는 영부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보았다. 좀더 사시면서 아직은 경험과 덕망이 많이 부족한 나를 가르쳐 주시다가 가셔도 되는데 서둘러 주의 품으로 가셨나이까.

요수아와 시몬이 주교청으로 들어왔다. 다위드는 주교가 일어서서 요수아와 시몬을 맞이했다.

“아버지, 그리고 아저씨 오십니까.”

“아, 네.”

크데시폰의 시몬이 엉거주춤 답변을 했고 요수아는 말이 없다.
“주교님, 공적인 자리에서 만나는 데서만은 아버지나 아저씨 호칭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요수아가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다위드를 나무랐다. 아들이기는 하지만 당나라는 물론 중앙아시아와 북방족들 까지도 감독하는 지도자이니 예와 격식을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네, 조심하겠습니다. 두 분 어른께서는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다위드가 시몬을 바라보면서 말을 했다.

“이제는 서두르셔야 합니다. 먼저는 우리들 네스토리우스파 교단의 특색을 분명히 살려야 합니다. 각 지역에 신학교를 세우고 인물을 양성해야 합니다. 신학교이기는 하지만 학문은 신학, 의학, 교육학, 역사학, 농학, 상학 등 각 부분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그같은 일들은 해오고 있지 않습니까?”“네, 그렇기는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규모나 그 수준이 우리들의 전임자들이 페르시아나 중앙아시아에서 해오던 수준에 이르지 못하다는 판단을 둘이서 해보았습니다.”

크데시폰의 시몬이 다위드 주교 앞에 공손히 두 손을 모아 쥐고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학교를 세우거나 규모를 강화하려면 여러 가지 준비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머지않아 지금 코초에 와 있는 수리아 선교사들이 오게 되면 그 문제는 다시 거론하고 우선 우리 ‘오삼수도회’를 분산시켰으면 합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요수아다.

“네, 지금 여기 대진사 본부에 150 가정이 생활하고 있죠. 이들을 두 가정씩 각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것입니다. 각 지역으로 옮겨가더라도 두 가정은 이웃해서 살면서 활동을 하게 합니다. 그러나 아직 본부를 떠나서 주변 환경을 이겨내기 힘든 이들이 있으면 그들은 좀 더 본부 수도회에 머물면서 자기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각 지역으로 파송을 받은 오삼수도회 수도자들은 주변에 전도하는 일을 서두르기 보다는 자기 수련에 몰두하도록 훈련시켜 온 그대로 해나가면 됩니다.

각 지역에 흩어져서 생활하는 수도자들 기초생활이 부족할 경우 본부에서 도와주도록 합니다. 그 다음 그들은 한 주일에 한 번씩 본부에 와서 하루씩 머물면서 생활간증을 하고 또 보충교육이나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은 쉬게 합니다. 매주 오기가 힘든 곳은 두 주일이나 한 달에 한번씩 본부에 찾아와서 보고를 하게 합니다. 두 주일에 한 번 정도 올 수 있으면 본부에서 이틀을 머물고, 한 달에 한 번 올 수 있는 먼 거리의 수도자들은 4일을 머물도록 해서 현지 파견 활동이나 본부 방문의 과정 모두가 훈련과 교육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좋은 생각입니다.”

요수아와 시몬이 합창을 하듯이 동감을 표해주었다.

“그건 그렇고, 두 어른이 생각하실 때 새로 등극한 황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볼 때는 당나라는 석양을 맞이할 때가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각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우리들의 조직 기반을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입니다만….”

“그래요, 그건 주교님이 잘 보셨습니다. 당나라는 물론 전 왕조인 수나라나 그 이전부터도 제국이 기울어갈 때는 환관들이 설친답니다. 금번 황제도 전 황제인 숙종을 퇴위시키고 아들인 지금의 황제를 세웠지요. 어떻게 보면 아들이 아버지를 밀어내고 자기가 황제에 오른 것이나 다름이 없어요. 그 사이에 환관들이 실세 역할을 한 것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환관들이 실세이고 금번에는 번진들, 변방의 절도사들이 권력을 행사하고 있으니 황제의 몫은 얼마나 될까요?”

“그럼 허수아비일 수도 있다는 겁니까?”요수아가 시몬의 말을 받았다.

“자, 조용히 말씀하세요. 큰 일 납니다.”다위드가 요수아와 시몬의 말을 제지하고 나섰다.

“그래서 저는 당나라 이후까지 생각하면서 우리 교단을 이끌 생각을 합니다. 두 분 어른께서 많이 도와주세요.”

요수아와 시몬이 집무실을 나간 후에도 다위드는 새로 세울 신학교와 성경번역, 주석과 강해서를 집필할 계획과 인재 보충을 생각해 보고 있었다. 수리아 출신 신학자들이 곧 도착할 것이다. 다위드는 자신감에 찬 마음으로 대진사 경내로 산책을 나갔다.

그런데 발걸음이 신학교 교장실로 향했다.

“어서 오십시오, 주교님.”

신학교 교장 오청원 사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요, 그냥, 그냥 앉아계시오.”다위드는 오 교장 가까이로 다가가서 그와 마주 앉았다.

“교장님, 앞으로는 우리 신학교에서 불교나 중국사상, 그리고 이슬람학을 가르치면 어떨까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신성한 우리 신학교에서 그런 잡종교들을 가르치다니요?”

“뭘 그리 놀라십니까? 우리가 최고 또는 유일 종교라는 자부심을 가졌다면 더더욱 이웃 종교들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죠. 무릇 이해란 지식에서 생겨나는 법이니까요.”

“그렇기는 하지만, 저는 조심스럽습니다.”

“무얼 망설이시나요. 저와 교장님이 의견을 맞추면 가능한 일인데….”

“네, 아무튼 알겠습니다. 그럼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할까요.”

“학과를 신설합니다. 다종교학이라거나 비교 종교학 등으로 과목을 내세우면 좋습니다. 그런 다음 장안에 있는 각 종교 기관들에게 학생들을 보내달라고 부탁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네, 그렇게 해보지요. 그런데 이슬람 종교는 빼면 안 될까요? 그들은 생긴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들인데요.”

“그럴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슬람은 이삭이 이스라엘과 유대교를 가슴에 품었을 때, 이미 이스마엘을 통해서 이슬람이라는 종교의 씨앗을 가지고 출발했지요. 저들 두 종교는 하나되기를 거부하니까 둘이 된 것입니다. 물론 유대교의 정교한 교리적 우수성에 비하면 이슬람은 허점투성이고 그들은 앞으로 많이 다듬어져야 하겠지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슬람은 유대교나 우리 기독교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장차 세계사 위에 우뚝 솟아오를 겁니다.”

“참, 주교님은 꿈같은 말씀을 하시네요.”

“더 쉽게 말씀하세요. 꿈을 꾸는 주교라구요,”

“아, 아닙니다. 저는 주교님의 번뜩이는 지혜와 마주칠 때면 가끔씩 놀라기도 하고 그래서 더욱 존경하는 마음입니다.”

“그래, 그런가요? 그게 사실인가요? 좋습니다. 나도 교장님을 존경합니다. 힘써서 가르치십시오. 타종교들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타종교들은 우리 기독교를 찾아오는 구도자의 길목에서 만난 쉼터이기도 하고 먼 길 떠나 예수님 배우려고 하는 구도자들의 휴식처일 뿐입니다.”

“네,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오청원 교장과 즐거운 대화를 나눈 지 한 달 후에 코초에서 수리아 신학자 일행이 도착했다.

쿰바홀 주교와 스데반이 함께 왔다.

“쿰 주교님, 건강은 어떠신가요?”다위드를 붙잡고 좋아하는 쿰바홀은 껑충껑충 뛰었다.

“껑충껑충입니다. 우리 주교님.”

쿰바홀은 자기 건강을 자랑하듯이 구십살이 넘은 늙은이가 껑충껑충 뛰고 있었다.

수리아 신학자들 10명과 사마르칸트에서 선발한 통역사 3명도 함께 왔다.

스데반은 말했다.

“주교님, 이 사람들은 신학적으로 볼 때 단성론과 양성론을 함께 이해하는 학문적 절충을 할 줄 아는 온건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요. 다행이군요. 우리는 앞으로 절충식 기독론의 전통을 세워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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