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독서모임으로 삶의 변화 꿈꾸는 주안에하나교회·M살롱 권순익 목사

‘선교적 삶’ 모토로 개척,
목회자로서 삶 속 신앙 위해 독서모임 시작,
7개 그룹에서 110명 모여

   
▲ 권순익 목사(주안에하나교회·M살롱)

5년 간 지속해온 독서모임이 정식으로 이름을 달았다. ‘M SALON(M살롱)’. 18세기 프랑스 혁명의 사상적 기틀을 마련했던, 문화와 지성의 산물인 ‘살롱’이 독서모임 이름에 붙은 것은 단순히 책읽기를 넘어 시대를 변혁하는 걸음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소망에서다.

역사가 증명하듯 변혁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 법. ‘엠 살롱’에는 느리지만 꿈꾸는 다수의 포기하지 않는 걸음이 작은 공동체를 넘어 변혁의 물결을 일으킬 수 있다는 믿음이 담겨있다.

독서모임을 시작하고 이끌어온 권순익 목사(46, 주안에하나교회)는 “한 권의 책을 깊이 읽으면서 담론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 작게는 내 삶을 바꾸고 그 힘이 모아지면 다름을 향해 나아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기대 속에서 독서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 책읽기, 변화를 꿈꾸다

교회 개척과 동시에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일상에서 선교적 삶을 누리고 선포하는 교회’라는 모토로 교회를 개척하면서 성도들과 함께 교회 건물 갖지 않고, 교인 숫자 연연하지 않고 삶 속에서 복음을 구현한다는 뜻을 실천해가는 데 주력해온 가운데 권 목사 역시 삶 속 목회의 일환으로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교회 안에 국한된 신앙이 아니라 삶 속 신앙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규모가 커지면 본질보다 구조에 얽매이는 현실을 목도하고 교회든 독서모임이든 ‘작음’을 지향해왔다. 목회는 어느 정도 그 선이 지켜지는 듯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독서모임은 입소문을 타고 자꾸 숫자가 늘어 현재 7개 그룹에서 110명 정도가 모이고 있다.

독서모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진행된다. 현재 월요일은 <기독교의 기본진리>(존 스토트), 화요일은 <시대가 묻고 성경이 답하다>(톰 라이트), 수요일은 <노동을 보는 눈>(강수돌), 목요일은 <하나님 나라>(박철수), 금요일은 <대한민국은 왜?>(김동춘)를 교회가 위치한 청담동을 비롯해 명동, 사당, 송파, 중계동, 효자동 등에서 모여 읽고 있다. 모임 장소는 주로 카페를 이용한다. 모임 취지에 공감하는 곳들은 모임이 있는 날이면 한 시간 정도 카페 문을 일찍 닫고 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

M 살롱 독서모임의 특징은 책 한 권을 “뼈를 발라먹듯” 읽으며 글로 쓰고 토론하는 식이다. 그 과정을 안내하는 일이란 쉽지 않다. 주로 30, 40대의 직장인들이라 대부분 저녁시간에 모이는데 식사를 간단히 먹고 공부에 열정을 쏟는다. 저녁 7시 30분에 모여 두 시간 가량 진행하도록 하지만 토론하다보면 시간을 넘기기가 다반사이다.

“책을 함께 읽는 것은 오독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고 내 생각이 밖으로 나가고 타인의 생각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상호작용을 위한 것입니다.”

삶의 변화를 위한 목적으로 책을 읽는 만큼 자신의 기준대로 책을 읽는 습관에서 벗어나 저자의 의도나 문맥을 읽어내고 서로 나누는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만큼 넓어지는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5주년을 맞아 독서모임에 이름을 달면서 큰 변화가 생겼다. 지금까지는 모임마다 권 목사가 리더로서 참여해왔지만 이제 각 모임에 리더를 세워 자발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게 한 것이다. 권 목사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선 이유도 있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곳곳에 독서모임이 퍼져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동안 진행해온 독서모임 매뉴얼을 만들어 리더교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렇게 해서 동네마다 작은 독서모임이 생겨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장이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 기꺼이 뒷걸음질 치기

목회자가 교회 안팎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모임을 진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그는 왜 18세기의 ‘살롱’을 오늘에 끌어온 것일까?

“살롱은 프랑스 상류 가정의 객실에서 열리는 사교적인 모임을 일컫는 말로 프랑스 혁명이 이루어지기 전 몇 십 년 간 살롱문화가 형성됐습니다. 작은 모임으로 모여 낭독회나 강연 등을 가졌고 그것이 프랑스 혁명의 촉진역할을 했습니다. 복음이 삶으로 구현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구체적인 삶의 변화가 일어나려면 오늘에도 ‘살롱’, 즉 담론을 형성하는 그룹들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책을 통한 삶의 변화, 그것은 권 목사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개척을 준비하던 중 한 독서모임에서 칼 마르크스(1818~1883)를 통해 자본주의의 민낯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보게 됐고, 고민하게 됐고, 복음의 능력과 신앙이 삶 속에서 구현돼야 함을 더욱 깊게 깨달았다. 한국교회와 한국사회 속에 변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깊게 자리 잡은 것도 마르크스와의 만남을 통해서였다.

“자본주의와 관련해 구조적인 문제를 다룬 사회과학 책들을 읽으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습니다. 자본주의 속에 살면서도 그 부분을 한 번도 고민해보지 않았다는 것에 놀랐고, 자본 자체가 갖고 있는 권력과 힘에 삶도 신앙도 매몰돼 가는 속에서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살아내는 것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권 목사는 오늘날 자본이 하나님의 자리를 대신하는 속에서 교회마저 자본주의의 욕망을 투영하는 장으로 전락하고 하나님을 주인 삼아야 할 그리스도인의 삶이 이원화되는 것을 우려하면서 이 시대에 다름을 고민하고 신앙으로 그것을 살아내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실용성입니다.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속에서 독서는 마치 뒷걸음질 치는 듯하지만 느리더라도 기꺼이 천천히 변화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들이 필요합니다.”

독서모임은 목사로서 복음의 구현을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독서 영역은 기독교와 인문사회과학도서를 넘나든다. 복음의 영역은 기독교 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상도 그리스도인으로 구분 짓지 않았다. 권 목사도 독서모임에서는 모임의 리더로서 역할 할 뿐 목사인 것을 드러내지 않는다.

작음을 지향하면서 시작한 교회와 독서모임, 고민도 적지 않다. 작음에 머무는 것은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다.

“방향성을 정해서 가지만 성장에 대한 유혹이 말끔히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데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작은 몸짓들이 곳곳에서 많아져야 합니다.”
교회 개척 후 강남 인근에 작음을 지향하는 7개의 교회들이 공동사무실을 사용하고 기독교 명사들을 초청해 ‘기독시민특강’을 진행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했었다. 이것이 언론에 부각되면서 교회들의 분위기는 고무됐다. 하지만 현재는 7개 교회 중 두 곳만 남았다. 생존한 교회 목회자와 “우리는 살아남았다”며 웃었지만 마음은 씁쓸했다.

“뜻을 세우고 그것을 추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런 이들이 많아진다면 긴 싸움도 버틸 수 있을 것입니다.”

M살롱의 M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Missiona(보냄받음)’, ‘Mobile(움직임)’, ‘Monday(일상성)’, ‘Movement(운동성)’ 등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Man)’이다. 어느 때든, 어디서든 변화의 시작은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목회와 독서모임을 통해 ‘한 사람’에 집중하는 권순익 목사,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깨달음 속에서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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