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형은 목사말씀삶공동체/성락성결교회

브렉시트는 진행 중이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일어난 이런저런 현상들은 우선 영국에게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환율이나 주식 시장 등 구체적인 경제적 사안들에 대해서는 영국 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 정책 책임자들과 경제 활동 주체들에게 가장 급한 현안일 테다. 브렉시트의 후폭풍이 국가나 집단들에게 각자의 상황에 따라서 이익 또는 손해가 될 것이다. 국가나 기업을 비롯한 각 집단은 브렉시트의 영향을 주시하면서 자기 방어에 주력하며 더 나아가서 변화의 상황이 자기에게 이익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서 대처할 것이다.

브렉시트에 대한 수많은 논평에서 중요한 점이 있다. 브렉시트가 단기간의 정치나 경제 현상을 넘어선 큰 맥락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80년대 미국의 레이거노믹스와 영국의 대처리즘을 통하여 본격화하고 자리를 잡아간 신자유주의의 구조적 문제점이 브렉시트로 터졌다. 30년이 훌쩍 넘게 강력하게 진행된 세계적인 시장 통합과 경제 활동의 규제 철폐 등이 가져온 중산층의 붕괴와 소득 양극화의 심각한 질병이 곪아 터졌다.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에서 탈퇴 지지 리더들의 의도적인 거짓말이 있었다거나 탈퇴에 표를 던진 영국인들이 브렉시트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제대로 몰랐다거나 하는 것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리 결정적인 점이 아니다. 평범한 시민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삶의 박탈감과 분노가 브렉시트가 아니라 그 어떤 구멍으로라도 터질 상황이었다. 브렉시트 지지에 표를 던진 사람들에게 이민자 문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민이나 난민의 문제는 깊을 대로 깊어진 신자유주의의 구조적 병폐와 연관된 현상 중의 하나일 뿐이다.

중요한 점은 지구촌 인류가 살아갈 바람직한 정치와 경제의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현대사에서 공산사회주의가 70여 년 만에 수명을 다함으로써 냉전 시대가 마감되었다. 그 이후 형성되어 40년 정도 이어져 온 지구촌 정치경제의 틀이 신자유주의다. 1992년 2월에 서명된 마스트리히트조약이 유럽연합의 토대인데 이 시기는 공산권의 붕괴와 시기적으로 맞물린다. 유럽연합은 큰 틀에서 신자유주의적인 시대적 토양에서 자양분을 받으며 성장해 왔다. 브렉시트가 유럽연합 붕괴의 촉발이 된다면 현대 역사의 큰 틀 하나가 또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하는 셈이다.

기독교의 가치관으로 본다면 공산주의나 신자유주의나 인간 본성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했다. 결코 채워질 수 없는 인간의 탐욕 말이다. 타락한 본성에서 나오는 이 탐욕은 그 어떤 걸로도 채워지지 않는다. 밑 빠진 독과 같다. 탐욕을 제도적으로 제어하여 평등을 구축하면 한편으로 일반 대중은 나태에 빠지고 다른 한편으로는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여 탐욕을 부리는 특권층이 생긴다. 공산주의의 한계다. 자유를 보장하여 인간의 능력과 사회 구조의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열어놓으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탐욕이 활개를 친다. 경제적인 양극화가 심해지고 정치 귀족이 등장하여 지도층과 민심에 심각한 괴리가 생긴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한계다.

사람 사는 데 가장 기본적인 것이 먹는 문제 곧 경제다. 사람 사이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존재인 사람에게 정치는 존재의 기본 틀이다. 이 둘과 연관하여 성서는 더불어 사는 상생을 가르친다. 경제의 독점과 정치의 독재는 악이며 이 둘이 결합되면 그 악마성이 상상을 초월한다. 큰 틀에서 경제에 대한 기독교의 핵심 가치는 ‘상생의 시장경제’며 정치에서는 ‘법치의 민주주의’다. 이른바 자본주의 경제 구조에서 상생의 가치가 무너지면 사악한 약육강식의 정글이 되고 만다. 근자에 서구 사회에서 논의되는 기업 최고경영자의 임금 상한선이나 기본임금 문제가 이런 맥락에 있다. 경제 양극화가 빈부 모두의 무덤이라는 사실은 조금만 생각하면 상식이다. 어떤 형태든 정치 구조에서 독재가 심해지면 결국 파국에 이른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브렉시트는 역사적 몸부림이다. 브렉시트 이후 시대를 헤아리는 역사적인 통찰력이 절실하다. 오늘날의 기독교 교회가 여기에 대하여 성서적 가치를 대언해야 한다. 몸부림하는 유럽연합의 정치경제적 실험에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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