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애 화가예예동산 섬김이

여름이 무르익어가고 각급 학교들이 방학을 맞으니 집집마다 올 휴가는 어디로 떠날 것인지 이야기가 분분하다.

삶의 현장을 떠나 일탈을 계획하는 자체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동력을 만드는가 보다. 생각해보면, 휴가라고 낯선 곳으로 떠나 지내는 것이 오히려 더 피곤할 수도 있는데, 누구나 휴가를 떠날 수 있는 형편을 동경하고 가능하면 새로운 곳으로 가보려고 한다. “스트레스 확 풀고…”라는 표현이 휴가를 가지려는 사람들의 바라는 바일 것이다.

10년 전 예예동산을 세우면서, 이 집의 성격을 ‘쉼과 기도의 집’으로 정한 것이 우리의 생각이었는지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는지 확실치는 않다. 그 당시 우리는 ‘쉼’과 ‘기도’가 우리 삶에 그렇게 중요한 골격이 되는지 분명히 인식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은 못되었다.

산 속에 집을 짓고 보니 ‘기도의 집’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깊은 기도’의 조건이 ‘쉼’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집의 정체성을 ‘쉼과 기도의 집’으로 정한 후에도 2~3년이 지난 후이다.

나 자신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서울의 삶 속에서 주일예배 수요기도회 새벽기도회 금요철야 등 교회 프로그램에 숨 가쁘게 참석하면서 나름의 기도생활에 충실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반쯤 졸면서 별로 신선하지도 않은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돌아오는 것이 기도생활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내 삶에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며, 말씀 앞에 자신을 조율하고 살아계신 내 하나임과 동행하는 진실한 기도의 첫 스텝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음을 이제야 느끼고 있다. 이곳 산속에서 많은 시간을 침묵 속에 밭일이나 집안일을 하며, 영혼은 계속 하늘의 님과 소리 없는 대화하다보면 ‘노동의 기도’라든가, ‘삶이 예배요 기도’라는 표현이 새롭게 다가오는 것이다.

예예동산에서 머물렀던 많은 목사님 가족들과 선교사님들이 실제로 몸에 중병이 들고, 부부 사이의 화목함도 지키기 어려울 정도로 지쳐있음을 목격할 때마다, ‘쉼’과 ‘기도’는 반드시 함께 해야 함을 느끼게 된다. 사역현장의 절실한 문제들 앞에서 그들의 기도가 부족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어쩌면, 토해낸 기도들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을 들을 여유조차 없이 쫓기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너무 바쁘게 달려온 사역현장에서 앞뒤 좌우를 분별할 여유조차 찾을 수 없을 만큼 심신이 지쳐 생명력이 고갈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최근 우리 집에 오신 한 목사님은 목사로서의 인생을 ‘천형’이라고 표현해서 모두 가슴아파했다.

하나님도 엿새 일하고 하루 안식하는 것을 계명으로 정해 주셨고, 하나님 스스로도 칠 일째 되는 날 안식하셨다고 성경은 말씀하신다.

우리나라에서 이 안식년 제도가 가장 잘 지켜지는 곳이 대학사회인 것 같다. 대학 교수로 평생 살아온 우리는 으레 안식년에는 강의를 맡지 않고, 모든 보직도 면제되며 보통 국외의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나가서 그동안 할 수 없었던 경험들을 보충하며 보내곤 한다. 물론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안식’에 대해서 가장 잘 알 것 같은 교회와 목사님들은 거의 안식년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하나님의 질서에 의한 사회에서는 안식의 제도, 희년의 정신 등이 율법이기도 한데 말이다.

이번 봄 시즌도 중병에 걸린 목회자와 사모님, 선교사들을 도우며 이제는 한국 교회도 한 단계 성숙의 길로 나아가야 하리라고 느꼈다. 목회자의 피땀으로 교회가 지탱해 나간다는 무리하고, 심히 무례한 원시 단계를 벗어나야 하겠다. 교회 운영위원회나 재직들은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성경의 윤리 대원칙을 각성하고 목사님들과 교회 안의 성직자들을 신사답게 대접해야 하리라.

교회는 은혜로 구원받은 우리가 모두 함께 이루어나가는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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