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지도력훈련원, 이현필·유영모 사상 통해 한국적 신학 모색

   
▲ 공동체지도력훈련원은 연수회를 통해 한국적 신학 사상의 뿌리를 돌아보고 오늘날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한국적 신학 사상의 뿌리를 돌아보고 오늘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공동체지도력훈련원(원장 최철호 목사)은 7월 4일,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2016공동체지도력훈련원 연수회’를 열었다. ‘근원으로 돌아가자! 하나님 나라를 증언하는 공동체 삶’이란 주제로 열린 연수회에서 최철호 원장은 “교회의 본질을 찾아가는 것이 바로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우리가 돌아가야 할 근원을 초대교회 성령공동체와 종교개혁 초기의 영감 및 문제의식, 그리고 한국의 선교 초기 신앙 선배들의 창조적 영성과 사상에서 찾았다.

개회예배가 끝난 후 진행된 기조발제에서 이만열 교수(숙명여대 명예교수)는 한국기독교 신학운동의 역사를 서술하며 수입신학이 아닌 우리의 신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만열 교수는 발제를 통해 한국적 신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우리의 고민에 의해 창출된 신학은 민중신학 뿐”이라며 “이현필, 유영모 선생을 통해 한국의 신학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은 자기신학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슬픈 일이다. 전부 수입신학이다. 이것 가지고는 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학문은 문제의식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신학도 학문이라면 우리의 문제의식을 하나님의 말씀과 영성으로 세워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왜 서양사람들은 하는데 우리는 못 하는가? 우리 주변에는 훨씬 많은 문제가 있다. 그것을 우리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신학화 작업의 부재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제라도 우리 신학을 세워가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적 신학의 길을 개척하고 걸어온 인물들에 대해 조명하는 발제가 이어졌다. 하늘길 수도원 김영락 목사는 한국 기독교 최초의 수도원인 동광원 설립자이자 맨발의 성자로 불리는 이현필 선생의 ‘십자가 신앙과 영성’을 조명했다.

김영락 목사는 “이현필 선생은 말씀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위해 몸소 실천하신 분”이라고 총평했다. 이현필 선생은 예수님의 산상수훈과 십자가 고난을 겪으신 예수님의 삶을 일상화하기 위해 자기 부인의 가난한 삶을 선택했다. 또한 모세가 호렙 산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을 때 신발을 벗은 것과 같은 심경으로 맨발로 걷기를 자주 했다.

“만물은 내 지체요, 인류와 이웃은 내 몸이다”라고 한 이현필 선생은 사랑의 사람이기도 했다. 그는 제자들을 끔찍이 사랑했고, 모든 생명체 또한 사랑했다. 또한 이 선생은 어린이에게까지 존댓말을 썼는데, 그 이유는 어린이 안에 계신 예수님을 생각해서였다. 김영락 목사는 “심지어는 자기 조카에게도 존댓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영락 목사는 “이현필 선생은 순간 순간을 십자가에 자신을 못박는 철저한 자기 부정의 삶으로 예수님과 하나 되고자 하셨다”고 말했다. 이현필 선생은 이런 십자가 신앙을 자신의 죽음에 그대로 실천하도록 준비했다. 자신이 죽은 후 옷들을 헐벗은 사람에게 주라고 제자들에게 부탁했으며, 자신은 죄인이라며 자신이 묻힌 곳을 아무도 모르게 평토장해 아무나 밟고 지나다니도록 했다.

   
▲ 이현필 선생의 삶과 신앙에 대해 이야기한 김영락 목사(하늘길수도원)

김영락 목사는 “이 선생은 임종하기 전 주님께 자신은 지금 너무 기쁘다는 기도를 올리며 하늘나라 문을 열고 들어갔다. 죽음을 이렇게 맞이한 것은 평소에 십자가 신앙으로 살았던 영성이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이현필 선생의 십자가 신앙을 압축해서 표현했다.

김 목사는 이현필 선생의 삶은 그 자체가 영적 순례였으며, 예수님과 하나 되는 삶이었다고 정의하며 “그것은 인위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성령 충만함을 받음으로 표출된 하나님의 사랑이자 예수님의 겸손”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제2의 이현필 선생이 나오기 위해서는 온전한 십자가 신앙이 필요하다. 결국 십자가가 열쇠이자 근원인 것”이라며 “이 시대를 염려하는 젊은이들이 풍요와 편리의 세태에 함몰되지 않고, 부활이 약속되어 있는 삽자가의 길로 들어감으로 하나님 나라는 확장될 것”이라며 발제를 마쳤다.

이정배 교수(감신대)는 한국의 기독교 사상가이자 교육자, 철학자, 종교가인 다석 유영모 선생의 삶과 사상에 대해 발제했다.

유영모 선생의 호는 다석(多夕)이다. 세 끼를 합쳐서 저녁을 먹는다는 뜻을 담고 있는 유영모 선생의 호에 대해 이정배 교수는 “유영모 선생은 빛을 선호하는 서구 사상과는 반대로 빛을 끄라고 한다. 한낮의 빛 때문에 창대한 우주를 못 보듯 빛을 다 껐을 때에야 비로소 갇혀버린 자기 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동양적 사상이 담긴 것”이라고 풀이했다.

유영모 선생은 단재 신채호 선생의 영향으로 천부경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그 속에 담긴 천지인삼재사상을 철학의 근간으로 삼았다. 유 선생은 천지인삼재사상을 종교적으로 해석했다.

유영모 선생은 기독교가 말하는 ‘있음’으로서의 유신론적 표상을 버리고 하나님을 ‘없이 있는 이’라 칭했다. 유 선생의 이러한 사상은 천부경에 나타난 삼재사상을 근거로 한다. 천부경은 없으나 존재하는 세계가 하늘이며, 하늘이 인간 속에 내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듯 ‘없이 있는 이’라는 유영모 선생의 하나님에 대한 설명은 동학의 신천주 사상과 다르지 않다고 이정배 교수는 말했다.

유영모 선생은 신채호 선생 이외에도 톨스토이와 우찌무라 간조의 영향을 받아 기독교를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문자로 쓰여진 성서 자체가 진리가 아니라 성서가 제 소리로 터져 나올 때 그것이 진리라는 동양적 해석인 것이다. 여기서 ‘제 소리’란 문자에 사로잡히지 않고 문자를 넘어선 영적 해석학을 뜻한다.

   
▲ 류영모 선생의 사상을 논한 이정배 교수(감신대)

이정배 교수는 “유영모 선생은 자신이 이 땅에 온 목적을 ‘생각하기 위해서’라면서 매일 1식을 하며 오로지 생각하는 일에 몰두했다. 이는 곧 생각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있다는 확신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는 유영모의 제자 함석헌에게 계승되어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는 말로 이어진다.

유영모 선생은 ‘십자가’를 ‘몸을 줄이고 마음을 늘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와 더불어 대속만을 강요하는 서구적 기독교와는 결별하되 예수가 자신의 유일한 스승임을 부정하지 않고 예수의 십자가를 자신 역시 좇아가야 할 길로 생각했다.

유영모 선생은 대속적 방식이 아닌 수행적 기독교로의 동양적 기독교의 길을 걸었다. 그것은 하루 한 끼만 먹는 일식, 언제든 새벽 4시면 일어나 냉수욕을 하고 가부좌한 채로 몇 시간 동안 사색에 잠기는 등의 생활로 나타났다.

이정배 교수는 “유영모 선생의 가르침을 실천에 옮겨 한국 기독교를 풍요롭게 하면 좋겠다”며 “김교신, 함석헌, 이용도, 김재준 등에게 영향을 미친 다석 류영모 선생을 다시 한 번 조명해 한국의 좋은 전통 속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생각의 단초를 얻으면 좋겠다”며 말을 마쳤다.

공동체지도력훈련원은 7월 6일까지 공동체의 삶을 나누고, 공동체를 모색하는 교회들을 소개했다. 또한 제자 훈련, 영성 수련, 자녀 교육, 건축, 에너지, 등 주제별 대화를 나누며 교회의 본질을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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