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위드 총주교의 승부수

당나라 기독교 3대 총주교 다위드는 그동안 로마가톨릭을 향한 짝사랑을 거두고, 시리아 단성론파 신학 중심의 선교인력을 과감하게 보강하여 당나라의 광대한 지역선교에 박차를 가한다. 바로 이 정책이 중국 선교의 한계를 보였고, 당나라 패망 후(AD907년) 중앙아시아, 몽골리아, 시베리아 일대는 물론 고려왕조 이후 우리나라에까지 기독교 기초를 놓았다.

   
▲ 중국 우루무치 지역의 한 마을 가족의 풍경.

다위드는 대진사 본당에서 총주교로 추대되었다. 초대 알로펜에 이어서 2대 영부는 주교에 머물렀으나 다위드가 영부 주교를 승계하여 교구를 장안, 뤼양 두 군데서 탁군(북경)과 개봉(카이펑)을 승격시키면서 4개처의 주교좌를 둔 대교구좌를 형성하였다. 초대 알로펜은 개척자에게 명예로 추서한 총주교였으나 다위드 총주교는 교구의 성장과 확대의 성격을 지닌다.

그리고, 다위드는 알로펜의 선교정책을 도전적으로 확대시켰다. 알로펜의 경우 정통파 기독교 즉, 로마 기독교의 양성론(예수는 하나님이 사람으로 오신 분으로 사람이셨으나 그는 하나님 자신이었다) 중심으로 당나라 선교를 이끌었으나 다위드는 시리아 파 단성론(예수는 피조물이다. 단, 일반 피조물과 달리 하나님이 별도로 창조하셨다)가 뒤섞여 있는 인물들을 대거 초청하였다.

이는 다위드 총주교 자신으로도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가운데 모험을 시도한 것이다. 두 개의 교리적 차이가 서로 존중만 해도 성공이라는 확신을 그는 가졌다.

다위드는 총주교라는 직분이 그의 운신의 폭을 옭아매는 듯한 불편함을 느꼈다. 마치 로마 주교가 교황 호칭을 사용하는 듯한 과장된 자기 모습을 떠올리면서 약간은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그는 피곤을 느끼면서 집무실 의자에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기도시간 후, 다위드의 요구로 요수아 부부와 시몬이 주교좌 회의실에 모였다. 시몬은 다위드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총주교님, 아무리 생각해도 다메섹에서 무작정 선교사들을 초청해 오라는 일이 자칫 후환을 부를 수 있다고 봅니다. 속도를 줄이면서 인물을 선정하는 절차를 밟았으면 합니다만…….”

“걱정해 주시는 것 긴히 참고하겠습니다. 시리아 지역의 신학적 성격은 단성론과 양성론이 뒤섞여 있다는 것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이는 로마 제국 교회의 기독론과는 형성과정이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기독론은 콘스탄티누스 로마 황제가 성급하게 간섭하지 않았으면 각 나라나 지역에서 점차적으로 선택해 가다보면 정통 기독론이 되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성경의 정경화(正經化) 과정을 보아도 알 수 있어요. 정경 확정은 초대교회 이후 팔레스타인이나 로마 제국 각 지역에서 성경을 자연스럽게 선택한 내용의 결집이었어요. 정경을 결정할 때 교회의 어떤 기구가 회의 결과로 선택한 것이 아니었지요. 기독론 또한 예수님은 하나님이 사람으로 오셔서 우리 인간 구원을 위하여 십자가를 지신 일을 중심하여 정통 기독론이 형성되고, 미처 신학적 선택을 다하지 못한 이들은 차츰 따라올 수 있었을터인데 황제가 간섭하고 권력을 휘두르자 반발과 함께 각 나라의 선택에 따라서 신앙이 정치적 이해관계로 뒤엉킨 것으로 볼 수 있어요. 우리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 사건이 정치적으로 휘말려서 로마 제국과 등을 지게 된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우리 아시아 기독교는 신앙의 교리적 부분에서 로마 교회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봅니다.”

“네, 저도 그 정신적인 자세는 좋게 봅니다. 그러나 왠지 저는 불안한 생각이 있습니다.”

“시몬 사제, 나도 시몬의 우려하는 바를 알겠는데 총주교님이 좀 더 너그러운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는지?”

“일단 총주교님의 지도력을 신뢰하고 우리가 잘 보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요수아에 이어 실비아도 시몬에게 지켜보면 어떻겠느냐는 말을 했다.

“알겠습니다.”

시몬은 일단 동의했다.

총주교는 모친 실비아에게 독자적인 교구 담당을 준비하라고 요구했다.

“어머니, 제가 그동안 생각도 하고 역사 연구도 해 보았는데 예수님이나 바울 선생의 시대를 보면 여성들이 교회에서 지도자 노릇을 했습니다. 예수님 때에 막달라 마리아나 모친 마리아는 제자들 수준의 지도자였고요. 바울 시대에 율리아, 브리스길라 같은 여성들은 교회 목사 또는 감독을 지냈습니다.”

“뭐라고요! 말도 안돼요. 고린도교회에 보면 바울 편지에 여인은 교회에서 잠잠하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여성들이 목사 노릇을 했고 더구나 교회 감독을 해요?”

시몬 사제는 얼굴을 붉히면서 부정했다.

“아닙니다. 예수님 주변에 여성들은 12제자 그룹에 해당하는 지도력을 가졌음이 분명합니다. 바울 선생이 고린도교회에 보낸 편지 내용에 있는 ‘여인은 교회에서 잠잠하라’는 구절은 후대에 다른 사람들이 삽입했다는 학설이 있습니다. 우리가 성경을 자세히 읽어보면 예수님이 결코 남녀를 차별하지 않으셨고, 뒤늦게 예수의 제자가 된 바울 선생이 여인더러 교회에서는 입도 벙긋 하지 말라는 글을 썼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바울의 고린도 편지와 상관없이 여인들도 실력 있고 지도력이 있으면 교회나 교구 지도자로 임명할 것입니다. 실비아 님은 내 어머니여서가 아니라 누가 봐도 대교구를 감당할 만큼의 인격과 지도력을 갖췄다고 봅니다. 아버지와 함께 탁군(북경)에 가시면 함께 계시지 말고 별도로 교구관리도 하시고 교회도 이끄셔야 합니다.”

“총주교님, 이거 너무하시는 거 아닌가요? 아버지와 어머니를 별거시키려는 아들이 어디 있습니까?”

시몬이 정색하면서 불가하다는 표현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네, 내가 불효자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로펜 할아버지가 오삼수도회를 창립하신 정신에 의해서 우리의 시간들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당나라가 기울고 있습니다. 우리는 당태종 황제가 우리 선교단을 초청해서 지금 세계 최대의 제국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당나라는 로마보다 큰 나라입니다. 우리 선교팀은 로마제국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아시아 세계를 기독교의 터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나 실비아는 총주교님의 명령에 따라 탁군에 가는 즉시 독립활동을 하겠습니다.”

실비아가 다시 말했다.

“나도 동의합니다. 내 나이 육십이 넘은지 오래인데 마누라 도움만 받겠다고 고집하지 않겠소. 금번 교구 확대를 하고 다메섹에서 훌륭한 신학자와 선교사님들이 오셨고, 앞으로 더 오신다니 먼저 당나라에 온 우리가 솔선하고 모범을 보이도록 합시다.”

요수아도 동의했다.

다위드 총주교는 자리를 고쳐 앉으며 부친과 모친, 그리고 부친의 오랜 친구인 시몬 사제에게 자기 방침을 따라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세 사람에게 차를 다시 따르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실, 현 황제가 환관들에게 휘둘리며 보좌를 지켜내기에도 벅찬 듯합니다. 당나라는 전성기가 현종 황제 때까지이고 안사의 난 이후 제국이 흔들린다는 느낌이 있어요. 바로 이때 우리가 힘을 써서 선교 역량을 동원해야 합니다. 태종 때 우리의 알로펜 총주교께서 제국의 하층민들에게 선교를 하겠다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일이 있었던 것을 아시죠. 그러나 오늘의 환경은 하층민 즉 신분이 약한 노비들에게까지도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아나 과부들에게까지 우리의 선교의 손을 뻗쳐야 합니다. 물론 그동안에도 해온다고 했습니다마는 부족했어요. 앞으로는 과감하게 하되 현제 4개처의 교구 계획이지만 곧바로 동삼성, 강소성(양주), 강소성(진강), 절강성(항주), 복건성, 운남성까지 확대하고, 산서성, 감숙성의 각 지역들까지 확대를 계획해야 합니다. 각 교구들이 가난하고, 신분이 낮고, 병든 사람들, 불구의 몸을 가진 사람들과 고아와 과부까지 열심히 돕고, 조직력을 강화하고 크고 작은 지도자 양성에도 진력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듣기에는 이슬람 교도들이 위그르인들과 함께 북방 지역 멀리까지 소그드 상인들을 따라다니면서 자기네 조직 확대를 한답니다.”

“그럼요. 시몬 사제님이 말씀하신대로 이슬람교도들이 소그드인들이 아니라 우리들 조직의 도움도 받고 있습니다.”

“우리 기독교 사람들이 이슬람교도들을 피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그들을 이끌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슬람이 태어나기 백년도 훨씬 전부터 페르시아, 중앙아시아, 북방의 투르크족, 몽골족들에게까지, 지금은 당나라 각 지역에 우리들 선교팀이 많이 나가 있잖아요. 우리는 이슬람이 함께 하자면서 도움을 구하면 특별히 그들을 도와주고 그들의 마음을 얻어야 합니다.”

“맞아요. 요수아 사제의 말처럼 우리는 이슬람 사람들을 우리 집에서 나간 형제요, 또는 잠시 헤어진 친구라는 자신감 가진 태도를 늘 가져야 합니다.”

“어르신들 말씀을 들으니 저 다위드는 마음 든든합니다.”

“그럼 그래야죠. 총주교님 마음이 편하고 늘 자신감에 차 있어야만 우리는 중앙아시아와 북방지대는 물론 여기 당나라에 예수의 나라를 굳세게 이루어 갈 수 있죠.”

실비아도 끼어들었다.

그때 요한이 들어왔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왜 여기에만 계십니까?”

요한은 할머니 실비아 가까이 앉으면서 불만스럽게 말했다.

“요한이도 할머니 할아버지와 시몬 사제님께 시리아어 가르치는 일 끝나면 교회 임지를 맡아야 한다.”

다위드가 요한에게 책임 교구를 맡기겠다고 했다.

“아, 아닙니다. 저는 공부를 더 해야 합니다. 앞으로 3년은 공부에 매달려야 합니다.

“아니야. 곧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고 명령을 기다리도록 하라.”
다위드는 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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