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보낸 이메일에 ‘시원한 글’ 하나 부탁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매일 35도 또는 36도를 오르내리는 뜨거운 날에 습도까지 높아서 이글거리는 온도에 찐덕찐덕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날, 그런 날 복판에서 ‘시원한 글’ 하나 부탁한단다. 허, 참 내! 어떤 재주로 그런 시원한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부탁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무수히 많은 이들이 이 푹푹 찌는 더운 날에 얼마나 시원한 것을 간절히 바라던가? 그런데 날씨도, 소식도 숨이 턱턱 막힐 만큼 답답하다는 것이다. 살맛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원한 글을 찾는단다. 기다리면 오는 것이지 않던가?!

그런데 시원한 것을 찾기는커녕, 이글거리는 햇볕을 직면하고, 치솟아오르는 열기를 그대로 온 몸으로 받아들여 삶을 꾸리는 사람들이 있다. 재래시장바닥에서 뜨거운 불로 삶아내어 시원한 냉콩국수를 말아주는 사람들, 뙤약볕을 등에 지고 땅바닥을 기면서 농작물 사이를 오가며 농사짓는 사람들, 아스팔트 열기를 온몸으로 받으며 길을 다지거나 터를 닦는 사람들, 흙먼지 뒤집어쓰고, 치솟아오르는 열기를 온 몸으로 받으며 한 두 푼 작은 종이 상자에 모아가지는 거리의 거지들, 시간 당 몇 천원도 안 되는 벌이를 찾아 비정규직이란 딱지 때문에 온갖 수모를 다 당하는 사람들, 그것마저도 없이 무직자라는 딱지를 달고 얼굴 뜨겁게 살아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시원한 것 하나란 무엇일까?

혹시 이런 소식이면 시원한 것을 느낄까? 대통령 박근혜와 국무위원회 위원장 김정은이 청와대나 주석궁을 떠나 어느 바닷가나 산골짝에서 맨발 벗고 흐르는 물에 발 담그고 수박을 나누고 여름 노래 부르며 핵실험 그만 하고 개성공단을 다시 열고 금강산관광을 안전하게 할 수 있게 보장하고, 남쪽 사람은 백두산을, 북쪽 사람은 한라산을 자유롭게 오고가도록 하자며 한바탕 입이 찢어질 정도로 웃어재꼈다는 소식. 오바마와 푸틴과 시진핑이 한 자리에 앉아서, 하기야 이들이 한 자리에 앉을 때는 여러 번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것 말고 영원을 꿈꾸는 순진한 소년들처럼 앉아서, 싸드니 핵무기니 영토분쟁이니 무역전쟁이니 무기전쟁이니 하는 것들을 다 접고, 국경도 없고, 민족도 없고, 비자도 없이 종교분쟁을 넘는 맘으로 그냥 소박하게 살기로 했다고 어깨 걸어 약속했다는 소식. 모든 나라 원수들이 한 자리에 앉아서 지금까지 세워놓은 국방예산을 풀어서 일반생활비로 쓰기로 결정하고 이번 가을 추경예산에 반영하기로 하였다는 소식. 특히 잘 살고 강하다는 나라들이 그 모든 창고를 열어 굶주려 우는 사람들 없게 하자는 맘성을 써보았다는 소식.

가톨릭, 개신교, 유대교, 마호멧교, 힌두교, 불교의 원 교주로 추앙된 사람들이 지금 모두 각자 자기 종교만이 귀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몇 씩 데리고 와서, 우리가 바랐던 것은 각자 자기가 사는 곳의 형편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말하고 생활한 것이요 다 같은 종교를 다른 말로 하였을 뿐이니 이제는 그것을 솔직히 알아서 각자 제 길로 가더라도 한 곳(한 종교)에서 만난다는 것을 가르치고 배우고 확인하였다는 소식. 개별국가도 해체되고, 민족도 해체되며, 종교나 경제단위도 한 용광로 속에서 녹아서 한 조상, 한 생명의 세상으로 가고 있으니 스스로 알아서 창조적 해체의 삶을 살자는 바닥운동이 세계 각 지역의 주민들의 운동으로 싹트고 있다는 소식.

전쟁에 시달리고 굶주림에 밀리고 압박자의 억압을 피해 소위 국경이라는 것을 넘으려 할 때 어디 그런 것이 있었는가 싶게 아무런 흔적이 없이 여기저기에서 문을 활짝 열고 서로 이리 와 함께 살자고 손짓하고 있다는 소식. 적어도 지금처럼 개명한 시대의 종교요, 정치요, 학문이요, 과학이요, 예술이라면 이런 세상을 찾아 아집과 편견과 독단을 버리고 느슨하게 웃으면서 사는 길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확인하고 깨달아 나간다는 소식.

결국 사자와 토끼가 함께 풀을 뜯고, 어린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고 즐겁게 노는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보인다는 소식. 이런 소식이면 시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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